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자녀 회사에 계열사 거래 몰아줘 편법 재산 증여도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조용래의 생생토크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강추위가 이어진 이번 주엔 세계 경제의 두 축, ‘지투(G2)’라 불리는 미국과 중국 정상들이 워싱턴에서 만났고 나라 안에서는 국무위원 임명을 위한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경제적 도덕성에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또 공직자들의 카지노 배팅 액이 많게는 1백억 원 대였다는 소식과 서민 장바구니 물가가 더 올랐다는 소식이 함께 들려와 쓴 입맛을 다시기도 했습니다. 1월 넷째 주 생생토크, 국민일보 조용래 논설위원,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나오셨습니다. 조 위원님, 국가발전과 부정부패, 이 둘은 비례합니까, 아니면 반비례하는 것이 맞습니까? 

조용래(국민일보 논설위원): 일단 나라가 발전할수록 부정부패가 줄어든다고 봐야겠죠. 개별 구성원의 자질도 향상되고, 구성원의 재량에 의존하기 보다는 시스템과 제도로 감시되고 점검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경제가 성장하고 선진국이 될수록 재량권에 의해 휘둘리는 부정부패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보면 최근 복지지원금 운영에서 구멍 뚫린 사례가 발견된 것처럼 한 사람이 재량을 가지고 운영하는데 제대로 감시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죠. 투명성, 상호견제와 같은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에서 부패가 싹틉니다. 제도적인 보완이 많이 필요합니다.      

: 공직자들이 대거 관련된 강원랜드 사건에서 도박 배팅 금액이 1백억 원에 달하는 공기업 사장까지 나왔습니다. 과연 이 분들 도박자금이 어디서 나왔겠느냐, 그 많은 돈을 장모님에게 물려받은 것도 아닐 테고 말이죠. (웃음) 부정부패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겠죠?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지금 당국에서도 그 엄청난 돈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금을 횡령한 게 아닌가, 민원인들로부터 뇌물 받은 것은 아닌가 알아본다는 것이죠. 사실 공직자가 도박에 빠졌다는 것은 반쯤 정신이 나갔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업무를 정상적이고 양심적․도덕적으로 수행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그 사람이 돈을 만지는 위치에 있었다면 공금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당국이 조사에 나섰으니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이런 짓 하다간 큰 일 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박, 개인의 도덕보다 사회적 차원에서 제동 걸어야

: 조 위원님, 무려 370명의 공직자가 도박에 관련되었다고 하고, 그 중엔 입장하는 데 삼천만 원이 필요한 귀빈실(VIP룸) 고객도 열 명이나 있었다고 하죠? 이 도박이 부패와도 연결돼 있다면 단순처벌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조 :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이니 만약 횡령 등의 혐의가 드러난다면 끝까지 규명을 해서 철저히 되돌리도록 해야겠죠. 저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도박에 관대한 게 문제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예인 신정환 씨도 몇 개월 만에 귀국해서 지금 조사 중입니다만, 최근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게임이 도박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고, 우리 주변에서도 바둑, 장기, 골프 내기 등이 일상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이런 도박성 행위를 자기 돈으로 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남의 돈으로 한다면 더 문제가 되죠. 개인의 도덕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예전에 뇌물을 주는 방법 중에 화투를 치면서 잃어주는 경우가 있었다는데, 이제는 골프를 치면서 잃어준다고 하더군요. 저널리스트들도 출입처 사람들과 심심찮게 골프를 친다고 들었습니다. 냉정하게 보면 이런 것도 접대 아니겠습니까? 함께 골프를 치고 돈을 땄는데 돌아와서 비판적인 기사를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요.

조 : 저도 그런 이유 때문에 골프를 안 치는 데요, 물론 능력이 안 되는 측면도 있고요. (웃음) 아무래도 부정에 휩쓸릴 개연성이 있습니다.

