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근로자 현장 탈출, 대금 떼일까 걱정도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이성철의 생생토크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이번 주 세계의 눈은 중동, 북아프리카를 향했습니다. 리비아에서 자국 군대가 자국 국민에게 총을 겨누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80년대에 우리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마는 세계인들은 분노했고 세계 경제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2월 마지막 주 생생토크, 한국일보 경제부 이성철 부장, 세명대학교 저널리즘 스쿨 제정임 교수, 두 분 모셨습니다. 우선 리비아사태에 영향을 준 이집트는 지금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중동 사태, 3차 오일쇼크, 스태크플레이션 올 수도

이성철(한국일보 경제부장): 아시다시피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임하고 지금 군부 주도로 사태수습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민주화의 구체적 스케줄이 아직 나온 것은 아닙니다만 다행히 군부가 국민들로부터 꽤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실 80년대 ‘서울의 봄’을 맞았을 때만 해도 유신정권이 물러나기만 하면 장밋빛 세상이 열릴 것 같았습니다만 더 큰 권력의 악이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6.29항쟁 이후에도 권위주의 정권만 물러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지만 그 뒤에 또 얼마나 많은 혼란을 겪었습니까. 특히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야권이라든가 시민세력들이 ‘파괴는 같이 할 수 있어도 건설은 같이 못하는’ 문제를 보여줬죠. 앞으로 새로운 이집트를 건설해 나가는 과정에도 여러 가지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나올 거고 아마 치열한 권력투쟁도 있을 것입니다. 무바라크를 허무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쉬웠지만 앞으로 새로운 이집트를 건설해 나가는 과정은 지금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험난하고 힘들 수 있을 것입니다.

박: 제 교수님, 리비아 사태 등과 관련해서 글로벌 경제엔 어떤 시나리오가 예상됩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중동과 아프리카의 변화 방향은 보다 많은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피플 파워’의 확산일 것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민주화가 증진되는 방향으로 이 지역도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개인의 경제활동 자유가 증진되고 창의력이 촉진되고 분배도 개선될 것이기 때문에 세계경제 전체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 상당한 혼란과 불확실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중동지역은 대표적인 석유산지 아닙니까? 지금도 나타나고 있지만 원유 공급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이것이 세계 물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경제 전체의 변동성이 굉장히 커질 것입니다. 이미 리비아에서 다국적 기업들이 운영하는 석유시설들은 가동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석유감산과 관련해 가장 심한 시나리오를 보니까 노무라 증권이 “리비아와 알제리가 석유수출을 중단하면 배럴당 유가가 현재의 100달러 내외에서 장차 220달러까지 갈수 있다”는 끔찍한 전망을 내놓았더군요. 지금까지는 2008년 7월의 배럴당 147달러가 최고치였는데 말이에요. 나아가 우리가 지금 석유 수입의 33%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의존하고 있는데 만일 사우디로까지 사태가 확산된다면 우리에게도 엄청난 일이고, 세계적으로도 이른바 ‘3차 오일쇼크’가 닥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세계 경제가 또 다른 불황, 침체에 빠지면서 물가불안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나타날 것이고, 안 그래도 어려운 민생은 더더욱 괴로워질 것입니다.

박: 이번 한주동안 어떤 뉴스에 주목하셨습니까?

제: 우선 지금 얘기한 리비아 시위사태가 확산되면서 세계적으로 유가급등이나 3차 오일쇼크, 우리나라 건설사의 공사차질과 같은 국내외 경제파장이 우려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두 번째는 저축은행 영업정지사태로 예금인출 등 혼란이 나타났는데, 일단 안정 국면에 들어서긴 했지만 앞으로 구조조정과 관련해 과제가 많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슬람채권, 일명 ‘수쿠크’ 발행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종교계의 논란이 있었던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이: 네, 저도 리비아 문제로 인한 오일쇼크 가능성, 그리고 두 번째 너무나 허술했던 저축은행 구조조정, 그리고 세 번째로 마침내 통신업체 1위 사업체인 SK 텔레콤도 아이폰을 도입하기로 했다는 소식, 이 세 가지를 뽑아 봤습니다.

