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종사자의 각성과 연대, 시민사회 감시운동 절실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이원재의 생생토크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오늘은 ‘경제와 언론’을 주제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한겨레 경제연구소 이원재 소장 나오셨습니다. 두 분 다 기자생활 하셨고 제 교수님은 이제 후배 언론인을 양성하는 교수로, 이원재 소장님은 경제전문가로 활동하시는데, 내부에 돌을 던지는 기분이라 이 주제로 말씀하시기가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죠?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눈치가 보인다기 보다 형편을 잘 알기 때문에 약간 주저되는 순간은 있어요. “왜 그렇게 밖에 못하나?”하고 따끔하게 비판하려다가도 언론사들이 처해 있는 경영난 등 현실적인 여건이 떠오르는 것이죠. 그렇지만 언론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고,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바르게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 소리를 하는 편입니다.

박: 경제와 언론은 어떤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 언론은 정보가 유통되는 채널이죠. 그리고 여론이 형성되는 공론장이고요. 경제 주체인 개인, 기업, 정부가 필요한 정보를 얻고 의견을 개진하고 또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언론에 의존합니다. 그 중 대기업이나 정부 같은 경우는 별도의 고급 정보 채널 같은 게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거의 전적으로 대중매체에 의존하기 때문에 대중매체가 얼마나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고 공정한 의견 형성 기능을 하는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정보와 의견을 전달하는 언론이 투명하고 정직하고 정확해야 하고, 사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왜곡되거나 변형되어선 안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누군가는 부당한 이익을 얻고 누군간 억울한 피해를 입는 것이고 나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도 장애가 생깁니다.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경제 정보와 의견을 전달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기능을 맡고 있는 언론이 자본이나 권력의 이해관계에 의해 상당히 왜곡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권력이나 자본, 즉 힘을 가진 쪽은 부당한 이익을 얻지만 그렇지 못한 쪽은 피해를 보는 일이 왕왕 생기고 있죠.

박: 이 소장님은 경제와 언론의 관계, 어떻게 보십니까?

이원재(한겨레 경제연구소 소장): 일단 경제는 의사결정입니다. 소비의사결정, 고용의사결정, 투자의사결정 등이죠. 만일 정치의사결정에서 투표를 하면 당선된 정치인이 내 생활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경제 분야의 의사결정은 하루 뒤든 한 달 뒤든 일 년 뒤든 바로 직접 이해관계가 나타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의사결정을 잘 하기 위해 좋은 정보가 필요한데, 경제기사를 작성하는 주체들이 기사를 읽는 대중 외에 다른 많은 ‘플레이어’들을 생각하고 기사를 쓰면서 왜곡이 일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대기업이 특정 언론사에 대해 광고를 많이 줬다가 갑자기 덜 줬다 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이런 일들 때문에 다른 영역의 기사전달체계보다 훨씬 복잡하고 풀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경제뉴스가 불러오는 나비효과