: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도박이 불법 아닙니까? 그런데 삼한시대의 ‘소도’도 아니고 강원랜드에서 하면 불법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다른 것은 안 되는데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는 허용한다는 것 등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 : 도박이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도박 산업 자체도 굉장히 급성장 중입니다. 특히 강원랜드는 공기업 아닙니까? 넓게 보면 정부가 운영하는 거거든요. 지역개발논리가 있긴 합니다만, 정부가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를 열어놓고 그곳에 공직자들까지 드나들며 엄청난 돈을 탕진하게 만든 시스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폐광지역을 살리기 위해 카지노를 만들었다는데 사실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 별로 없습니다. 거기 드나들다가 가산을 탕진하고 패가망신, 노숙자가 된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하고, 여성들 중에는 도박으로 모든 것을 잃고 유흥업소에 머물게 된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돈벌이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국가가 직접 경영하는 도박 산업을 방치해도 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요즘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카지노를 더 늘려야 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 심지어 북한 도발을 막기 위해 연평도에 카지노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더군요.

제: 우리가 돈을 좀 더 버는 것도 중요하고 나라 경제가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어떻게 벌어서 어떤 성장을 이룰 것인가, 그리고 이것이 국민의 정신과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 도박도 도박이지만 부정부패가 더 본질적인 문젠데, 저는 개인적으로 공직부패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전 재산 몰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제 : 전 재산 몰수도 경우에 따라 필요할 것 같고요, 기본적으로 처벌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함바집 비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건설업에 비리가 많다는 것은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런 데까지 이권이 개입될 정도니 나머지 부분은 어느 정도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이런 비리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사실은 수법이 더 교묘해지고 극악해지는 부패를 보게 됩니다. 그런 사건이 드러났을 때 철저하게 뿌리까지 파헤치고 엄벌로 처단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경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진상규명도 제대로 못하고 사법부로 넘어가 적당히 집행 유예로 풀려 나오고, 가산 몰수는커녕 약간의 벌금에 그친다면 나라경제가 맑아지기 어렵겠죠. 

스티브 잡스 무기한 병가에 세계 경제계 관심 집중   

: 자, 제 교수님은 이번 주 주요 경제 이슈로 어떤 것을 꼽으셨습니까?

제 : 세계 최대 정보기술 기업 ‘애플’사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무기한 병가를 냈습니다. 그러자 애플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폭락하는 등 세계 경제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또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전세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세난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는 소식, 삼화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 후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면서 예금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뉴스도 눈에 띄었습니다.

조 : 요즘 강추위가 지속되면서 전력예비율이 5% 밑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그러자 전기요금이 싸서 수요가 많아 그러니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공공재인 전기 값을 이런 식으로 올려야하는 건지 의문스럽습니다. 두 번째로는 최근 복지논쟁이 달아오르면서 민주당이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을 내용으로 한 ‘무상 3+1’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재원조달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허술한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은 포퓰리즘이니 세금폭탄이니 하면서 복지에 대한 구체적 의제 설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꼽았습니다. 또 한 가지는 자산 순위 30대 그룹이 지난 5년 동안에 계열사를 702개에서 1069개로 50%나 늘렸다는 소식입니다. ‘문어발 재벌’이 흘러간 얘기가 아니라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이제는 ‘문어발’에서 ‘지네발’이 된 것 같아요.(웃음) 저는 공공요금 문제, 복지논쟁, 영리의료법인 문제, 이 세 가지가 인상 깊었습니다. 먼저 스티브 잡스 얘기를 해볼까요?

