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민주화 확산 시간문제...한국 ‘탈석유’전략 시급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2주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데요, 지난 30년 동안 무바라크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참아오던 이집트 국민들이 마침내 봉기하게 된 데는 경제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고 하죠?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그렇습니다. 이번 시위는 ‘정치적 자유’와 함께 ‘빵’을 요구하는 민중 봉기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구조적인 경제요인으로는 우선 극심한 부패 속에서 이집트 사회의 양극화, 즉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돼 온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일가가 해외에 빼돌린 재산이 70조~80조원으로 추정되는 반면 하루 2달러, 우리 돈 2400원 미만으로 사는 극빈자가 8천만 인구 중 40%에 이른다고 합니다. 청년실업률은 20%를 넘고요. 여기에 봉기를 ‘촉발’한 경제요인이 있는데, 바로 최근 몇 년 사이 심각해진 식량난과 인플레이션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중국과 인도 등의 식량 수요가 늘고 기상이변으로 공급은 줄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량난이 심해지고 있죠. 이 때문에 밀 등 주곡을 수입하는 이집트 빈곤층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게다가 식품 등 생필품 가격이 최근 수십 퍼센트씩 상승해 ‘더 이상 못 살겠다’는 비명이 터져 나온 것입니다. 사실 물가상승은 요즘 우리도 심각한데요, 이런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배경에는 미국이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달러를 마구 찍어낸 ‘양적완화’ 정책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집트 사태의 배경에 미국 중앙은행이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시위 사태 중동까지 번지면 제3차 오일쇼크 가능성도

홍: 이런 상황에서 인근의 튀니지가 지난 1월 중순 민중 봉기로 독재자를 쫓아낸 게 결정적인 자극제가 됐겠죠?

제: 그렇습니다. 튀니지에서도 극심한 경제난 등으로 민중봉기가 있었는데, 23년간 집권한 벤 알리 대통령이 국외로 탈출하는 결과를 이끌어 냈죠. 여기에 이집트 시민들이 용기를 얻었을 것입니다. 이집트의 정치일정도 변수가 됐습니다. 오는 9월 대통령선거가 있는데 6년 임기를 이미 5번이나 채운 무바라크가 재출마하거나 아들을 내세우려해, 민주세력이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이 됐을 것입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난 30년간 ‘비상사태법’을 통해 계엄 통치를 해 왔는데, 야당이 대통령후보를 낼 수 없게 원천봉쇄하고 언론에 대해 철저한 검열을 하고 경찰의 고문 등으로 국민을 억압해왔습니다. 그러나 언론통제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그리고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가 이집트인에게 해외소식을 알리고 시위를 결집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홍: 일단 시위대에 밀려서 무바라크 대통령과 아들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시위주도 세력과 대화도 시작했는데, 이집트 사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세계경제에도 상당히 다른 파장이 있겠죠?

제: 무엇보다 핵심은 석유 문제, 즉 석유 공급의 안정성과 가격 변동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집트가 평화로운 정권교체 대신 소요가 확산되는 방향으로 간다면 우선 수에즈 운하를 통한 석유수송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지역의 수에즈 운하와 수메드 송유관을 통해 중동에서 유럽 등지로 배송되는 원유량이 세계 공급량의 2% 정도 되는데요, 양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지만 여기 문제가 생길 경우 국제가격에는 큰 변동을 초래하게 됩니다. 만일 민주화 시위가 인근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요르단 시리아 등 중동 각국으로 확산된다면 더 큰 충격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이게 바로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인데요, 이 경우 원유공급에 전반적으로 심각한 차질이 생기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제3차 오일쇼크’가 올 수도 있다는 전망입니다. 

석유 패권 위한 미국의 독재정권 지원에 책임

홍: 이집트 정정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는 미국의 태도가 큰 변수가 될 수 있는데, 바로 이 석유와 관련한 이해관계 때문에 미국이 지금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죠? 

제: 미국은 지난 30년간 무바라크 정권을 지원해왔습니다. 무바라크가 친미, 친이스라엘 노선을 취함으로써 중동에서 미국의 석유공급망(오일루트)을 지켜주고 미국 기득권층의 최대 민족적 뿌리인 이스라엘의 안전을 지켜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오바마 정부는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를 원론적으로 지지하면서도,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을 통한 급속한 정국 변화는 원치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만일 무바라크가 물러나고, 대안으로 부상한 ‘무슬림형제단’같은 반미 이슬람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이 지역의 석유패권은 물론 이스라엘 보호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홍: 그런데 사실 미국은 중동의 석유패권과 이스라엘 보호라는 두 가지 목적으로 독재정권들을 지원하면서 이 지역의 민주화를 막고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제: 네, 그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미국 콜럼비아대 라시드 칼리디 교수는 언론인터뷰에서 “이번 이집트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중동정책은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파산상태에 이르렀다”고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73년 1차 오일쇼크 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는데, 이후 미국정부는 안정적인 석유 확보를 위해서 중동의 독재정권들을 지원합니다. 이들이 체제 위협세력을 제거할 수 있도록 군사무기를 제공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이들이 벌어들인 오일머니는 미국 국채를 사도록 하는 거래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중동 민주화가 지연되고 민생은 피폐해지고, 그 결과 민중의 불만 속에 오히려 극단적인 이슬람 테러세력이 자라게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9/11테러 공격도 이런 맥락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고요. 그래서 이제는 미국이 석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이 지역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중동국가들과 근본적인 관계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문이 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구조' 전환 시급

홍: 이집트 사태는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고 전 지구적인 문제의 축소판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시간의 문제는 있겠습니다만 언젠가는 인근 중동국가에도 민주화 열풍이 확산되지 않겠습니까? 그럴 때마다 유가가 크게 출렁일 텐데,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이집트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 다른 중동지역으로 확산되느냐 여부에 따라 현재 배럴당 90~100달러 선인 석유가격이 상반기 중 110~120달러로 오르거나 극단적인 경우 2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로선 이런 극단적 시나리오는 절대 피하고 싶죠. 특히 이런 사건성 가격변동 말고도 근본적으로 석유공급량의 한계, 즉 ‘오일피크’가 임박했거나 이미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석유가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우리가 그동안 말로는 많은 얘길 했습니다만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연료 개발을 구호로만 떠들 게 아니라 경제의 명운을 걸고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에너지소비자체를 줄이는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출대기업 등에게 산업용 전기를 원가에도 못 미치게 공급하는 구조를 바로 잡아서 전력소비 절감을 유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2월 9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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