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치권·언론 무관심 속 쌍용차 출신 14번째 비극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이성철의 생생토크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3월 첫째 주 한국경제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한국일보 경제부 이성철 부장,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나오셨습니다. 이번 주 뉴스의 홍수 속에서 안타깝게도 비중을 키우지 못했던 대표적인 소식이 아마 쌍용차 퇴직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는 일일 것 같습니다. 2009년 5월에 대량해고가 있었고 10월 노사 대타협때 순차적 복직 약속이 있었는데요, 차일피일 밀리면서 한계에 부닥친 근로자들의 죽음이 벌써 14번째입니다. 누구 책임입니까.

쌍용차 노동자 자살 '반짝 관심' 그친 사회에도 책임

이성철(한국일보 경제부장): 노사가 파업을 끝내고 합의할 때 무급휴직자에 대해선 ‘1년이 지난 뒤 생산물량에 따라서 순환근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고 했습니다. 1년이 지났으니까 무급휴직자들은 복직할 때가 됐다고 해석했고, 사측은 ‘생산물량에 따라서’라고 했으니까 충분한 생산물량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직은 어렵다는 입장이었죠. 그 과정에서 14명이 고생 끝에 결국 목숨을 잃는 사태가 왔는데, 사실 딱 누구를 탓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동안 쌍용차의 주인이 바뀌었고, 하지만 아직도 법정관리상태에 있고, 최근 신차가 나오면서 재기의 움직임은 있지만 아직 회사가 정상화된 상태는 아니고요. 노동자들 개인 사연을 들어보면 대리기사로 한 달에 고작 몇 십만 원 버는 사람도 있고,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냈더니 쌍용차 강성노조 출신이라고 취직도 제대로 안되더랍니다. 언론도 당시엔 쌍용차 파업문제를 요란하게 다뤘는데 지금은 관심조차 없어진 상황이 돼 버렸죠. 이런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용산 철거 문제도 그렇죠. 언론도 시민사회단체들도 좀 더 관심을 갖고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박: 이번에 자살한 희망퇴직자는 세 살짜리 딸과 돌도 지나지 않은 아들이 있더군요. 이런 아이들을 두고 삶의 끈을 놓았다는 건 세상에 대한 모든 것, 마지막 줄을 놓았다는 의미죠. 당장 해법을 찾지 못하더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위로의 손길을 내밀 수는 없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쌍용차 최고경영자가 생산물량이 없다며 뭉개고 지나갈 게 아니라 ‘그래서 미안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했다면, 찾아가서 라면 한 그릇이라도 놓고 이야기할 자세만 있었어도 과연 희망의 끈을 놨을까요. 또 그때 참여했던 수많은 정치인들, 잘나가는 분들은 그분들에게 가서 어깨 한번 두드려 줄 수 없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언론, 정부, 사회의 공동책임이라는 말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정임(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교수): 아이들 얘기가 나왔습니다만,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그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참고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게 부모 마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너무 큰 고통과 상처로 마음이 무너져 버린 사람들은 보통사람과는 다른 극단적인 선택들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회사의 최고 경영자, 혹은 정치인이나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면서 ‘희망을 갖자’고 다독거렸다면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은 안 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에 정말 모든 희망의 끈을 다 놓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잘 알려진 얘기지만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최고수준입니다. 외로운 노인들이 목숨을 끊습니다. 좌절한 가장들도 목숨을 끊고, 생활고에 시달린 주부들도 뛰어내립니다. 희망을 잃은 청춘도 자기 목숨을 버립니다. 이런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지만 사건화 되어야만 우리 눈에 보이죠. 경쟁에서 한 번 실패하면, 직장을 잃으면, 기본적인 생존마저도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 안 되어 있으며 복지가 취약한가와 다 결부되어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이 더 심해지면 일본의 ‘도리마(길거리의 악마)’ 사건들처럼 좌절한 사람들이 아무에게나 흉기를 휘두르는 사태까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정치권과 당국 등 책임 있는 모든 이들이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박: 저는 지난주에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한 청년의 얘길 듣고 그의 이메일도 받았는데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가난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 없고 자식에게도 그대로 물려줄 수밖에 없는 것이 시스템화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는 스스로 ‘대를 끊는 선택’을 하겠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서른넷인데 결혼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겠다는군요. 섬뜩하다기보다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대로 놔두어도 되는 걸까요? 자, 이제 우리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짚어봐야겠네요. 어떤 이슈들을 주목하셨습니까.

