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함께하는 시민 있어 희망 찾는 홍익대 청소노동자들

▲ 홍대 교정에 걸린 현수막. ⓒ 정혜아 

“널리 인간을 해롭게 하는 홍익대, 정신 차리고 정리해고 철회하라!”

“아주머니, 아저씨 힘내세요!”

14일 저녁 9시, 홍익대 교정은 조용했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 탓인지 인적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나무와 기둥에 매달린 수십 개 현수막의 구호들이 지금 이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뜨겁게’ 보여주고 있었다.

색깔도 활자도 다양한 현수막에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弘益)’는 학교 이름 뜻을 비틀어 재단 측을 공격한 구호도 있고, “학생들의 진심을 믿어주세요”등 외부의 비난을 의식한 듯한 구호도 보였다.

 ‘한 달 급여 75만원, 하루 식대 300원’의 열악한 처우 개선 요구

▲ 문헌관 1층에 걸린 후원 방명록에는 후원자 이름과 물품이 적혀있다. ⓒ 정혜아 
홍익대의 청소 및 경비노동자 140여 명은 이날로 12일 째 대학 본관인 문헌관에서 농성 중이다. 지난달 2일 노조를 결성한 이들은 ‘한 달 급여 75만원, 하루 식대 300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대학 측이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비노조원 30여 명과 함께 전원 해고됐다. 이들은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며 지난 3일부터 총장실 앞에서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문헌관 1층에 도착하자 정문 유리창에 붙은 ‘대자보’가 먼저 눈길을 끌었다. 노조원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먹거리 등 후원품 보내온 것을 일일이 기록한 것이다. 쌀, 라면, 김치, 삼겹살과 10만 원, 2만 원 단위의 현금도 있다. 

‘sarang0702’라는 트위터 아이디를 쓴다는 한 20대 여성은 현장에 김치를 들고 왔다. “트위터에서 김치가 필요하다는 글을 보고 바로 깍두기와 배추김치를 쌌다”는 그녀는 “인터넷에서 홍대사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홍익대는 이번 사태를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등 외부세력이 이끄는 ‘분란’으로 정의하며 대화를 거부했고, 총학생회 역시 ‘학내 구성원끼리만 모여 문제를 풀자’며 노조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농성장엔 힘없는 청소노동자에 대한 임금착취와 부당해고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외부세력’의 지지와 성원이 계속 밀려들고 있다.

트위터에서 모인 '날라리 외부세력', 후원금 현재 9백여만 원 모아

트위터에서 알게 돼 ‘번개(즉석모임)’를 갖다 노조원들을 돕기로 의기투합했다는 이민우(mwlove73)씨 등 40여 명은 ‘날라리 외부세력’이라는 이름 아래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0일 모임이 결성된 후 이날 현재 150여명으로 가입자가 늘어난 ‘날라리 외부세력’은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신문광고를 내기 위해 후원금을 모으고 있는데, 14일 밤 현재 9백여만 원이 모였다.

▲ 해고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신문광고를 내기 위해 홍대 미대 졸업생들이 그린 조합원 캐리커처. ⓒ 정혜아 

모임 회원인 김정일 씨는 “오는 22일 쯤 홍대놀이터 바자회를 열기 위해 마포구청에 허가신청을 하는 등 도움이 될 방법을 다양하게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 측이 24일에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한다고 한다”며 “그 전에 신문광고 등이 잘 돼 아버님, 어머님들을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멘트 바닥에 은박 돗자리 등을 깔고 담요를 덮고 있거나 난로 앞에 모여 추위를 녹이던 노조원들은 생판 낯모르는 시민들이 자신들을 위해 나서주는 데 대해 감격한 표정이었다. 60대의 한 경비원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 지 정말 몰랐다”며 “물질적인 후원도 고맙지만 사람들이 마음을 준다는 것이 고단한 농성 중에도 힘을 내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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