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스쿨 문사철특강] 이권우 도서평론가
주제② 서평을 어떻게 쓸 것인가

“서평쓰기는 글쓰기 최고급과정”

책을 많이 읽으면서도 글은 잘 못 쓰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뭘까? 직업적으로도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써야 하는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그 이유로 자기가 읽은 것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글쓰기는 ‘인문교육의 최종정착지’라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글쓰기를 너무 늦게 시작하는 점을 지적했다.  

“다 이해하지 못하면 쓸 수 없습니다. 읽는 것과 듣는다는 행위는 앞 세대의 지적 성과물을 수용하는 것이지만 쓴다는 것은 그걸 바탕으로 하는 창조행위입니다.”

▲ 옥스퍼드대학교.

옥스퍼드대 전 기숙사에 밤새 불이 켜진 날은?

그는 수녀 출신인 암스트롱이라는 여성종교학자의 자서전에 나온 얘기를 꺼내며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녀가 다녔던 옥스퍼드대 전 기숙사가 불이 켜져 있는 날이 있는데, 그 다음날이 바로 에세이를 제출하는 날이라는 것이다. 에세이는 대개 책 읽은 것을 토대로 쓰게 되는데 옥스퍼드대 학생들도 그만큼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얘기다.

옥스퍼드에서는 교수 3명의 지도 아래 제도적으로 글쓰기 교육이 이루어진다. 그는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어렸을 때 모두 써봤던 두 가지 제도적 글쓰기인 ‘일기’와 ‘독후감’을 쓰라고 권했다.

그는 “정말 훌륭한 작가는 전작을 쓰는 작가인데 연재를 해야 글을 쓰게 된다”며 “글을 쓰려면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적 글쓰기’를 제안하면서 “일기는 성찰적 에세이로, 독후감은 비판적 에세이로 쓰면 좋다”고 말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일기를 사건으로 쓰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사건이 일어나면 큰일 난다고 주의를 줍니다. 사고를 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일기를 사건 중심으로 쓰라고 하면 잘 안 써지는 게 당연하지요. 새로운 사건이 없으니 감상이나 느낌을 쓰게 되는데 똑같은 일상이라도 다르게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거죠.”

말을 한 뒤 글로 쓰는 것도 좋은 방법

그는 ‘말하기와 글쓰기의 단절’을 지적하며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그 자신도 방송을 하고 나서 서평을 쓰면 굉장히 수월하게 글이 써지더라는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 이유는 말을 하면서 생각이 정리되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전에 개요를 작성하면 잘 써지는 것과 비슷하다.

▲ 강연 중인 이권우 도서평론가. ⓒ 임현정

말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은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말로 서평을 주고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쓰기를 하는 방식으로 독서→독서토론→서평→첨삭의 과정을 추천했다. 최근에는 ‘다시 써보기’도 권유한다고 덧붙였다.

“이 순서를 자세히 보면 혼자→함께→혼자→함께 하는 작업입니다. 혼자서 경쟁하고 함께 협동하는 것을 반복하는 거죠. 공부는 혼자 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경쟁도 하지만 협동도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도 이 두 가지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읽기는 서론부터, 글쓰기 구상은 결론부터

그는 대부분 사람들이 글을 서론, 본론, 결론 순으로 읽고 쓰는데, 글을 구상할 때는 서론부터 구상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고 결론부터 구상할 것을 제안했다. 

“서평을 쓸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나서 입이 근질거려야 합니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이 가장 먼저고, 이것을 요약할 때 논리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요약할 때 저자의 중요도에 근거해서 요약한다면 그건 서평이 아닙니다. 내 주장을 뒷받침할 내용만 요약하는 거죠.”

그는 형식적 요약과 공감하는 요약은 다르다고 말했다.

“세상에 만족하고 있으면 좋은 서평도 못 씁니다. 예민한 문제의식, 사람들과 더 많이 공유했으면 하는 세계관과 가치관이 있어야 좋은 서평을 쓸 수 있습니다.”

그는 책을 읽기만 하고 덮어버리고 나면 무슨 책을 읽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서평 쓰기 버릇을 들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자신은 펜이 없으면 아예 책을 읽지 않는다고 했다. 펜을 들고 중요한 부분엔 밑줄을 그어가며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 강연을 듣고 있는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들. ⓒ 임현정
 
그는 생각을 다 하고 쓴다는 건 위험하다며 일단 글을 쓸 것을 강조했다. 글을 써야 생각하고, 글을 써야 잘 써지기 때문이다. 쓰면서 느끼는 경험이 중요하다며 서평을 쓰기 전 이해도와 쓰고 나서 이해도의 차이를 우리에게 경험해 볼 것을 주문했다.

정말 시간이 없다면 북 섹션이라도 읽으라

“손호철 교수가 자유민주주의국가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정일 만세’라고 해도 괜찮은 나라라고 말한 것에 동의합니다. 근거가 없으면 시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테니까요. 북한체제가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이 더 이상 동경할 만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시민들이 상관하지 않겠죠.”

그는 저널리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논리적 근거인 만큼 꼭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책임질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건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책임을 져야 합니다. 책임지는 훈련을 서평 쓰기로 해나가면 겸손해지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게 됩니다. 내 주장이 근거가 없을 때 스스로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정말 바쁘다면 북 섹션이라도 읽으라고 권유했다.

“북 섹션을 읽으면 남이 차려놓은 밥을 먹는 거죠. 깊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책에 나온 정보를 이해함으로써 사유를 넓혀줍니다.”


 * 저널리즘스쿨특강은 <인문교양특강> <사회교양특강> <저널리즘특강> <문사철특강>으로 구성되며, 매 학기 번갈아 개설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서울 강의실에서 일반에 공개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거야말로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문사철특강>은 도종환, 김진석, 한홍구, 이권우, 이주헌, 장승구 선생님이 맡았는데,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를, 강의를 함께 들은 담당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방학 동안 <단비뉴스>가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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