제 : 한 나라의 대통령도 아니고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병가를 냈다는 소식이 세계 증시를 뒤흔들 만큼 큰 뉴스가 됐다는 것, 이채로운 사건입니다. 그만큼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이 정보기술 시대의 아이콘으로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겠죠. 애플이 보여주는 상징성, 즉 창의력의 발현이라든지 협력을 통한 새로운 산업생태계 구성 등 미래지향적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 것 같습니다. 그 정점에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이 있는 것이죠.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연속타를 날리면서 시가총액기준으로 액손모빌에 이어 미국 2위 기업에 올랐습니다. 이러한 애플의 성장이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이 없었다면 가능했겠는가 하는 질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잡스가 아파서 무대를 내려갈 지도 모른다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걱정 하는 것이죠. 만약 스티브 잡스가 더 이상 애플을 이끌지 못하게 된다면 애플은 그저 평범한 IT 기업의 하나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 정도 되면 얼마나 아픈 건지, 언제 돌아올 수 있는 건지 정보를 공개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벌어지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췌장암도 극복하고 간암으로 이식수술도 받은 후 세 번째 시련을 겪고 있는 그가 이 도전을 멋지게 극복하는 인간드라마를 보여줬으면 하고 기대합니다. 중병에 시달리고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최근 몇 년간 애플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었고 IT산업의 비전을 제시해 온 그가 이번에도 잘 극복하고 돌아와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저도 의사로서 투병생활이 얼마나 힘든 건지 잘 알고 있는데, 그 와중에 몰입해서 성과를 내는 모습이 존경할 만합니다.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에디슨, 퀴리 부인을 말하듯이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을 얘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조 : 스티브 잡스는 ‘잡스 신(神)’으로까지 불리는 사람이죠. 한때 애플을 만들었다가 쫓겨나기도 했는데, 그가 없었던 애플은 지리멸렬했고요. 다시 컴백해서 화려하게 부상했죠. 잡스는 지난 2005년 스탠포드 대학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남이 시키는 일은 하지 마라. 인생은 짧다”고 얘기 한 일이 있습니다. 지금 세 번째 암 치료에 들어갔는데, 잡스가 그동안 IT기업을 이끌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성과를 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애플의 주가를 지지하기 위해 치료를 미루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네요. 제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세 번째 암 투병에서도 회복해서 IT업계의 ‘잡스 신’뿐 아니라 인간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컴백했으면 좋겠습니다.

재벌 신사업 진출, 유통 물류 외식 등 중소기업 업종 많아    

: 잡스가 창의적 기업문화를 이야기할 때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었는데, 우리 기업들을 보면 30대 기업 계열사가 천 개가 넘고 이러한 기업들을 이끌어가는 경영자는 대를 물려서 북한식 세습을 하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기업이 신사업에 진출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우리의 경우는 왠지 걱정스럽게 보입니다. 우선 계열사가 이렇게 많이 늘어난 배경은 뭘까요. 

조 :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라는 게 1989년도에 생겼습니다. 중소기업의 4분의 1 정도는 이 제도의 보호를 받고 해당 산업에 대기업이 끼어들지 못하는 구조였죠. 물론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된 것 자체가 투자여력을 줄여 그 분야의 성장기회를 빼앗는 측면도 있었지만요. 그런데 2000년대 오면서 이 제도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대기업도 돈이 된다 싶으면 중소기업 분야에 뛰어들 수 있게 된 것이죠. 또 한 가지는 2009년에 이명박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한 것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업들의 투자를 늘려 고용기회도 만들고 경기회복도 촉진하기 위해 출총제를 없애야 한다’는 논리가 득세했습니다. 그래서 대기업의 신규투자를 제한한 이 제도를 없앴는데, 이런 것들이 지금 문어발 기업의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그런데 상장기업의 대주주가 자녀에게 편법으로 재산 증여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열사가 늘어난 측면도 있죠?

제: 그렇습니다. 재벌 총수 일가가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 중의 하나가 자녀 명의로 비상장 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해서 그 회사에 계열사들의 거래를 몰아주는 것이죠. 거래처와 물량이 확보돼 있으니 비상장사는 아주 쉽게 돈을 벌고 덩치를 불린 뒤, 상장하는 수법으로 편법 재산 증여가 이뤄집니다. 최근 재벌들이 늘린 회사를 보면 제조업보다 유통, 물류, 외식 등 서비스 계통이 많은데, 그런 분야에서 계열사들의 거래 물량을 몰아주고, 손쉽게 회사를 키웁니다. 사실 외부에도 주주가 있는 상장사들이 대주주의 자녀 회사에 좋은 조건의 거래를 몰아준다면 공개적인 입찰 등을 통해 거래회사를 정한 것에 비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것을 회사기회의 유용이라고 하죠. 더 싸고 좋은 조건으로 거래할 수 있는 회사를 놔두고 관계사를 우대하느라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이죠. 또 새로 만들어지는 비상장사는 중소기업 영역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기존의 다른 중소기업들이 재벌계열사 간의 부당내부거래로 인해서 불이익을 받게 되죠. 상장사의 회사기회 유용, 일반 중소기업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해야 할 일입니다.

