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놔두고 ‘행정 방망이’로 물가 잡겠다니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조용래의 생생토크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한 주간 주목해 봐야 할 경제 뉴스를 통해 한국 경제를 진단하는 생생토크 시간입니다. 국민일보 조용래 논설위원,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두 분 나오셨습니다. 새해엔 건강하고 밝고 희망적인 다짐을 해야 하는데, 첫 주에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물가가 치솟고 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조용래(국민일보 논설위원): 그렇습니다. 구제역으로 벌써 소·돼지 100만 마리를 살처분했고, 직접적인 경제 피해가 1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도대체 방역체계를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까지 됐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사람 이동이 많아지는 설 연휴 전까지 대책을 세우라’고 했다는데 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이 틈을 타서 롯데마트가 ‘통 큰 갈비’라고 미국산 쇠고기를 할인 판매한 것을 보면 참 의아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구제역은 축산 대형화 대응 못한 탓 ‘예고된 인재’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100만 마리면 우리나라 소·돼지 사육두수의 8%라고 해요. 그러니까 거의 10마리 중 한 마리가 살처분 됐다는 것이죠. 현장 얘기를 들어보면 안락사를 위한 약물이 거의 바닥이 났답니다. 그래서 살처분 돼지의 90%는 그냥 생매장을 한다더군요. 정말 안타깝고 슬픈 현장입니다. 방역 공무원 중에 벌써 돌아가신 분이 두 분이구요, 유산한 여자 공무원도 있고, 부상 입은 분들도 많습니다. 축산 농민들의 정신적인 외상과 동물들의 수난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 사회가 파탄 나는 것, 매몰지역 주변의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합니다. 현장의 수의사들은 ‘이건 예고된 인재’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축산이 공장화 대형화하면서 사육두수가 급증했는데 방역과 관련된 인력이나 예산은 하나도 안 늘었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백신 놓을 수의사도 부족해서 수의과 학생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군요. 지금까지도 석연치 않고 미흡한 부분이 많았지만, 지금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합니다. 전 국가적인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고, 이번 방역 실패로부터 뭘 배울 것인가,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갖출 것이냐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박: 저는 (안동에서 살기 때문에) 현장에서 쭉 지켜봤지 않습니까. 진짜 민심이 흉흉하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눈에 핏발이 선다고 하죠? 그 다음 납득되지 않는 문제는 초기에 발병농가에서 이미 소가 반출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서둘러 차단하지 않고 길목만 막고 약만 뿌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깊이 따져볼 문제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농민들 위로하고 마음을 다잡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자, 이번 주 어떤 이슈에 주목하셨습니까?

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양해각서(MOU) 체결취소를 무효화해 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해서, 이제 현대그룹 대신에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됐다는 소식에 먼저 주목했습니다. 다음으로 지난 연말에 종합편성채널 네 곳, 보도채널 한 곳이 발표됐는데 이를 둘러싸고 미디어 업계와 산업계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마지막으로 새해 벽두부터 물가가 줄줄이 올라서 서민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는데 정부가 선언한 ‘물가와의 전쟁’은 난항중이라는 뉴스에 주목했습니다.

조: 저는 우선 조금 밝은 쪽부터 봤습니다. 작년 말에 우리 경제가 ‘트리플 1000조원 시대’에 들어왔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주된 내용을 보면 국내총생산(GDP)이 1000조원, 즉 1조 달러를 돌파했고 그 다음에 상장기업의 시가총액도 1000조를 돌파해 1150조 원이 됐고요. 그리고 수출입 무역액은 9천억 달러입니다만 원으로 환산하면 1000조가 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경제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징적인 지표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짚어봤으면 합니다. 또 김석동 신임 금융위원장이 저축은행 부실을 은행들에게 떠안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현대건설 인수전 소식에 주목했습니다.

박: 저도 현대건설 문제, 물가문제, 종편문제 세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먼저 종편이야기 해 보죠. 종합편성채널이라면 한 분야만 전문으로 하는 케이블과 달리 KBS, MBC, SBS처럼 다 편성할 수 있는데, 다만 하늘로 쏘는 전파가 아니라 케이블로 간다는 것이죠? 
 
제: 그래도 1500만 케이블 가구에 의무 전송이 되기 때문에 굉장히 접근성이 높은 것이죠.

