[경향신문 웹장]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제정임 교수 인터뷰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십시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제정임 교수 인터뷰

제정임 교수는 현재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에 재직 중이다. 그는 재학생들과 온라인 매체인 ‘단비뉴스(www.danbinews.com)’를 만들며 언론인으로서의 역할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1월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대학원에서 열린 제 4회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언론인 캠프’에서 제정임 교수를 만났다.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 캠프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대한 이야기. 더불어 종이신문이 아닌 웹진만이 지닌 가능성과 역할에 대한 제정임 교수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 2008년 3월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설립 후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어떠한가요?

2년 과정의 대학원이니 1기생은 이미 배출했고, 2기와 3기는 재학 중입니다만, 졸업생과 재학생을 합쳐 약 30여 명이 중앙과 지방 언론사, 광고홍보 전문기업 등으로 진출했습니다. 한 기수가 20명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학교 자체적으로는 ‘전원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하지 못한 약간의 졸업생에 대해서도 학교의 자원을 개방하고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 대학 언론인 캠프를 통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은 얼마나 되나요?

매년 6-7명 정도 됩니다. 캠프의 주 목적은 국내 유일의 실무형 저널리즘스쿨인 우리 대학원이 교육자원을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대학언론인에게 저널리즘의 가치와 사명을 가르치는 것이지만, 강의를 통해 감명을 받고 진학을 희망하는 사례도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 캠프에 참가했던 학생들과 특별한 인연은 없었나요?

캠프가 끝난 후에도 이메일 등을 통해 글쓰기 지도를 받거나 언론사 지원 등과 관련한 진로상담을 하는 학생들이 꽤 있습니다. 우리 교수진은 캠프 졸업생도 다 제자라고 생각하고요. 캠프 졸업생들이 다음 캠프에 찾아와 일부 강의를 함께 듣거나 여흥시간에 어울리는 것도 전통이 돼 가고 있죠.

- 올해 캠프에서는 첫날 토론 수업을 맡으셨는데 토론 수업을 맡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교수진마다, 과목마다 수업 방식이 다르지만 제 수업 중 <시사현안세미나> <경제사회쟁점토론> <글로벌경제심층토론>의 경우는 철저히 토론식 수업을 합니다. 기자나 피디에게는 ‘상대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듣는 능력’ ‘핵심을 찌르게 질문하는 능력’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 ‘어려운 문제의 대안이나 찬반 쟁점의 합의를 도출하는 능력’ 등이 정말 중요하죠. 토론수업을 통해 이런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선 아는 게 있어야 질문도 나오고, 알맹이 있는 토론이 되기 때문에 매 수업에 앞서 심층적인 ‘읽기’를 합니다. 매주 주제와 관련된 필독서 1권, 혹은 책 한권 분량의 기사스크랩을 읽고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죠. 수업 중에는 가급적 학생들 간에 토론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교수는 의견을 드러내지 않고 진행자 역할을 맡다가 마지막 정리강의를 통해 핵심을 짚어줍니다. 이어 토론 주제와 관련한 글을 쓰고 첨삭하는 과정에서 글쓰기 지도도 이뤄집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듣기만 하는 강의에 비해 몇 배의 지적 자극을 받게 되죠.

- 이번 캠프에서는 아나운서 선배 언론인 특강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저널리즘 스쿨에 아나운서 관련 강의도 있나요?

기자 피디에 비해 아나운서 지망생이 소수이다 보니, 2박3일의 짧은 일정에 아나운서 출신 언론인을 초청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우리 저널리즘스쿨의 정규 강의에는 아나운서 출신의 강의가 있습니다. KBS 9시 뉴스 앵커를 맡았던 유정아 아나운서(‘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저자)가 강의교수로서 <말하기와 뉴스캐스팅 실습>을 맡고 있죠. 언론인이 갖춰야 할 말하기의 기본을 강의하고 뉴스 등 방송진행의 노하우를 1대1 실습 방식으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민경욱 앵커는 기자출신인데 우리 대학원의 <방송리포팅> 수업을 맡아주셨고, 박수택 SBS 환경전문기자, 임장원 KBS 앵커(현 뉴욕특파원) 등 현직 방송기자들이 업무사정에 따라 돌아가면서 <방송리포팅> 수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언론 캠프를 통해 3일간 만나본 선생님은 기자보다는 ‘교수님’처럼 느껴졌습니다. 기자보다 교수가 더 잘 어울리시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현직이 교수이니 그렇게 보이는 게 당연하겠죠. 14년간 기자생활을 한 것이 언론계로 나가려는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여기고요. 저는 언론인이 대단한 권력, 명예, 돈이 따르는 직업은 아니지만, 사회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능력 있고 정의로운 언론인’을 길러내고자 하는 현재의 일에 자부심을 가집니다. 기자로서 사회에 미처 다하지 못한 역할은 방송해설이나 신문칼럼집필, <단비뉴스> 제작 등을 통해 나름대로 메우려고 노력합니다.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언론인 캠프에서 강의 중인 제정임 교수



- <단비뉴스>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대학원 학생들과 <단비뉴스>를 창간하셨는데 아직 몇 달 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와 소감이 듣고 싶습니다.

