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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 등록금? 다 나한테 물어봐
학생 블로거 ‘하인리히’, 대학가 정보 집대성해 이슈화
2011년 02월 20일 (일) 12:19:23 민보영 기자 orintee@danbinews.com

등록금 인상한 대학, 개학 앞두고 분위기 뒤숭숭

캠퍼스에 봄이 오고 있지만 예년의 봄 같지는 않아 보인다. 개강을 앞둔 대학가 분위기가 뒤숭숭한 곳이 많다. 등록금 책정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학생과 부모가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들이 파행을 거듭한 데다, 등록금을 동결할 것 같던 대학들조차 상당수가 인상을 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 신분으로 등록금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는 한 누리꾼이 인터넷 상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인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각각 ‘Heinrich’, ‘kor_Heinrich’ 아이디를 사용하는 이(이하 하인리히, 이름을 밝히지 않은 블로거)다.

   
▲ '하인리히'의 티스토리 블로그 메인화면.

지금까지 등록금 인상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정부나 시민․학생단체가 주축이었는데, 학생 신분으로 블로거를 운영하며 등록금 문제를 이슈화하는 데는 ‘하인리히’가 독보적이다. 현재 대학에 다니는 한 티스토리 이용자는 하인리히에게 ‘내가 다니는 학교인데도 몰랐던 사실을 알려줘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대학저널> <한국대학신문> 등 대학 관련 언론사들도 그한테서 자료를 구하고 취재를 한다.

   
▲ 트위터를 이용하는 대학생과 메시지를 주고 받는 '하인리히'(위)와 메일로 제보해온 한 대학생의 메일(아래).

‘하인리히’는 지지난해 말 ‘티스토리’에 블로그(http://heinrich0306.tistory.com/)를 개설해 등록금 문제 뿐 아니라 다른 대학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자료 등을 대거 포스팅해 왔다. 홍대 노동자 사건, 총학생회 선거 잡음, 이사장 비리 등 현재 이슈가 되는 대학사회의 사건사고와 이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담았다. 트위터에서는 팔로우한 지인들과 대학 현안 관련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교류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ㆍ동결 대학 명단 35차례 업데이트

눈에 띄는 대목은 블로그 메뉴 중 ‘등록금 이야기’에 담긴 2011년 대학가 등록금 인상 관련 자료들이다. 하인리히는 등록금 책정 시기인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실시간으로 등록금 책정 현황을 갱신 중이다. ‘2011년 등록금을 동결/인상한 대학교 명단’은 2월 20일 현재까지 35차례 업데이트된 상태다. 대학정보 알리미(대학정보 공시센터), 중앙일보교육개발연구소 자료와 트위터에 팔로우된 대학생들의 메시지를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했다.

   
▲ 35차례 등록금 인상을 갱신한 명단.
   
▲ 갱신내역에 대한 세부설명(위)과 한 누리꾼의 반응(아래).

등록금 책정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일 말고도 등록금심의위원회 파행, 등록금동결/인하 대학의 시사점 등 등록금 관련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 글도 돋보인다. ‘등심위 의무화 법안,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포스팅은 등록금심의원회 운영이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문제점을 법령에서부터 집어내고 있다. 

등록금심의위원회는 학생과 학부모 등이 등록금책정 과정에서 의견을 낼 수 있는 등록금 심의기구다. 그러나 강제성이 옅고 참가인원수가 확정되지 않는 점, 결정권한이 없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하인리히’는 트위터나 블로그에 개인적으로 방문하는 대학생들이 ‘이리 많은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했는데, 우리학교는 왜 인상하는지 화가 난다’, ‘우리학교 등록금 협상과 관련한 자료를 이메일로 보냈으니 확인 좀 해달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20대 초반 휴학생인 그는 현재 개인적인 업무와 블로그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 이사장 비리 문제 등 대학 이슈는 불거지는데 ‘패거리 싸움’만 하는 학생회를 두고 회의를 많이 느꼈던 그는 자신이 직접 블로그를 만들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기로 마음먹었다. 140여개에 이르는 포스트들은 정치, 사회, 경제 분야에서 일어나는 이슈에 대한 본인의 의견들로 엮여 있다.

언론인 지망생으로서 대학 관련 여론형성에 기여

   
▲ 학생 블로거 '하인리히'의 트위터와 멘션.

“저는 언론인을 지망하지만, ‘스펙’을 쌓으려는 목적은 아녜요. 대학 다니면서 부조리하다고 느낀 것들을 다른 대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생각을 정립하는 건 20대 때 할 수 있는 특권이니까요. 제 또래 다른 대학생들이 어떤 의견을 갖고 살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가 대학사회에서 본 대학생들은 꽤 진취적인 편이었다. 재작년 연세대 총학생회, 작년 고려대 총학생회, 올해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운동권 선본이거나, 이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비운동권 후보였다.

“대학생들이 취업해야 하는 현실과 386 기성세대들의 분위기가, 학생들의 의견 표출 통로나 기회를 막고 있다고 생각해요. 불만을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상황이죠.”

그는 등록금 문제 말고도 대학학과 구조조정을 큰 문제로 꼽았다. 중앙대의 민속학과 폐지, 청주대의 어문계열 학과 집단 폐과, 서울대 법인화 등이 그것이다. 대학의 장기적인 존립을 위해 구조조정은 필요하나, 그 대상이 ‘돈 안 되는’ 인문학, 자연과학 등이라는 점이 아쉽다는 것이다.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고 배워나가는 교육기관이잖아요. 그런데 자본의 논리로 대학을 운영하다보니 이런 본연의 의미가 자꾸 퇴색되는 것 같아요. 자본도 결국 사람 편하자고 사람이 만든 것 아닙니까?”

‘하인리히’는 3월 초까지 등록금 책정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갱신하고, 개강 이후부터는 학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등록금 책정 과정에서 고려대, 서강대 등 학교측이 등록금심의위원회와 학생측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던 행태와 비슷한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고발한다. ‘서울대 법인화’ 로 불거진 전국 국립대의 법인화 문제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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