박: 제 교수님, 그래서 기사를 누가 쓰고 제목을 어떻게 뽑느냐, 팩트(사실) 중에서 어떤 것들을 취사선택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확 뒤집힐 수 있는데, 경제뉴스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제: 영향을 준다는 의미를 조금 좁혀서 부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하는 변수, 즉 경제 기사를 왜곡시킬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살펴볼까요. 우선은 광고주의 이해관계입니다. 신문방송의 주 수입원이 광고다 보니, 언론사들이 광고주가 좋아하는 기사는 쓰고 광고주가 싫어하는 기사는 피해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예를 들면 광고계의 큰 손인 재벌기업들이 내놓은 신상품이나 기업인의 동향 등에 대해 미사여구를 동원해 필요이상으로 홍보해주는 기사는 넘치죠. 반면 재벌이 잘못한 것, 비리와 부조리를 저지른 것에 대해 매섭게 비판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또 언론사의 소유주나 경영진의 이해관계도 작용합니다. 언론사주나 경영진이 어떤 정치 집단과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특정 정당이 내놓는 경제 정책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정파성이 드러나기도 하고요. 또 그 언론사의 사주가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다면 부동산 경기부양을 촉구하는 기사가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면을 만드는 사람, 방송 프로를 제작하는 사람, 즉 편집보도국의 간부나 기자들의 이해관계가 작용하기도 합니다. 제작하는 사람들이 어떤 정치적 성향이나 경제적인 판단을 갖고 있고 또 어떤 취재원과 친한가 안 좋은 사이인가 등에 따라 작용하는 부분이 있죠. 또 하나는 제작하는 사람들의 전문성입니다. 피디나 기자나 작가들이 경제 현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또 성실히 확인하고 보도하는가에 따라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가 이뤄질 수도 있고 왜곡된 보도가 나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저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경제 정보가 생산되는 시스템 전체를 말씀드렸으면 하는데요. 취재원들의 이해관계도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면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업이 활성화되고 거래가 많아지고 부동산 가격이 뛰어오르면 이익을 보고 그렇지 않으면 손해를 봅니다.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람에겐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피해를 볼 소비자의 입장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의존해서 기사를 쓰게 되면 객관적인 정보가 생산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이 의존할 수 있는 객관적인 부동산 전문가 층이 너무 얇거든요.

제: 그렇죠. 주식 기사 같은 경우도 증권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대다수가 증권시장이 활황이고, 투자자가 늘어나길 원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증시부양 쪽에 편중된 정보를 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하겠습니다.

박: 이 소장님, 어떤 기사가 생산되면 그것이 경제에 주는 나비효과 같은 것이 있죠?

이: 지난 2004년에 제가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한 헤지펀드 컨설팅 회사에서 잠깐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한국 등 동아시아 경제를 예측하는 보고서를 썼는데, 한국인은 저밖에 없었기 때문에 기대가 집중됐죠. 그래서 한국 기사를 찾아봤더니 온통 ‘위기’로 도배가 돼있더군요. 객관적으로 볼 때 상황이 나쁘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러면 아무리 월가의 날고뛰는 분석가라도 그걸 넘어설 수는 없어 비관적인 리포트가 나오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 줄 아십니까? 우리가 참고했던 신문, 방송에서 그 리포트들이 다시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는 거죠. ‘월가에서 이렇게 어렵다는 리포트가 나왔다’는 식으로 증폭이 되는 겁니다. 그렇게 악순환이 되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보면서 언론이 중심을 잡지 않고 한 방향으로 주관을 실어 보도를 하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오도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왜곡과 편가르기 보도 경계해야

박: 제 교수님이 보시기에 우리나라 언론은 한국 경제에 대해 엄밀하게 사실과 진실을 전달하는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까?

제: 저도 기자를 했던 입장이고, 지금 언론인이 되려는 제자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렇게 말하게 돼서 슬픈데, 그렇지가 못한 게 현실이죠. 있는 그대로의 사실, 독자들이 알아야 할 진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고, 나라 경제가 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 경제 주체들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와 심층 분석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언론이 좋은 역할도 하고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까 제가 경제보도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변수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우선은 진실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 언론의 정파성입니다. 경제 보도에서도 편 가르기가 나타나는 거예요. 정책의 핵심을 놓고 중요한 쟁점을 끌어내면서 여론을 건전하게 형성해 나가는 하는데 정치적 입장에 따라 먼저 편을 갈라놓고 자기의 논조를 합리화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죠. 독자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옳은지 헷갈릴 수밖에 없죠. 또 한 가지는 아까 광고주 이야기 했습니다만,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의한 왜곡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죠. 이에 덧붙여 최근에는 언론사들이 온라인 경쟁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광클’을 부르는 제목과 선정적 보도에 목을 매는 경향이 있어요. 이것은 정파성이나 경제적 이해관계를 떠나 또 다른 차원에서 경제기사의 왜곡을 낳죠. 이렇게 왜곡되고 부풀려진 정보가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건전한 여론 형성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박: 이 소장님, ‘경제는 논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왜곡을 못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죠?