제: 네, 2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대비 4.5% 올라서 27개월 만에 최고의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소식입니다. 물가 불안이 심상치 않습니다. 두 번째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이죠, 미국에서 애플의 태블릿 PC ‘아이패드 2’의 발매가 정식 발표됐는데 암으로 6주 밖에 못산다는 시한부설까지 나돌았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무대에 등장해 더 큰 화제가 되었다는 뉴습니다. 세 번째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방안의 하나로 내놓은 이익공유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 꼽았습니다.

이: 이번 주 뉴스를 꼽으면서 왠지 제 교수님도 저랑 똑같은 걸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도 세 가지 다 똑같은 얘기입니다.

금리 인상 등 거시정책 통해 물가 안정시켜야

박: 진짜 놀랍게도 저도 똑같습니다. 먼저 물가 얘기. 제가 그저께 저녁에 평소 자주 가는 도가니탕 집에 갔더니 1500원이 올랐어요. 그 전 주에는 칼국수를 먹으러 갔는데 1000원이 올랐고요. 주인어른이 저를 아시니까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그러시는데 사실 저야 뭐 그 정도 더 낸다고 해서 생계에 영향을 받진 않지만 소득분위가 낮은 분들에겐 큰 타격이 될 수 있죠.

제 : 직장인들은 힘듭니다.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박: 정부가 여러 차례 물가대책을 발표했고, 가격도 통제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가 잡겠다고 했는데, 왜 안 잡힙니까.

이: 한 번 세어 봤습니다. 올해 이른바 물가 대책회의가 12번인가 열렸더군요. 거의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을 했다는 말인데요. 대통령이 직접 ‘물가와의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썼고 모든 부처들이 온갖 행정적 방법을 다 동원해서 ‘팔 비틀기’ 얘기가 나올 만큼 강하게 압박을 했지만 결국 2월 소비자물가는 4.5%라는 그야말로 경악할만한 수치가 나왔습니다. 물론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기름 값과 신선채소 등 농작물가격이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그건 뭐 방법이 없는 부분이죠. 공급 상의 문제여서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근원물가, ‘코어 인플레이션’이라고 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을 뺀 나머지를 따로 계산하는 게 있는데 이게 2월 달에 3.1%가 나왔습니다. 근원물가도 정부가 설정한 억제목표치인 3%를 넘었다는 것은 반드시 공급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박: 수요도 견인하고 있다?

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수요 부분은 정부가 거시정책적으로 잘 대응했더라면 근원물가가 3%까지 올라가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책실패의 부분이 있다는 것이죠.

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5% 성장목표에 더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광공업생산을 보면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경제선행지수도 13개월 만에 반등했죠. 어떻습니까. 뭔가 아슬아슬한 호황 국면이 이어진다는 느낌인데요.

제: 말씀하신 1월 광공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7% 정도 증가해서 4개월째 두 자리 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앞으로의 경기방향을 예상할 수 있는 경기선행종합지수가 1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또 현재의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도 두 달째 연속 상승했습니다. 그러니까 리비아 사태를 포함해서 외부의 여러 가지 불안요소가 있지만 아직 우리 경제는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지표들이죠. 사실 이런 경기회복세 자체가 수요 상승을 통해 물가불안의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정부가 성장을 고집할 게 아니라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 정도의 조심스러운 행보로 거시변수들, 즉 금리 환율 등의 조정을 통해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하는 것에 정책의 비중을 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1월 광공업 생산이 좋게 나왔는데, 설을 앞두고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2월 들어 국제유가, 구제역 문제 등이 심해졌기 때문에 2월 수치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 발표된 기업실사지수(BSI) 등을 보면 2월 들어서 굉장히 냉각되는 추세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2월에 실제 생산지표, 소비지표까지도 부진한 것으로 나온다면 우리 경제가 경기는 둔화되고 물가는 계속 뛰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초입으로 가는 징후로 볼 수도 있습니다. 경기가 굉장히 예민한 시점에 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 스태그플레이션은 정말 약도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나마 금리가 일정 수준에 와 있으면 어떻게 조절을 해 볼 수도 있지만 이건 수단도 없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래서 지금 성장을 계속 신경 써야 한다는 쪽과, 물가관리에 더 신경 써야 된다는 쪽의 주장이 맞서고 있는데, 제 교수님은 어떤 쪽의 손을 들어 주시겠습니까?

