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대기업 위주 초저금리·고환율 정책 수정해야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장바구니 물가에 원자재가격까지 상승추세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새해 벽두부터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데요, 특히 채소류를 포함한 신선식품 가격이 크게 올라서 주부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죠?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그렇습니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오르면 서민들 입장에서는 앉은 자리에서 생활비를 뺏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같은 돈 들고 나가는데 장바구니는 점점 홀쭉해지는 게 요즘입니다. 지난해 배추 값 파동이 일었다가 가라앉았는데,  새해 들어 도매시장에서 배추 중품기준 1㎏당 가격이 평균 1160원으로 1주일 전보다 약 30% 오르고 1년 전 보다는 242%나 올랐습니다. 1년 전의 3배가 넘는 가격이라는 것이죠. 양배추와 무도 지난 주말 기준으로 1주일 전보다 20% 이상, 1년 전보다는 각각 160%와 120% 오르는 등 채소류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부 설탕 청량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도 최근 줄줄이 올랐고 설날 앞두고 과일 등 제수용품, 목욕비 등 서비스료도 줄줄이 올라 서민가계에 주름살을 지우고 있습니다. 전세 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큰 압박이고요. 특히 지난달의 생산자물가지수가 1년 전에 비해 5.3%, 최근 2년 만에 가장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소비자 물가가 더 오를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홍: 장바구니 물가도 문제입니다만,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중소기업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제: 네.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가격 등이 오른 것은 물론이고, 구리와 알루미늄, 니켈 같은 주요 광물의 국제 가격이 1년 사이에 30%가 넘게 오르는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원자재를 수입해서 제품을 생산,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고충이 심각합니다. 원자재 수입가격은 올랐지만 대기업에 대한 납품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협상력이 열세이기 때문인데, 일부 대기업은 심지어 납품단가를 더 깎으라는 요구도 한답니다. 오래 전부터 납품가 원가 연동제 등 대책이 거론돼 왔지만 이렇다할 개선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홍: 생활 물가부터 원자재 가격까지 이렇게 줄줄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거시경제요인, 즉 나라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와 미시적 요인, 즉 개별시장 부분을 나눠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에서도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푸는 정책이 지속됐고, 해외에서도 미국이 엄청난 ‘양적완화’ 정책을 펴는 등 돈 풀기가 지속됐습니다. 아시다시피 물건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돈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죠. 특히 이렇게 풀린 돈으로 투기세력이 원유, 원자재 등의 투기에 나서면서 가격 급등세를 부추겼습니다. 한편으로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성장이 지속되고,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요는 증가하고 있죠. 환율의 영향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고환율정책, 즉 원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써왔기 때문에 수입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미시적으로 보면 기상이변, 자연재해 등으로 농작물의 작황이 좋지 않았던 것 등 개별 상품의 공급차질이나 중간상인의 폭리 등 유통구조의 문제도 작용했습니다.

행정력 동원한 물가잡기대책, 실효성 의문

홍: 그래서 정부도 범정부차원의 물가대책수립에 나섰죠?

제: 어제(11일) 설날대비물가대책이 나왔고, 내일(13일) 종합적인 물가대책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핵심은 기획재정부나 지식경제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부처를 총동원해서 물가를 잡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엔 농산물수급안정책을 세우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정부 대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한 것입니다.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는 물가안정을 위한 기구”라고 전례 없는 선언을 하면서 물가관리태스크포스(특별팀)까지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가격인상을 유발하는 불공정행위 조사, 물가불안 요인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유통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는 일도 하겠다고 합니다.

홍: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렇게 물가를 잡겠다고 나서는 게 바람직한 겁니까?

제: 원래 물가안정을 본분으로 하는 기관은 한국은행입니다. 통화가치의 안정을 통해서 인플레이션을 적정수준으로 억제하는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독과점을 방지하고 카르텔(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기업연합)이나 담합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본분입니다. 물론 이런 활동을 통해 기업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아 ‘결과적으로’ 가격 안정을 유도할 수는 있지만 공정위의 활동목표 자체가 가격 안정이 될 수는 없지요. 자칫 공정위가 가격 안정을 목표로 내세워 개별 상품 시장에 개입하게 되면 시장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당장은 공정위의 눈치를 보느라 가격을 억제하겠지만, 다른 편법을 동원하거나 나중에 한꺼번에 인상해서 결과적으로 아무 효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홍: 이렇게 물가안정기관인 한국은행이 한 발 물러서고, 공정위가 전면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정부가 ‘5% 성장과 3% 물가안정’이라는 거시 목표를 내세우면서 높은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돈이 엄청나게 풀려있는 상황에서 고성장 정책을 추진하다보면 인플레기대심리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물가를 잡으려면 우선 한국은행이 연 2.5% 수준인 초저금리를 올려서 돈줄을 죄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금리를 올리면 기업투자 활성화나 부동산경기부양 등 정부가 추구하는 성장촉진책에 차질이 올 것을 우려하는 것이죠. 그래서 행정력을 총동원해 개별 상품 가격 통제라는 방법으로 물가 잡기에 나선다는 것인데, 과거에 ‘MB물가관리’품목이 오히려 더 올랐던 것처럼 이것은 성공하기가 어려운 정책입니다. 

홍: 13일, 즉 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데요, 여기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는지가 중요하겠군요.

제: 물가안정에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이번에 금리를 0.25%포인트라도 올려야 할 것입니다. 반면 설날 자금 수요 등을 고려해서 이번에도 동결한다면 ‘성장’에 대한 욕심으로 물가안정은 뒷전으로 미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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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한은, 물가불안에 기준금리 0.25%P 인상(연합) ㆍ전방위 물가대책..공공요금 묶고 금리 인상(연합)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11/01/13/0301000000AKR20110113076100002.HTML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11/01/13/0325000000AKR20110113093200002.HTML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1월 12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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