이: 일반적으로 숫자를 인용하면 믿음이 더 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환상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작년에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잖습니까?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둘러싼 경제전문지 등 일부 매체들의 보도는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원래 이 행사가 갖고 있던 좋은 취지마저 훼손할 정도였죠.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회의가 21조 5천억 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황당한 얘기죠. 한국무역협회는 31조 2천억 원 등 경쟁적으로 높은 숫자를 내놓았는데 이걸 옮겨 쓴 사람들조차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미치는 효과는 클 수 있죠. 더 중요한 건 언론사들이 어떤 이해관계에 의해 특정 방향으로 보도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마음 놓고 인용할 수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숫자와 통계를 인용하기 때문에 경제뉴스가 객관적이라고 믿는 것은 현재의 한국 상황에선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이 숫자를 만드는 연구기관들이 스스로 각성하는 것도 필요한데, 이 연구기관들이 또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이들로부터 독립된 질 높은 경제 분석과 연구가 이뤄져야만 이런 현실이 극복될 수 있고, 기자가 개인적으로 아무리 윤리적으로 투철하다 해도 인용할 수 있는 객관적 수치가 나와야 인용할 수 있기에 이런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다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 통계 숫자가 자의적으로 왜곡되면 무섭다는 것, 전문가가 어떤 이해관계 때문에 거짓말을 하면 더 무섭고 추악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언론사들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누락시키는 걸 넘어서서, 사실을 만들어가는 ‘플레이어’의 역할을 한다는 게 더 큰 문젭니다. 예를 들면 최근 영리 병원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옵니다. 제약 업계에 대한 기사도 많고요. 의약업을 세계화하고 선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들 분야가 앞으로 출범할 종합편성채널의 주주나 중요한 광고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거든요. 영리병원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에 대해선 서로 반대되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미국 유럽 등에 다양한 사례들이 있는데 유리한 경우들을 인용하며 보도하죠. 이렇게 스스로 ‘플레이어’가 되어서 영리병원 만들고, 영리병원이 광고를 하게 만들고, 그래서 하나의 산업을 만들려 하는 것은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 내부 각성과 소비자의 결집 필요

박: 요즘에 매체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취재 기자들의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회사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기자들 중에서도 지금 여기 이 소장님이 계시지만 전문가적 식견을 가진 기자들도 상당수 있고요. 그렇지만 훨씬 많은 수의 기자들이 사실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언론사들의 기자 훈련 과정, 언론사들의 인사 정책 등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경제관련 매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를 내보내는 경우도 많고, 기성 언론에서도 회사의 인력 정책에 따라 경제에 대해 아무런 기초가 없는 기자들을 곧바로 현업에 투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빨리빨리 많은 기사를 써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기 때문에, 기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성실하게 확인하지도 못한 채 엉터리 기사를 쓰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경제 분야는 늘 새롭고 어려운 얘기들이 쏟아지는 분야니까 경제 기자들에겐 사실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합니다. 일부 언론사의 경우는 기자에게 국내외 대학에서 연수할 기회를 주기도 하는데, 더 많은 경우는 소모적일 만큼 여러 부서를 돌며 일하다 보니 공부할 시간을 갖기 어렵죠. 또 언론사들이 재정적으로 어렵다 보니 사람을 많이 뽑지 못하고, 적은 인원으로 많은 기사를 써내다 보니, 홍보조직을 잘 갖추고 있는 정부나 대기업에서 거의 기사체로 만들어 준 보도 자료를 베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내용들은 생활인인 독자 입장에선 거의 필요 없는 것들이죠. 생활인 입장에서 궁금한 부분에 대해 언론이 발로 뛰고 확인해서 세세한 내용까지 충실히 다뤘으면 좋겠는데 그런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죠. 또 시간을 두고 공을 들여서 우리 산업 분야 전반에 쌓여있는 구조적 비리나 부조리를 파헤치는 기사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박: 요즘 미디어가 나날이 늘어나고 종편채널까지 생기게 됐는데, 이렇게 되면 언론과 광고주인 기업의 관계가 더욱 수직적이 되지 않을까요?

