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재계 이념 공세...‘상생’ 진정성 의구심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얼마 전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이익공유제’를 놓고 논란이 많습니다. 우선 이익공유제라는 게 뭘 어떻게 하자는 건가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이익공유제(Profit Sharing)란 대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이윤, 이른바 ‘초과 이익’을 냈을 때 그 초과분으로 협력중소기업에게도 혜택을 주자는 발상입니다. 기업이 목표를 넘어서는 이익을 냈을 때 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을, 임직원들에게 성과보너스를 주듯, 함께 기여한 납품기업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하자는 것이죠. 현재 포스코가 원가절감에 기여한 협력기업에게 그 절감분을 나눠주는 성과배분제(Benefit Sharing)를 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 강화하자는 취지이기도 합니다. 정운찬 위원장 설명에 따르면 이런 이익배분을 현금으로 하자는 건 아니고 대기업이 협력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연구를 지원하는 등의 방법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의무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대기업에게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될 거라고 하는 군요. 구체적인 구상은 오늘(2일) 오전 언론에 설명한다고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 할 수 있는 이익공유제"

홍: 이런 ‘이익공유제’ 얘기가 나온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겠죠?

제: 그렇습니다. 정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가 지난해 목표인 10조원을 훨씬 넘는 17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대기업들은 큰돈을 벌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이익률이 더 낮아지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중소기업이 전체 임금근로자 고용 의 88%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런 양극화 때문에 대다수 근로자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고, 이것이 북한의 침공 보다 우리 경제사회의 안정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경영자총협회 조사를 보면 국내 한 자동차대기업의 경우 1차 협력업체 근로자 평균연봉이 이 대기업근로자의 56%, 2차 협력업체는 42%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야말로 어떤 복지제도보다 근본적인 복지증진이라는 것이죠. 

홍: 그런데 이런 아이디어에 대해 당사자인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정부 여당의 반응도 아주 공격적이던데요.

제: 김황식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한나라당의 홍준표 최고위원은 아예 “총리를 지낸 분이 급진 좌파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청와대에서도 ‘정 위원장이 너무 앞서 나갔다. 대통령의 뜻과 다르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보도됐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단체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낸 이익을 나누라는 것은 시장경제원칙에 어긋난다’ ‘수많은 협력업체들의 기여도를 어떻게 일일이 평가해서 이익을 나누나.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억지로 이익을 나누게 하면 기업들이 거래선을 해외로 돌릴 것이다’ 등의 주장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홍: 그런데 한나라당에서도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 의원은 이익공유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더군요.

제: 네,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이익공유제 도입을 촉구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가진 걸 나누자는 관념적 복지논쟁보다 생산과정에서 양극화를 해소해서 저소득층 복지를 해결하자는 진일보한 정책이 동반성장이고, 그 첫걸음이 이익공유제”라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현재 15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30조원에 달하는 데, 상생과 투자 고용에는 인색하다”며 “이익공유제는 시장원리를 해치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을 돕는 대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윈-윈 정책”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대기업의 협력과 시혜 기대하는 이명박 정부의 동반성장

홍: 하지만 김 의원 같은 의견은 극소수인 것 같고, 재계와 정부여당에서는 이익공유제 뿐 아니라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하려는 ‘동반성장지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분위기라면서요?

제: 동반성장지수는 원래 중소기업청에 설치한 중소기업 옴부즈만, 즉 ‘기업호민관’ 이 ‘호민인덱스’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중 발표하려던 것이었는데 지식경제부 등 정부부처가 제동을 걸어서 지연됐습니다. 이에 반발해 이민화 기업호민관이 사퇴하는 소동까지 있었죠. 이걸 동반성장위가 가져 온 것인데, 당초 올해 중 발표를 하기로 했다가 다시 내년으로 연기한 것입니다. 현재 계획은 5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과의 상생노력을 공정거래위원회 평가와 협력기업 체감도 조사 등을 종합해 점수화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계에선 ‘서열화하지 마라’ ‘잘 한 기업만 발표하라’ 등 압력을 넣고 있고, 정부에서도 은근히 동조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년에 총선과 대선 등 선거분위기에서 과연 발표나  되겠나 하는 회의가 없지 않습니다. 

홍: 동반성장지수도 그렇고, 이익공유제 논란도 그렇고, 정부여당이 과연 ‘대․중소기업상생’에 진정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되는군요.

제: 이명박 정부가 ‘동반성장’과 ‘상생’을 강조하고 있고, 지난해 9월엔 동반성장 추진대책까지 대대적으로 내놨지만, 실제로 나아진 건 거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공정위가 내놓은 자료를 봐도 하도급법 위반 등 대기업의 횡포는 지난 정부 때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주요 정책들은 논란만 있고 진전은 없고요. 이익공유제에 대한 반응에서 보듯, 대통령이 임명한 동반성장위원장과 정부여당의 소통도 거의 안 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홍: 동반성장위원회 자체도 예산이라든가 법적 근거 면에서 취약하죠?

제: 동반성장위원회는 형식상 민간기구입니다. 자금이 어디서 나오느냐면 재계단체인 전경련이 100억 원을 갹출해서 운영한다고 합니다. 대기업 돈 받아서 대기업을 규제하는 모양이죠. 또 위원회의 설립과 활동, 정책 효력 등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가 없어서, 한마디로 대통령 생각이 바뀌면 유명무실해 질 수 있는 조직이라고 하겠습니다. 대․중소기업 상생은 근본적으로 대기업들의 하도급횡포,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 불공정 내부거래 등 중소기업을 옥죄는 고질적 부조리를 공정위 등이 나서서 제대로 뿌리 뽑는 게 우선입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 해서 대기업이 끼친 피해를 몇 배로 물도록 하는 것 등 법에 근거한 제도를 갖추는 게 정도(正道)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의 불법행위를 신고해도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는 공정위가 검찰고발을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있는 법도 제대로 집행 안하고, 미비한 제도를 손질하지 않으면서 민간 기구를 통해 대기업의 ‘협력’과 ‘시혜’를 구하려다 보니 되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이대로는 ‘말로만 상생’에 그치고 중소기업들의 한숨은 더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큽니다.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됐습니다. 방송 내용은 3월 2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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