지난해 6월 21일 창간했으니 반 년 정도 지난 셈인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창간 첫 달에 비해 일일 평균 방문자 수가 15배로 늘었고, <단비뉴스>의 주요 기사가 <오마이뉴스> <다음 뷰>에 이어 <경향신문> <한겨레> 등에 전재되고 있습니다. <단비뉴스>의 창간기획특집인 ‘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 시리즈는 제2회 시사인대학기자상에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시사인은 ‘현직기자들도 질릴 지독한 현장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더군요. <단비뉴스>는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실무를 통해 실력과 경력을 쌓게 하자는 교육적 목적, 기성언론들이 소홀히 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중요의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자는 대안언론적 목적을 갖고 출범했는데 다행히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더 분발해서 도약해야겠다는 각오를 학생들과 함께 다지고 있습니다.

- 학생 기자들과 전문기자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학생기자의 장점이나 가능성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학생기자들은 잘 훈련된 기성언론 기자들에 비해 아직 취재력이나 기사 작성 능력이 떨어지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의와 도전정신이 충만하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기성 기자들이 촘촘히 짜여진 일과와 조직 내외의 이해관계 등에 제약을 받는다면 학생기자들은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롭게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깊이 파고들 수 있습니다. <단비뉴스>의 ‘가난한 한국인’ 시리즈에 실린 근로빈곤층과 주거난민 기사는 기성 언론의 기자들이 엄두내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취재물입니다. 여기에 기자 출신 교수진이 학생들의 취재에 길잡이가 되어 주고, 데스크를 보기 때문에 최종 결과물은 기성 언론의 기사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종이신문이 아닌 웹진에 대한 생각은 어떠합니까?

<단비뉴스>는 웹진(웹을 기반으로 한 전문지, 잡지)이 아닌 온라인신문입니다. 정보량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기성 신문들과 경쟁할 만한 대안 일간지를 지향합니다. 종이에 인쇄를 하지 않아도 신문을 만들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은 <단비>같은 후발 언론에 엄청난 기회를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 비용 없이 신문을 만들 수 있고, 콘텐츠가 좋으면 독자가 찾아올 길이 활짝 열려 있으니까요. <단비뉴스>는 좀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노력과 함께, 온라인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마케팅 노력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취재부장, 편집부장과 나란히 전략기획부장이라는 보직을 두고, 트위터와 블로그, 이메일 뉴스레터 등을 통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계한 댓글 확산 기능 등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업은 당장 <단비뉴스>에도 도움이 되지만 학생들이 장차 새로운 미디어환경을 주도하는 언론인이 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단비뉴스와 경향신문 <웹장>은 학생들이 직접 기사를 쓰고 올리는 방식으로 비슷하다고 생각 되는데요 <웹장>은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경향신문이 <웹장>을 통해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하는 것은 훌륭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공간을 통해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절절하게 겪고 있는 고민을 드러내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면 참 좋겠습니다. 취업난, 등록금, 입시중심 교육, 아르바이트 착취, 비정규직 차별, 폭력적인 성문화 등 여러분들 가슴 터지게 만드는 문제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런 문제들을 젊은이다운 방식으로 고발하고, 토론하고, 대안을 끌어내는 <웹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 끝으로 <웹장> 기자들과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십시오. ‘이런 주제는 어렵지 않을까?’ ‘과연 인터뷰에 응해줄까?’ 주저하면 어떤 역사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열심히 조사하고, 현장에 뛰어들어 취재하고, 끙끙 앓으면서 기사를 쓰세요. 고민하고, 공부하고, 발로 뛰는 과정에서 여러분이 성장하고 이 사회가 앞으로 한 발 나아갑니다.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 분들은) 왜 언론인이 되고 싶은가를 잘 생각해보세요. 좋은 언론인이 되는 길은 생각보다 거칠고 험난합니다. 번듯한 직장에서 꼬박꼬박 월급 받고, 신문 방송에 얼굴 나오고, 주변에서 인정받겠다는 생각에서라면 다른 길을 찾으세요.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공동체로 만들고 싶다는 뜨거움이 있어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겠다는 각오가 설 때, 이 길을 선택하세요. 초심을 잃지 않는 바른 언론인은 우리 사회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지만, 개인의 이해가 앞서는 언론인은 사회에 큰 해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장세희/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인턴 기자 (웹場 baram.khan.co.kr)


*  이 기사는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신문 <경향신문 웹장>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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