미디어 공공성 훼손할 가능성 큰 종편선정

박: 그래서 그냥 KBS, MBC하고 똑같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 종편 사업자 선정이 경제와 어떻게 얽혀 있습니까?

조: 일단 모든 산업이 경제와 얽혀 있으니 미디어도 마찬가지라고 하겠습니다. 미디어는 지금까지 주력이 신문에서 방송으로 넘어왔고, 방송은 그 다음 단계, 뉴미디어 쪽으로 이동하고 있죠. 그런 과정에서 광고주 입장에서는 가장 영향 있는 미디어 매체를 활용하고 싶을 겁니다. 그랬을 때 이제는 KBS, MBC, SBS 등 소위 지상파와 종편 네 곳, 보도채널 한 곳 등 다양한 매체 가운데 좀 더 효과적인 곳에 광고를 집중적으로 하려고 할 겁니다. 그러면 산업구조 개편이 벌어지는 거죠. 인쇄매체는 이미 그런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요. 또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해서 사업을 펼칠 때 방송은 인원을 많이 필요로 하고 전후방효과가 큰 산업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일자리가 생긴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자리가 많아진다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얘긴데,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아웃풋(산출)이 나오느냐 하는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래서 미디어 업계에 앞으로 변동성이 굉장히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 미디어와 경제의 관계를 살펴보자면 말씀하신 것처럼 미디어산업 자체가 잠재력이 큰 하나의 성장산업이죠. 특히 기술과 결합해서 전통 미디어로부터 뉴미디어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변동성이 큰 산업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미디어 산업이 대부분 광고를 주요 수익원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의 마케팅과 긴밀히 결부되죠.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미디어, 즉 언론을 통해 공정한 여론이 조성되고 바른 정보가 유통되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과 정의로운 경제를 위한 조건이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종편과 보도채널이 새로 나오고 미디어의 지형이 급격하게 바뀌는 것이 언론의 공공성 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 신문의 경우에는 진보, 보수가 뚜렷하고 방송의 경우는 조금 덜한 편인데 보도를 포함한 종편과 보도채널이 추가로 생겨난 것을 보면 이 안에서 쏟아질 수 있는 정보왜곡, 편향성 이런 것들에 대한 걱정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종합편성 네 곳, 보도채널 한 곳이 선정됐는데, 이 언론사들이 우리가 흔히 ‘보수언론’이라고 얘기하는 친정부적이고 친기업, 친자본적인 성향의 매체들입니다. 언론계에서는 안 그래도 신문시장에서 여론의 편향성 혹은 독과점이 심각했는데 앞으로 방송까지 여론 독과점이 심화되지 않겠느냐 하는 점에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조: 이번에 종편 허가 조건이 거의 대부분 자본금 규모로 보면 4천억 원이거든요. 우리나라 상장기업 중에서 자본금이 4천 억 이상 되는 기업이 별로 없습니다.
 
박: 몇 개나 되겠습니까? 자본금 기준으로 보면.

조: 3천억 이상이 30 개나 될까요? 그런 기업들 거의 대부분 금융기업입니다. 자본금 4천억이면 적어도 매출이 10조, 20조가 나야 합니다. 물론 새로운 미디어 육성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참여한 사업자도 있겠지만 재무적 투자자의 경우 최소 연이자 8% 정도의 이익은 보장받아야 한다는 계산으로 참여했을 것입니다. 방송은 투자가 계속 요구되는 사업인데, 그러다 보면 자본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고, 공정보도라든가 정의로운 경제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는 정반대 상황도 벌어질 수 있거든요. 특히 종편의 자본 구성을 봤을 때 위험성이 굉장히 크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 과거에 와이티엔(YTN)이 경영위기에 빠졌던 걸 보면, 방송미디어 사업자가 얼마나 엄청난 리스크를 초기에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데, 무려 네 개의 종편이 동시에 선정됐다는 것, 혹시나 경제에 부담을 줄까하는 걱정도 있네요.