제: 2월 지수를 봐야한다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설 변수가 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새삼 옛날 얘길 하게 되는데, 지난해 하반기에 금리를 올렸어야 하는데 안 올려서 앞으로가 걱정된다는 이야길 우리가 여러 번 했는데, 그 결과를 지금 보고 있는 것일 수 있죠. 어쨌거나 현재 상황을 종합하면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의 현실화 보다는 경기 회복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물가 불안이 극심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은 물가불안을 진정시키는 것,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차단하는 쪽에 정책의 역점이 더 두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 정도의 조심스러운 행보가 필요하다고 전제했지만,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우리 돈 가치가 올라가서 자연히 달러대비 원화 환율이 하락할 요인이 되는데, 그러면 수입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떨어지니까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반면 시중이자율이 올라가고 환율이 떨어지는 게 기업의 투자나 수출에는 부정적일 수 있는데, 0.25% 포인트 정도의 미세한 조정이 그렇게 큰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상승하고, 이것이 민생에 큰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국면에서는, 그리고 물가를 밀어 올리는 수요쪽 압력이 감지되는 상황에서는 거시정책을 통해 물가 관리에 조금 더 역점을 두는 선택이 필요합니다.

이: 지금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하고요. 그런데 다음 주 목요일에 금융통화위원회가 있는데, 이번에 물가가 4.5%까지 나왔으니까 안 올리곤 못 배기지 않겠는가 하는 관측들이 나오는데 저는 장담 못 한다고 봅니다. 가능성은 반반인 것 같습니다. 지금 금통위원이 여섯 명인데, 그 중에 두 분은 금리 인상에 대단히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계십니다. 그 두 분은 심지어 지난 1월에 금리를 올릴 때도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3월에도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결국 한국은행 집행부의 입장, 총재와 부총재 이 쪽 라인에서 어떤 생각을 갖느냐가 중요한데, 경기 불안에 대한 부담을 굉장히 느낄 것 같습니다.

스티브 잡스 같은 CEO, 우리나라엔 왜 없나

박: 두 번째는 스티브 잡스 이야기입니다. 아이패드 2가 발표됐는데, 이 얘기는 밀려나고 스티브 잡스의 등장에 관심이 모아졌죠.

이: 굉장히 드라마틱했던 것 같아요. 미국의 타블로이드 신문에 찍혔는데 잡스의 머리가 다 빠지고 그야말로 초췌한 노인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오바마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만찬에서도 여러 가지 궁금증을 낳았죠. 그런데 어제 보니까 이게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의외로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얼굴은 좀 수척하고 병색이 보이기도 했습니다만. 특유의 청바지와 검정색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는데,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아마도 소비자들이 잡스와 애플에 대해 열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갖게 됐고요. 제품은 단지 기술력이나 성능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업의 이미지, CEO에 대한 평판, 거기에 대한 심정적 동조 등이 어우러져야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제: 저는 개인적으로 이 뉴스를 보고 굉장히 기뻤습니다. 예전보다 수척해지고, 머리숱도 많이 빠졌지만 ‘이 무대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다시 돌아온 것에 뭉클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이 미국 증시 시가총액 2위인 어마어마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라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개척자적 기업가(entrepreneur)의 이상형을 보여주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은 정말 빈손으로 창업해서 창의성, 기술력, 비전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온 사람이죠. 우리가 국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대기업가들처럼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도 아니고,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탈취해서 자기 걸로 만든 사람도 아니고, 더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로비를 했던 사람도 아니죠. 우리가 알기로는 기술력과 집중력, 노력으로 승부한 기업인이기 때문에 남의 나라 경영자지만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고 응원을 하는 것입니다. 특히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째 난치병인 암과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기가 평생을 바쳐온 제품과 기업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감명 깊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건강에는 나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되지만요. 이번에도 난치병을 극복하는 인간 승리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

박: 과연 우리나라 회장님들이 와병 중에 자사 신제품 발표회장에 나타나서 이런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장면 한 번이라도 봤으면 하는 아쉬움을 많은 분들이 가졌어요.

이: 그렇습니다. 물론 잡스에 대해 혹독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독선적이고, 불같이 화를 내고, 아이폰의 개방성과 대조적으로 애플이라는 회사 조직과 잡스는 너무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가 애플 이야기를 하다보면 삼성전자를 거론하게 되고 ‘아이폰’을 이야기하다보면 ‘갤럭시’를 이야기하게 되는데, 얼마 전에 삼성전자 고위 임원과 얘길 나눈 적이 있습니다. 진심으로 잡스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무슨 얘기냐면, 과연 잡스가 없고 애플이 없었더라면. 혹은 ‘아이폰’이 없었더라면 삼성전자가 그렇게 혼쭐이 나고 긴장을 했을까 하는 얘기였습니다. 강력한 경쟁자가 있고, 어떻게 보면 롤 모델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삼성이 더 분발할 수 있었단 얘기를 하더군요. 그리고 박 원장님 얘기하신 것처럼 저도 정말 우리 기업에서 그런 모습을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제품설명회라든가 IR(기업설명회)자리에 CEO들이 나오는 관행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가치에서  CEO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데 제품을 설명하고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소개하는 IR자리에 말 잘하고 영어 잘하는 임원만 내보내는 게 과연 합당한 것인지, 좀 분발했으면 합니다. 사실 잡스만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얼마나 많이 나왔습니까.