이: 말씀하신대로 지금 언론이 정치권력의 눈치는 거의 보지 않지만 광고주인 기업의 눈치는 상당히 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미디어 기업은 늘고 있는데 한국기업들의 독과점화가 진행되면서 광고주의 수는 줄고 있죠. 언론의 힘이 약해지면서 지켜야 할 가치들을 지킬 힘마저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종편 채널은 아주 심각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동안 금기시 했던 의료와 영리를 연계시키는 것이라든가 한국인들이 전통적으로, 문화적으로도 금기시 했던 것까지 깨뜨리려고 하는 시도들이 계속되지 않을까 우려가 많이 됩니다.

박: 제 교수님은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되니까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학생들에게 자본과 현실적으로 타협이 필요하다고 가르쳐야 할 지, 원론적 자세만 강조하다가는 ‘그럼 저널리스트는 풀 뜯어먹고 사는가’하는 반론도 받으실 것 같은데요.

제: 글쎄요. 예전에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하는 독재치하에 살 때는 ‘이게 언제 무너질까, 영원히 가는 건 아닐까, 가망이 있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죠. 지금 학생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자본이라는 게 너무나 강하고 영속할 것 같은데, 과연 우리 언론에 희망이 있을까’하는 생각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엄혹한 독재 치하에서도 탱크를 향해 돌을 던지며 세상을 변화시켜 온 것처럼,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가르칩니다. 우리가 정치권력을 5년마다 바꾸는 민주주의를 하고 있죠. 그런데 대자본이라는 것도 영원무궁할 것 같지만 20년, 30년 이상 못 가는 기업도 많고 소비자의 힘, 시장의 감시를 통해서 기업들도 명멸합니다. 우리에게는 민주적인 시민의 힘, 소비자의 힘이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바른 방향으로 결집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사실 언론이죠. 그래서 우선은 언론 내부의 종사자들이 각성하고 노력해야 하고요, 언론 외부에서도 소비자의 힘, 시민들의 힘을 결집시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비판과 감시 통해 언론 변화를 추구해야

박: 그렇죠. 변화할 수 있다고 믿어야만 가능하죠. 하나의 당위인거죠. 이 소장님, 청취자 입장에서 여쭤보면 요즘은 경제뉴스를 읽는 능력도 중요한 시대가 됐어요. 경제 뉴스가 어렵다고 한두 번 피하다보면 경제 소외 계층이 되버리기 까지 하는데, 독자 입장에선 어떤 자세가 필요하겠습니까?

이: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이라는 측면이 하나 있겠고, 정보를 습득하는데 그것이 정말 맞는 말인지 아닌지 균형을 잡는 능력이 있겠습니다. 후자에 초점을 맞춰 말씀드리면, 첫 번째로는 절대 중립은 없고, 어딘가 이해관계는 있다, 그것을 같이 읽어야 한다는 측면을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부동산 기사를 보면 부동산 업계의 입장인지 부동산 소비자의 입장인지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왜곡된 보도를 하는) 어떤 매체와 어떤 기자를 경계하자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박: 블랙리스트 만들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에요?(웃음)