생계형 소요, 북한도 예외가 될 수 없어

박: 저도 리비아와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1,2번으로 했고, 세 번째 소식으로 제4 이동통신 불발을 꼽았습니다. 우선 리비아 사태와 관련해 3차 오일쇼크 얘기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이에 대응할 준비는 되고 있습니까.

이: 사실 뭐 오일쇼크를 100% 대비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방법이 없죠. 비축유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데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요. 다만 우리가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과거부터 많이 나왔습니다. 지금도 두바이유 비중이 70~80%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줄이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석유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자는 얘기도 많이 하고 있지만 그 역시도 장기대책이고요. 사실 오일쇼크는 발생하는 순간 예외 없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예방책이라는 게 딱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만 거시정책 차원에서 미리 정책수단을 비축할 여지는 있었다고 봅니다. 예컨대 우리가 작년에 금리를 조금 더 현실화했더라면 오일쇼크가 와서 경제가 나빠졌을 때 금리를 좀 더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기지 않았겠는가, 환율도 조금 더 탄력적으로 운영을 했더라면 대응여력이 높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박: 제 교수님, 우리 기업들의 현지 공사 중단은 당장 눈앞의 타격 아닙니까.

제: 그렇습니다. 리비아는 현대, 대우 등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일곱 번째로 많이 나가 있는 나라인데요, 대수로나 화력발전소, 학교와 주택건설 등 수십 건의 공사에 다양하게 진출해 있습니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진행 중인 사업규모가 25조원대로 추산이 된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현지의 소요가 확산되면서 주민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리 기업들의 공사 현장에서 자동차나 금품을 강탈해가는 일이 벌어져 현지근로자들이 대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사는 거의 중단됐고, 근로자들이 이집트 등을 거쳐 귀국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건설사업 차질은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폭락 중이고요. 리비아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되느냐에 따라서 우리 건설사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태가 진정되면 공사를 계속할 수 있겠지만 어떤 주체에게 정권이 어떻게 이양되느냐에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건설 수주라는 게 기존 정권과의 인맥, 네트워크로 이뤄지는데 정권이 바뀌면 계약자체가 무산되고 대금을 떼이는 일도 있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건설사들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중장기적으로 볼 때 어쨌든 사태 진정 후에 이 지역에 대대적인 재건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건설사들이 또 다른 호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얘기도 나옵니다.

박: 어떻게 보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재국가가 바로 우리 곁에 있는데요, 이 사태가  북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 북한 관련 뉴스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습니다만, 최근 들려오는 소식들은 북한에서도 이런저런 소요사태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다만 권위주의 타파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차원이 아니라 생계형 소요라고 합니다. 김정일 정권 타도나 중동의 민주화 바람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고, ‘자스민(튀니지의 국화)’의 향기가 중국을 넘어 북한까지 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모든 소요가 경제적 문제를 깔고 있는데요, 지금 출발은 생계형이지만 길게 본다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는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갈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열려있다고 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분명 생계형 소요차원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튀니지나 이집트처럼 독재정권을 축출하는 데 성공한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의 공통점은 오랜 억압으로 정치적 자유에 대한 요구가 극에 달했다는 것, 최근 식량부족 등 경제난이 참을 수 없는 지경이어서 민중의 항거가 폭발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독재정권 축출로 이어지는 데 작용한 변수는 이집트의 ‘4.6청년회’나 ‘무슬림 형제단’처럼 대안이 될 수 있는 정치적인 세력이 미약하나마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을 보면 정치적인 억압이나 경제난의 수준은 더할 나위가 없는데, 과연 대안이 될 만한 정치세력이 있는가하는 부분에서 우리에게 너무 정보가 없습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지금 정부가 북한의 내부붕괴 시나리오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마냥 기다리는 느낌인데, 그게 과연 정확한 판단인지, 너무 비현실적인 시나리오에 집착한 나머지 우리가 해야 할 대화 등 관계 개선 노력을 너무 손놓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경제관점에서 논의해야 할 이슬람채권

박: 다음으로 이슬람채권 ‘수쿠크’를 짚어 보죠. 도대체 이슬람채권이 뭐기에 기독교단체가 논쟁에 개입되었는지 궁금하군요.