: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셨던 분들이 대기업의 고문으로 옮기는 일도 많고, 공정위 직원들이 불법행위로 징계 받는 경우도 꽤 있죠.

제 :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위간부를 하시던 분들이 재벌기업에 많이 나가 있습니다. 좋은 일도 하리라고 생각되지만, ‘어떻게 하면 공정위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있나’에 대해 조언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

박 : 조언만 하면 괜찮은데, 공정위쪽과 수시로 통화까지 하면 문제가 되는 거죠.

조 : 공정위도 그렇지만 예컨대 금융감독원 같은 경우는 퇴직자가 피감독기관의 감사로 가기도 합니다. 총리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우리 대기업들은 너무 공룡처럼 성장하고 있다. 눈 먼 돈도 깨끗한 돈도 더러운 돈도 모두 갖겠다고 한다. 같이 사는 사회에서는 기본적으로 도덕이라는 게 있다”고 얘기 했습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도 “규정의 문제를 떠나 살면서 지켜야 할 규칙, 도덕 윤리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영역에 아무 문제없이 진출하도록 규제를 다 풀어놓고, 이제 와서 뒤늦게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건 사실 웃긴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제 : 대기업들의 도덕적인 각성을 얘기하는데, 도덕적 각성도 필요하지만 정부는 정부가 할 일을 해야 합니다. 회사기회의 유용,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에 법이 상정돼 있는데 그런 것들을 적발해서 외부 주주들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법에 규정되어 있는 부당내부거래를 적극적으로 적발해야 합니다. 있는 제도를 적용해서 바로 잡아야지 ‘대기업들은 각성해 주시오’하는 이야기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죠.  

조 :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말했을 때 기업들은 ‘혹시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 등에 손대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움찔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주라’등 시혜적인 방법만 얘기하고 시스템이나 룰에 따라 문제를 풀어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도덕심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사람들은 이익이 있을 때 도덕심을 뛰어넘어서 움직이죠. 그것을 제어해 줄 수 있는 장치, 시스템이 필요한 것입니다.

대기업 자본재위주 ‘노동절약적 투자'로 ‘고용 없는 성장’ 초래  

: 아까 조위원님이 재벌의 문어발 확장 배경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얘기를 해주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 제 교수님이 조금 부연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제 : 재벌이 이미 가진 자금력과 영향력을 활용해서 마구잡이로 확장을 하다보면 한 계열사의 부실이 그룹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고, 국가경제도 파탄 낼 수 있으니까 그걸 억제하자는 취지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만들었어요. 자산이 10조원을 넘는 대기업그룹에 대해서는 순자산의 40퍼센트를 넘는 출자를 하지 못하도록 묶은 거예요. 그러면 신규투자를 마구잡이로 하기 어렵죠. 그런데 지난 2009년에 ‘기업 프렌들리’, ‘투자촉진’ 논리가 득세하면서 출자총액제한제가 폐지됐습니다. 출자총액제한이 없어졌으니 재벌들은 거리낌 없이 확장을 하고 있는 것이고요. 이렇게 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집니다. 또 이런 경제력 집중이 언론이나 정치 과정, 관료들의 정책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쳐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하는 결과도 낳습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한 명분이 ‘대기업들로 하여금 많은 투자를 하게해서 일자리를 창출하자’였는데, 대기업들은 주로 자본재위주의 ‘노동절약적’ 투자를 하기 때문에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나고 있고요. 그래서 나라 경제는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아 국민 모두가 힘겨운 것 아닙니까? 경제양극화도 심해지고요.

: 오늘 여러 가지 이슈를 다뤄보면서 우리가 ‘공정’에 대해 관념적이 아닌 실천적 고민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제정임 교수, 국민일보 조용래 논설위원 두 분 말씀 고맙습니다.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됐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됐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1월 22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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