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새해맞이 1천여 등불 “꼭 취직” 등 소망 담아

▲ 남포동 일대에 조성된 가족소원의 빛길 ⓒ 김인아

“신묘년 새해엔 멋진 사람 만나게 해주세요.”

2010년이 저물어가는 31일 저녁, 부산 자갈치 시장 매립지 앞에 조성된 ‘부산항 빛 축제’ 행사장에는 빨강 파랑 보라 등 색색의 불빛에 새해 소원을 담은 1000여 개의 ‘소망등’이 세찬 바닷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새해엔 토끼같이 예쁜 애인을 저에게 하사해 주세요.”
“내년엔 머리 좀 그만 빠지게 해주세요.”
“제발 취직 좀 꼭 하게 해 주세요.”

▲ 소원이 적힌 소망등 ⓒ 김인아
축제를 찾은 5000여 명의 시민들은 이웃들이 소망등에 써 넣은 갖가지 소원들을 읽어보며 때론 공감하고, 때론 웃음을 터뜨렸다.

부산 서구·중구·영도구 등 3개구 합동으로 12월 18일부터 열리고 있는 부산항 빛 축제는 이날 ‘해넘이’ 행사로 백야축제를 마련했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소망등 달기,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레이저 쇼 등의 순서로 새해 첫 날 아침까지 이어졌다. 특히 오후 11시부터 근처 용두산 공원 종각 광장에서 열린 ‘시민의 종 타종식’에서는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모여든 시민들이 새해를 맞는 흥분과 감동을 함께 나누었다. 
 
화려한 레이저 쇼는 이날 축제의 하이라이트였다. 서구의 천마산, 영도구의 봉래산, 중구 용두산을 잇는 삼각형 밤하늘에 화려한 레이저 불빛이 격정적인 춤사위를 수놓았다. 또 남향대교 아래로 쏟아지는 서치라이트가 레이저 쇼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다.

행사를 주관한 3개구는 다양한 전시물도 함께 마련해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했다. 자갈치시장과 부산의 대표적 번화가 남포동이 있는 중구는 축제 기간 동안 ‘용두산 타워 빛 아트쇼’와 ‘빛으로 만든 길’을 조성했다. 관람객들은 조명으로 둘러싸인 가로수 길을 걸으며 곳곳에 설치된 다양한 전시물들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서구는 송도해수욕장에 국내외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빛을 주제로 만든 작품 11점과 공모작 11점을 전시했다. 영도구는 영도다리 구간에 ‘빛 조명거리’를 꾸며 루미에르 작품과 발광다이오드(LED)조형물 등을 전시했다.

▲ 부산항 빛축제가 열리고 있는 자갈치 시장 앞바다  ⓒ 김인아

구경나온 주부 이민정(35·부산 북구)씨는 “가족과 함께 연말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대표적인 축제가 될 것 같다”며 “내년에도 식구들과 함께 올 것”이라고 말했다. 손대련(50·부산 동래구)씨는 “올해 처음 행사가 열렸는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김종화(27.부산 사하구)씨는 “행사장들이 너무 퍼져 있어 이동이 어려웠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 용두산 타워에 전시된 소망등 ⓒ 김인아

행사를 준비한 조명환 조직위원장은 “부산항이 명실 공히 세계적인 항구로 자리매김한 만큼 시민 문화 공간의 기능도 확대하고자 행사를 기획했다”며 “부산의 원 도심이면서도 침체돼 있는 중구, 서구, 영도구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오는 9일까지 계속되며, 이 기간동안 매일 오후 6시부터 매 30분 간격으로 5분씩 레이져 쇼가 펼쳐진다. 평일에는 저녁 11시까지, 주말에는 자정까지 계속된다. 부산항 빛 축제의 주요 행사 일정과 전시 내용은 홈페이지(http://lightingbusan.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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