 

이: 이슬람은 율법상 이자를 못 받게 돼 있죠. 그래서 서양식 채권발행이 안되기 때문에 자금을 모아 실물에 투자한 뒤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 형태로 나눠주는 투자방식을 씁니다. 이를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수쿠크라고 부릅니다. 우리 정부가 수쿠크를 도입하기 위해서 입법을 추진했습니다. ‘오일머니’, 즉 중동계 자금을 좀 더 끌어 들이기 위해 수쿠크를 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죠. 다른 외화표시 채권들은 이자소득세에 대해서 면제혜택을 줍니다. 이에 형평을 맞추려면 수쿠크도 이자소득세 면제에 해당하는 혜택을 줘야하는데, 그래서 실물거래에 수반되는 양도세 취득세 등록세 등 관련 세금들을 면제해 주자는 게 법안의 내용이죠. 이 법안에 대해서 종교계가 반대를 했고 정치권을 강하게 압박해서 결국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무산됐습니다. 기독교계는 한마디로 ‘이슬람계 자본이 들어오면 이슬람의 영향력도 같이 들어온다’고 우려합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 가면 이 돈이 테러자금으로 쓰일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요.

박: 그런 식으로 따지면 달러채권들이 마약자금으로 쓰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이슬람의 급속한 영향력 확대를 강력히 우려하는 것 같고, 그래서 개신교의 영향을 받는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수쿠크 반대가 나오면서 현재로선 이법의 통과여부가 기약이 없는 상황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박: 지금은 물 건너간 것 같습니다. 내용을 보면 이슬람은 채권 발행해서 이자주면 안 되니까 이슬람 채권투자자 돈을 가져와서 국내에서 예를 들어 빌딩을 산 것처럼 계약을 하고, 다시 임대료를 받는 형식으로 이자를 주지만 이것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 ‘풋백옵션’이 걸려있는 가짜 계약이죠. 냉정하게 보면 실물 거래한 걸로 봐서 과세를 해버리면 차별이 되기 때문에, 특혜를 주는 게 아니라 차별을 시정한다고 봐야할 문제인데, 기독교계는 ‘망국의 위험이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당도 한 발 물러섰어요. 제 교수님, 이 논쟁이 남긴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제: 이슬람 채권 발행은 경제 논리에서 시작한 것이죠. 우리의 외자도입선이 사실 미국하고 유럽에 너무 편중돼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점점 더 규모가 커지는 오일머니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경제논리에서 출발을 했죠. 또 이슬람채권에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고 사실상 역차별을 시정하자는 게 입법 취지고요. 그런데 한편에선 이게 과도한 면세다 하는 반대 논리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에 대해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졌다면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찬성과 반대가 공론장에서 토론이 되고 서로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표의 힘’을 앞세운 압력과 정치인들의 눈치 보기 때문에 그런 합리적 토론의 과정 자체가 생략되어 버린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슬람 채권이 도입되는 것에 대해 기독교계가 우려하는 것,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슬람채권이 도입되면 이슬람의 포교가 늘어 날 것이다, 혹은 테러자금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할 수도 있는 것이죠. 반면 그런 논리라면 우리가 석유 수입하는 자금은 테러자금으로 안 간다는 보장이 있나, 우리가 중동에서 건설사업도 하는데 그럼 그런 거래도 하지 말라는 말이냐 하는 반론도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얘기들이 공방을 벌여서 합리적 결론이 도출되어야 하는데 집단적 압력 앞에서 의회가 논의를 유보해 버린 것, 굉장히 아쉬운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 그런 측면에서 언론도 신중했다기보다 다소 비겁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제가 있는 신문에서는 꽤 많이 비판적으로 썼습니다만, 아까 제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이 중요한 것은 이 채권 자체가 특혜냐 아니냐를 가지고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특혜라고 할 사람도 있고, 반대쪽에서 다른 채권들과 형평을 맞추자는 차원이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으니 그 부분을 따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종교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가면 답이 안 나옵니다. 이미 우리나라 증시에는 중동계 자금이 30조 이상 들어와 있습니다. 테러의 가장 큰 피해국인 미국도 중동계 자금 활용방안을 얘기하고 있고요. 종교계의 우려는 종교 영역에 남겨뒀어야 하는데, 표에 약한 국회의원들을 통해서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저축은행 사태, 책임소재 분명히 가려 재발 방지 필요

