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저축은행 정리, 대주주·경영자·감독당국 책임 물어야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며칠 전 삼화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저축은행에 예금한 고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요, 삼화저축은행은 왜 영업정지를 당했습니까?

제: 무엇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치명타였다고 하겠습니다. 삼화저축은행은 지난 2006년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새로운 영역에 진출한 이후 과도한 대출과 부실 경영 때문에 지난해 부채가 자산보다 700억원이나 많은 지경이 됐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대형 부동산 개발 등 위험이 큰 사업에 주로 사용되는 자금 조달 방법이죠. 금융회사가 사업주의 신용이나 담보 보다는 사업 자체의 경제성을 믿고 돈을 빌려 주고, 사업이 진행되면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대출을 회수하는 금융기법입니다. 사업이 성공할 경우 이자는 물론 배당 수익도 올릴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대출 원금까지 잃을 위험이 있죠. 지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침체하면서 PF 대출을 많이 했던 저축은행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의 마구잡이 PF대출이 뇌관 

홍: 말씀하신 것처럼 PF 부실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이 한 두 곳이 아닌데, 그렇다면 삼화 같은 영업정지 사례가  더 나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그 부분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당분간 영업정지를 받을 만한 저축은행은 더 이상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105개 저축은행 가운데 적기 시정조치 대상이 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5% 미만의 부실 회사는 5 곳뿐이고, 이들에 대해서도 조치가 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시중엔 ‘혹시나’하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시기부동산 PF에 ‘묻지 마’식의 마구잡이 대출을 했는데, 2006년 말 대출 잔액이 11조6000억원으로 1년 새 거의 두 배로 불어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돈이 회수되지 않으면서 골병이 든 것이죠. 정부가 부실채권 매입을 위해 이미 4조5000억원을 투입했지만 저축은행의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6월 8.7%에서 지난 연말 24.3%로 급증했습니다. 그래서 저축은행들을 ‘경제의 지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홍: 그런데 저축은행들이 이렇게 부실화된 데는 당국의 잘못된 정책과 부실한 감독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있죠?

제: 그렇습니다. 우선 저축은행의 영업확장, 즉 ‘대형화’를 유도한 금융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대표적으로 `8·8클럽`과 `예금자보호한도 인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에 나온 ‘8·8클럽’ 정책은 BIS비율이 8% 이상이면서 고정이하여신(부실자산)비율이 8% 이하인 우량저축은행에 대해 대출규제를 완화해 준 것입니다. 이들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동일인 여신한도를 `80억원 이내`에서 자기자본의 20%까지 완화한 것이죠. 이게 어떤 의미가 있냐면 한 사업자에게 80억원까지 밖에 대출을 못하던 저축은행이 경우에 따라 1000억대가 넘는 대출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2001년에는 저축은행의 예금보험 보장한도를 1인당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려, 서민이 아닌 자산가들까지 고금리를 노리고 저축은행으로 몰려오도록 했습니다. 이로 인한 수신 급증이 대출자산 버블과 대규모 부실을 일으키는 바탕이 됐다는 지적입니다.  

위기 부른 정부의 규제완화, 인수합병 정책 돌아봐야

홍: 저축은행끼리 인수합병(M&A)을 장려한 정책도 문제 아니었습니까?

제: 그렇습니다. 인수합병도 저축은행 대형화의 계기가 됐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05년부터 저축은행 간의 자율적인 M&A촉진책을 폈습니다. 인수 이후에도 BIS비율이 7% 이상이거나 일정 기간 내에 7%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면 다른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또 2008년에는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저축은행이 서울 등 영업구역 외에 지점을 최대 5개까지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줬습니다. 이렇게 해서 계열관계에 놓인 저축은행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PF사업장 한 곳에 집중적으로 대출하는 등 쏠림현상을 보인 탓에 동반부실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또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측이 손실 만회를 위해 공격적 영업을 하면서 부실화되는 악순환도 나타났습니다.

홍: 사실 PF 문제 등으로 인한 저축은행들의 부실화 얘기가 어제 오늘 지적된 것이 아니었는데, 제때 수술하지 못한 부분에서도 당국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제: 저축은행 부실문제는 무엇보다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무능력, 도덕적 해이, 불법 행위 등에 원인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방조하거나 확대해 온 감독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서두르면서 ‘금융권 공동계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 모든 금융회사가 내는 예금보험기금의 절반을 공동계정으로 활용해서 구조조정에 쓰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에 대해 야당 등에서는 국회가 통제하는 공적자금투입방식을 써야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부실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도대체 감독당국은 뭘 했는지, 책임을 져야 할 관료는 누구인지 등을 국회에서 제대로 따진 다음에 자금을 투입하자는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저축은행 부실이 책임이 있는 감독 당국의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할 것입니다.

홍: 아직 저축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뱅크 런’이 심하진 않지만,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그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일단 금융당국은 당장 추가로 영업정지 받을 저축은행이 없는데다 장차 어느 정도의 ‘뱅크 런’이 일어난다고 해도 각 저축은행의 지급준비금 외에 저축은행 중앙회의 담보대출 및 긴급자금 대출이 준비돼 있어 문제가 없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그러나 현재 부실이 심한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6~7곳의 저축은행은 당장 예금 인출로 몸살을 앓고 있고, 비교적 우량한 저축은행에서도 평소보다 많은 예금 빠져나가고 있다고 하니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일단 5천만 원까지 예금보험에서 지급보장이 되니, 예금자들은 너무 동요하지 않은 것이 좋겠습니다.


*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1월 19일자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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