초과이익공유제, 이념공세 지양하고  심도 있는 토론 필요

박: 마지막으로 동반성장위원회의 초과이익공유제 얘기를 해보죠. 얼핏 들으면 대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빼앗아 중소기업에 주자는 것으로 들리지만 사실은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낼 경우 협력 회사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자는 주장 같았는데요. 정치권 반대, 지식경제부장관 반대, 이거 왜 이렇습니까? 논의 가치가 없습니까?                 

제: 아니요.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예를 들어서, 삼성전자가 영업이익목표를 10조원으로 설정을 했는데 실제로 17조원이 발생한 것처럼 기대 이상의 초과이익이 생겼을 경우에 임직원들에게 성과보너스를 나눠주는 것 같이 제품 생산에 기여한 협력업체들하고도 좀 나누자 이런 개념입니다. 그리고 동반성장위원회 설명을 들어보니까 그것을 강제로 제도화하자는 것이 아니고 이익을 나누는 노력을 하는 대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자는 구상이더군요. 그러니까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자는 것이고 강제적으로 하자는 얘기가 아닌데 뜬금없이 좌파정책이다 하는 공격이 나왔죠. 이런 것을 이념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봅니다. 실제로 국내에 ‘성과배분제’라고 해서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제도가 있어요. 포스코를 비롯해서 약 80개의 기업이 이걸 하고 있는데, 원가 절감 등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성과를 냈을 때 발생한 이익을 일정비율로 나눠 갖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이 성과배분제에 관해서는 지식경제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나 재계 단체인 전경련도 적극적으로 도입 주장을 했었고요. 초과이익공유제라는 것은 이 성과배분제를 조금 더 확장해보자는 것인데, 이게 사회주의적이다, 시장경제의 원리를 부인한다는 식의 이념공세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박: 우리는 일단 기업의 이해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면 좌파로 몰아버리는 이상한 성향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도 기업의 눈치를 굉장히 많이 보는 것 같고요. 하지만 대기업이 큰 이익을 내서 회사 내에 유보하거나 대주주 배당을 하게 되면 그 돈이 사실상 (시중에 잘 유통되지 않고) 퇴장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까. 한데 그 돈을 협력업체와 나누고 성과급으로 공유할 경우엔 중소기업근로자에게 가서 결과적으로 그 돈이 당장 사용될 테니까, 양극화 해소와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죠.

이: 대기업들이 많이 벌었으니까 어려운 중소기업들, 협력업체들과 좀 나눠 쓰자는 취지 자체에는 전적으로 공감을 합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방법이 쉽지는 않습니다. 초과이익이라고 하는데 과연 기준이 무엇일까, 예컨대 대기업들이 배분할 파이를 줄이기 위해서 대외적으로 목표를 다르게 말할 수도 있죠. 각론으로 들어가면 어려운 부분이 많고, 이게 제도화될 경우에는 최소한이라도 강제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계는 반대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과 관련해 건설적인 토론은 분명히 되어야 하고요, 얼마든지 토론의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운찬 위원장의 보궐선거 출마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미 정운찬 위원장은 경제학자나 전직 총리로서가 아니라 절반은 정치인으로 발언하는 셈이 된 게 현실입니다. 본인이 인정을 하든, 인정을 하지 않든 말입니다. 그러다보니까 정치적 공세가 나오게 되는 것이죠. 홍준표 최고위원이 ‘좌파’라고 비판한 것도 선거 출마 등과 맞물려 물고 늘어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더 이상 토론은 안 되는 것이고요, 이 문제만 갖고 토론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제: 이익공유제가 각론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심도 있게 토론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미 법에 규정돼 있는 것을 지키는 것, 즉 하도급 부조리를 단속하고, 중소기업 기술 탈취나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 같은 것을 뿌리 뽑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에 정해져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같은 당국이 철저히 하지 않고 있는 부분, 그래서 불공정거래가 심화되고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중소기업이 피해보는 부분을 바로잡는 게 선행되면서 이런 논의가 추가적으로 이뤄져야지, 불공정 관행을 그대로 놔둔 채 정부여당 내부에서도 토론되지 않은 것을 들고 나와 논의가 산으로 가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공정하지 못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를 바로잡는 것, 있는 법을 지키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박: 울타리 열어놓아 젖소가 다 도망갔는데 남의 목장 가서 우유 얻어먹자는 것 같습니다. 두 분 말씀 들으며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3월 5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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