박: 사실 몸담고 계시는 언론사에서 그나마 가장 많이 다루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음으로  저축은행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예금자들이 고소까지 했죠?

이: 처음에 김석동 위원장이 “상반기 중에 더 이상의 영업정지는 없다”고 얘기했는데 얼마 있다가 바로 영업정지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물론 정부는 총 105개 저축은행 가운데 문제가 있는 11개를 제외한 94개의 ‘정상적인 저축은행’ 중에서는 더 이상 없을 거다, 그리고 또 예금 인출이 없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는 의미였다는데, 어쨌든 거두절미하고 상반기 중에 더 이상 없다는 말을 믿고 예금을 안 찾았다가 거래저축은행이 문을 닫는 바람에 재산 손실을 보게 된 사람들이 소송을 낸 것이죠. 소송이 법적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이것은 저축은행 부실처리과정에 상당히 허점이 많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죠. 대표적으로 ‘더 이상은 없다’고 얘기한 자체도 문제가 있는 것이고, 문제가 있는 11개 업체들의 리스트를 공개했으니 예금자들이 가만히 있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죠. 영업정지 당한 저축은행에서 대기 번호표를 받았느냐 못 받았느냐에 따라 재산을 찾느냐 못 찾느냐가 좌우되는 상황도 그렇고, 예금자들이 우롱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만한 정황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박: 예금보험공사가 은행권으로부터 3조~4조원 빌려서 쓴다는 등 저축은행 구조조정계획이 나왔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제: 전체적으로 보면 은행권에 떠맡기든, 자금을 지원해주든 어떻게든 살려서 안고 가겠다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사실은 저축은행들이 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잘못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을 지워 문 닫을 곳은 과감하게 닫게 하고 대주주가 손해 볼 것은 손해 보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나오는 얘기는 저축은행들이 모은 예금보험기금으론 안 되니까 은행, 보험, 증권이 낸 돈에서 떼 가지고 공동기금을 만들어 쓰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국회가 구조조정 과정을 감시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게 됩니다.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는 국회가 따져보고 감독 당국의 책임도 묻는데 금융권 내에서 공동계정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그런 감시를 안 받겠다는 것이거든요. 저축은행의 부실이 지금처럼 커지는 과정에서 감독당국의 정책적인 실수가 많았습니다. ‘88클럽’이니 해서 저축은행들의 동일인 대출한도를 대폭 늘려준 것 등 무리한 PF투자를 조장한 책임이 감독 당국에 있거든요. 그래서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가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합니다. 감독당국이 알아서 하겠다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든 감사원이든 철저하게 감사해서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책임을 가리고 이를 통해 교훈을 얻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사실 김석동 위원장은 이 정부에 연고도 없고 ‘해결사’ 이미지가 강한 사람이어서 그동안 미뤄두었던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해결할 사람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동안 금융당국 수장들이 ‘손에 피 묻히기 싫어’ 차일피일 미뤄온 측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일단 칼을 휘두르고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인데, 앞으로 두 가지 책임 추궁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저축은행 문제를 야기한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책임추궁, 동시에 그런 부분을 방치한 감독당국에 대한 책임추궁입니다. 그런데 감독당국에 대한 책임추궁은 스스로가 하기 힘드니까 결국 국회나 감사원이 총대를 메야 할 것입니다. 신뢰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가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봐야 국민이 신뢰를 하는 것이죠.

박: 원칙대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한국일보 경제부 이성철 부장 두 분이셨습니다. 두 분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2월 26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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