이: 네 나쁘지 않은 생각입니다. 사실 빵에서 이물질 나오면 그 빵집이 엄청난 소비자들의 저항을 받고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하는데, 기자는 편중된 기사를 쓰고도 잘 지내는 것, 독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는 겁니다. 특히 사실 관계와 의견을 섞어 쓰는 기사를 경계하고, 당위, 어떻게 돼야 한다는 것하고, 예측,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섞어 쓰는 사람은 경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숫자를 너무 절대시하지마라, 숫자 안에는 이해관계와 시각이라는 것이 들어있다는 것을 명심을 하면서 기사를 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 제 교수님,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책, 재테크, 거시경제, 산업, 국제 등 경제기사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각 섹션별로 뉴스 보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제: 일단은 이 소장님 강조하신대로 모든 기사에 대해 ‘비판적 읽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언론에 나왔으니까, 전문가가 한 얘기니까 다 맞겠지 라는 생각보다는 특수한 시각이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고, 여러 매체를 가급적 비교하며 읽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우선 정책 기사의 경우에는 취재원이 명확한가를 따져보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부처의 어떤 국장, 과장이 얘기했다는 게 구체적으로 안 나오고, ‘고위 관계자’ ‘한 관계자’ 등으로 익명 처리된 기사는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취재원을 명확히 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독자 입장에서는 취재원이 불분명한 기사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재테크 관련 기사는 특히 경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금, 보험, 신용카드 등 재테크 특집을 한다면서 기사가 줄줄이 나오는데, 바로 아래 면에 관련 광고가 실린 경우를 많이 보실 겁니다.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기사를 써주는 경우일 수 있는데, 이 때 나쁜 얘기는 안 들어갑니다. 일반적으로 고수익이면 고위험인데, 위험 얘기는 쏙 빼고 수익 얘기만 하면 균형 잡힌 정보가 아니죠. 기업 소식을 다루는 산업 뉴스 같은 경우는 광고주의 이해관계가 작용을 해서, 홍보자료를 확인 없이 베낀 기사일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미화해서 써 준 기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출신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게 다시 한 번 슬픈 느낌이 들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박: 경제 뉴스, 바른 언론의 자리를 찾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 첫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래도 기존의 저널리즘을 경험한 기자들이 많은 언론사에 희망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정치권력과 맞서 싸워 뭔가를 얻어내 본 경험이 있는 저널리스트들이 광고주의 압력과 맞서 편집권 독립 등의 장치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소비자로부터 희망이 생겨야 하는데, 소비자가 의식이 있어야 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제: 저도 언론사 내부의 노력과 외부의 감시 이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은 언론이라는 제품을 만드는 기자나 피디 등 내부 구성원들이 스스로 달라지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지금 많은 기자나 피디들이 사실 패배주의에 빠져있어요. ‘한다고 되겠나’ 하는데, 된다고 믿으면 됩니다. 한 번 자문해 보길 바랍니다. 월급 꼬박꼬박 받기 위해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샐러리맨이 되려고 이 직업을 선택 했나. 아니면 언론을 통해서 우리공동체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겠다는 어떤 뜨거운 마음이 있어서 이 직업을 선택했나. 초심을 돌아보고, 그런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서 변화를 일으키려는 노력, 그것을 위한 연대를 해야합니다. 이를 통해 편집권의 독립 등 제도적 장치를 끌어내야죠. 또 하나는 시민 혹은 소비자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햇볕이 들지 않는 음습한 그늘에서 곰팡이가 피고 음식이 썩죠. 감시나 견제가 없이 언론계 내부에서 끼리끼리 해먹으면 광고주와의 거래를 통해 점점 썩을 겁니다. 소비자들이 지켜보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건전한 언론을 선택해주고, 잘못하는 언론은 외면해버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서 독자들이 얼마든지 의사표시를 할 수 있습니다. 뭔가 이해관계가 개입된 엉터리 기사가 보이면 준엄하게 꾸짖으세요. 언론에 있는 사람들은 여론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스스로 돌아보고 경계를 하게 됩니다. 언론을 건전하게 키우기 위한 시민운동에 참여하시는 것도 좋겠고요. 언론종사자들이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소비자와 시민의 힘이 실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저는 황당한 생각을 해 본 적도 있습니다. 우리가 정치자금 10만원 후원하면 세금 환급해주듯 양심적인 언론사를 후원하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대신 해당 언론사들은 전체 매출액 대비 광고비중을 제한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오늘 두 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2월 2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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