제: 우리나라 방송 광고 시장이 작년 기준으로 8조원 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업계에서 분석하기로는 올해 자연적으로 광고 시장이 확장돼 봐야 6%, 즉 4천8백억 원 정도라는데 종편 네 개, 보도채널 한 곳이 먹고 살려면 연간 2조원 이상의 광고가 늘어야 한답니다. 근데 어떻게 그렇게 광고가 늘겠습니까. 그러면 있는 파이를 가지고 누가 더 많이 뺏어 먹느냐는 싸움이 되는데, 그러다 보면 광고를 많이 끌어당길 수 있는 프로그램,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 목을 맬 거라 이거죠. 근데 그것도 비용은 줄이면서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겨냥하다보니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수입하는 경쟁이 벌어질 수 있고요. 그러면 미디어의 공공성이 상당히 훼손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있습니다. 사실, 종편이 선정되기 전에 지배적인 분석은 우리나라 방송시장에 종편 하나 정도 새로 출범하는 게 적당하다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분명히 정치적인 계산이 작용했으리라 보는데, 종편이 네 개나 등장했고 보도채널까지 다섯 개가 새로 생기게 됐습니다. 원래 언론은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는 게 본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먹고 사는 것에 매달리다보면 제대로 된 권력 감시가 되겠나, 또 자본에 영합하는, 즉 광고를 주는 기업을 띄우는 폐단이 방송으로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큽니다. 또 힘이 어중간한 기업들은 이렇게 종편이나 여러 방송들이 경쟁을 하다보면, 언론사로부터 광고하라고 ‘팔 비틀기’를 당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하더군요.

조: 방송위원회가 이런 선정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일종의 책임전가를 한 거거든요. 하고 싶은 데는 다 해라, 이런 식으로 풀어놓고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가 시장이 엉망진창이 돼도 모르겠다는 것이거든요.

제: 게다가 종편을 네 군데나 선정해놓으니까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는 논리로 이런저런 특혜를 요구하고 있어 파장이 우려됩니다. 방송광고의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명분으로 의료기관이라든지 전문의약품 광고를 다른 데는 놔두고 종편은 하게 해 달라, 생수 광고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전문의약품 같은 경우는 의사가 처방을 해야 하는 의약품인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하면 환자들을 현혹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환자들이 오도될 수 있고, 결국 약값이 올라가면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을 주게 됩니다. 그런 특혜 요구가 받아들여질까 걱정됩니다.

박: 이래저래 고민이 되는 주제였는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겠네요. 일처리가 깔끔하지 못하기로 따지면 현대건설 인수전도 만만찮은데요. 결국 현대차가 세간의 예상처럼 현대건설 주인이 되는 거죠?

공적자금 투입 기업 처분 때 무엇을 중시할 지 합의 필요

제: 지금으로서는 거의 그렇게 된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늦어도 오는 14일까지는 채권단이 현대차그룹과 인수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 4, 5주 실사를 거치고 이르면 다음 달 중순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3월 말이나 4월 초까지 인수대금을 치르게 되면 현대건설은 현대차로 완전히 넘어가게 되는 거죠. 지금 변수는 현대그룹이 그런 절차에 전혀 승복할 태세가 아니고, 법정소송을 벌이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따라서 매각 과정이 약간 지연될 가능성은 있다고 하겠습니다.

박: 제가 현대그룹 모 고위임원과 잠깐 얘기를 했었는데, 정말 피를 토하더군요. 패자가 피를 토하는 상황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현대건설 인수전이 남긴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조: 첫 번째는 한국 재벌의 안하무인, 여전하구나 하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경영 잘못해서 현대건설을 부실기업으로 만들었는데 공적자금 투자해서 살려낸 걸 다시 먹겠다고 덤벼드는, 그것도 치고받고 한 부분은 안하무인인 한국 재벌의 행태를 드러냅니다. 또 하나는 채권단의 무책임성입니다. 과연 무슨 논리를 가지고 이 문제를 풀어가려고 했는지 운영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문제가 꼬인 건 채권단이 줏대가 없었기 때문이거든요. 우리가 공적자금 투입 회수라는 큰 틀에서 무엇을 가장 중시할 것인가 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번에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번에 법원이 현대그룹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이런 코멘트를 했습니다. ‘채권단은 원칙도 없고 줏대도 없이 행동했다.’ ‘현대그룹은 자료를 성실히 제출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말 없다.’ ‘현대차그룹은 갖은 훼방을 놨다.’ 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기준과 원칙 없이 흔들렸다는 것, 처음에는 ‘돈의 크기’를 갖고 승자를 결정하려다 나중에 ‘승자의 저주’니 하는 얘기가 나오니까 ‘돈의 출처’를 뒤늦게 따진 갈팡질팡 때문에 이런 사단이 벌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앞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기업을 처분할 때는 과연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갖고 할 것인가, 고민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우리나라 재벌 그룹은 소유주(오너)가 ‘가자’고 방향을 정하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이 다시 한 번 생생하게 목격했습니다. 예컨대 현대차그룹이 외환은행에 보복하기 위해 예금을 빼고 월급통장을 이전시키는 치졸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재벌의 지배구조개혁이 참 갈 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전 100% 사기업은 어쩔 수 없겠습니다만 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는 공개 기업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이냐, 어떻게 좀 더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 것이냐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장기조 거시정책 그대로 두고 물가잡기 나선 정부 

