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차상 김남배

▲ 김남배
인간은 후회를 안고 사는 동물이다. 그런 동물이 인간밖에 없을까? 무리의 수놈 사자 중 왕이 되지 못한 사자도 후회를 할 것이고 맹수의 먹이가 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노루도 후회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후회는 동물의 후회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후회 뒤에 언제나 따라오는 ‘만약에’라는 단어. 그것은 과거로 돌아갔으면 하는 욕망에 후회가 녹아든 말이다. 후회의 쓰라림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시간을 조정하고 싶은 욕망은 더욱더 커진다.

수능을 앞두고 공부가 모자란 수험생도, 헤어진 애인과의 추억이 그리운 사람도 무심히 생각해봤을 ‘만약에’라는 단어. 이 단어 뒤에는 시간여행을 하고자 하는 욕망이 담겨있다. 시간여행만 가능하다면 미래로 앞서나가 거기에 살고 있는 ‘나’를 볼 수 있고, 아주 먼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역사 속 영웅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은 없다.

지구를 넘어 이제 우주까지 정복하려는 인간, 이 위대한 인간의 발자취에 족적을 남기지 못한 분야가 바로 시간일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존재했지만 명확한 개념을 몰라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던 시간. 하루의 시작을 어디로 해야 할지, 한 해의 시작은 어디인지, 한 달이 29일인지 30일인지 누구도 시간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문명이라는 것이 발달하기 시작하였지만 동양과 서양에서 시간을 측정하는 기준조차 서로 달랐다. 서양에는 태양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한 태양력, 동양에는 달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한 태음력이 있었고, 마야문명에서는 마야력이 존재했다. 난립하는 시간의 기준을 명확하게 한 국제력이 20세기에 들어와서 제정된 것을 보면 시간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철학자, 과학자, 수학자들을 난감하게 한 과제였다.

수천 년의 연구에도 시간에 관해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게 있으니, 바로 시간을 인간의 맘대로 조정하는 것이다. 시간을 조정한다는 것. 그것이 시간정복의 끝이자 꿈이지만 현재로서는 꿈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허망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론적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태양빛에는 잔상으로 여겨지는 인간의 형체가 남아있다고 한다. 인간이 태양빛보다 빠른 속도를 가진 기계를 발명해서 빛의 속도를 앞질러 간다면 인간은 시간을 맘대로 조정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시간여행의 꿈을 매개로 등장한 단어가 ‘타임머신’이다. 단어는 존재하지만 형제를 확인할 수 없는 이 불분명한 단어는 영화 속에 등장해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백투더퓨쳐>에서 폭스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로 마음대로 여행했고 <터미네이터>에서 슈왈제네거는 지구를 구할 영웅의 목숨을 위해 시간여행을 했다. 우리영화 <천군>에서 주인공들은 원인 모를 시간에 휩쓸려 조선시대로 돌아가 청년 ‘이순신 장군’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

영화는 해피엔딩과 희망의 미래를 기약하며 끝났지만, 시간을 되돌린 다고 해서 남은 한 달 동안 수능을 잘 마무리하고 헤어진 연인과 행복을 이어갈 수 있을까? 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인간에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시간을 되돌리려는 것보다 주어진 시간을 의미 있게 쓰려는 노력이 바로 시간을 정복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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