박: 우리나라 재벌 기업들을 보면 뇌나 가슴은 호두껍질처럼 둘러싸여서 자라지 않는데 몸만 스테로이드 주사 맞고 빵빵하게 커졌다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이번엔 물가 이야기 좀 해 봐야겠는데요. 조위원님, 좀 이상해요. 원래 성장에 대한 고민은 정부부처들이 하고, 물가 안정은 한국은행이 걱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물가 잡겠다고 온 부처가 경쟁적으로 나서고 한국은행은 성장을 걱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 한국은행이 지난 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서 올해 통화정책 방향을 발표했는데요, 물가안정을 강조하면서도 지금의 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어요.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에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농림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물가 잡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심지어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는 물가관리 기관’이라는 선언까지 했고요. 

박: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도 남기셨더군요. 물가관리 기관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색출하겠다고. (웃음) 제 교수님, 지금 보면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다 올리면서 환경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이런 얘기 아닙니까? 그런데 공정거래 위원회가 원래 어떤 곳입니까?
 
제: 원래 물가 안정을 본분으로 하는 곳은 한국은행이고요, 공정거래 위원회는 기업들 간의 경쟁 질서를 바로 잡는 곳이죠.

박: 시장의 유효경쟁을 공정하게 하도록?

제: 그렇죠. 독과점이 안 생기도록 하고, 카르텔 못 만들게 하고. 담합 못 하게 하고 그러는 곳이죠. 다만 이렇게 경쟁 질서를 세우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당한 가격 바가지를 못 씌우게 하니까 그로 인해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는 것이죠. 그런데 그건 공정위 활동의 일부인거지, 활동 목표 자체가 물가안정은 아니죠.

박: 그렇게 따지면 검찰도 물가안정기관이고 법원도 물가안정기관이고, 감사원도 물가 안정 기관 아닙니까?

제: 거래질서를 바로잡아 ‘결과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의미에서는 그렇죠. 이렇게 공정위가 나서서 ‘우리는 물가안정기관’라고 선언하게 된 것은 정부가 5%라는 높은 성장률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물가도 잡겠다는 어려운 목표를 설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금리를 올리면 높은 성장에 차질이 생기니 한국은행이 나서서 근본적인 처방을 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죠. 그래도 물가를 가만히 놔둘 순 없으니까 행정적인 수단을 통해서 개별적인 가격통제를 하려는 것이고, 그러다보니 공정위 같은 곳이 나서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가 여러 번 목격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행정규제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금리 등의 근본적인 처방 없이 행정수단을 통해서 개별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는데도 앞뒤 안 맞는 처방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 시간은 없지만 잠깐 다루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트리플 1000조’인데요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조: GDP 1000조원 돌파는 2년 전에도 한번 있었습니다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줄었다가 다시 회복한 것입니다. 그만큼 빠르게 회복했다는 것은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할 만한 대목입니다. 주식시가총액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문제는 지금 시가총액이나 GDP 늘어난 것 자체가 직접 우리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오르는 것은  유동성 장세, 즉 외부에서 유입된 자금에 의해 가격이 올라가는 부분이 있어서 언제 바람이 빠질지 위태위태한 상황입니다. 또 GDP 부분도 어떤 면에서는 수출과 내수, 수출대기업과 내수중소기업 등의 언발란스(불균형) 속에서 이뤄졌다는 면을 볼 때 아무리 규모가 커져도 결과적으로 내수나 중소기업, 서민경제에 직접 도움이 안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틀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 성장의 양적인 부분이 아니라 질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최근에 화제가 된 책,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준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이나 부유층만을 더 많이 성장하게 만드는 정책으로는 우리 국민 모두가 잘 살게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장의 과실을 좀 더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복지 등 재분배제도를 통해 소득이 고루 분포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 지금까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국민일보 조용래 논설위원 두 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상 생략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1월 8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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