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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신음 속 ‘복지국가 됐다’ 웬 말
‘살인 추위’ 고통 주거난민과 굶는 아이들 안 보이나
[두런두런경제]박경철 제정임 조용래의 생생토크
2010년 12월 26일 (일) 13:12:34 안세희 기자 seheea@danbinews.com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이번 주는 주초에 사격훈련을 둘러싸고 긴장감이 팽배했고, ‘말 폭탄’ 속에서 황당한 순간도 많았습니다. 매주 한국 경제를 돌아보는 시간, 12월 넷째 주 생생토크, 오늘은 국민일보 조용래 논설위원,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나오셨습니다. 조위원님, 올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와 일탈, 이런 것들 때문에 온정의 손길이 줄어들었고, 또 경기가 풀렸다고 하지만 서민 경제는 여전히 구들장이 차갑죠? 연말 분위기도 부유층, 빈곤층 양극화가 되는 것 같은데요.

조용래(국민일보 논설위원): 본래 크리스마스라 하면 ‘평화’라는 의미가 깔려있는 것인데, 안보와 경제적 안정이 평화를 뒷받침하죠. 그런데 지금 체감경기가 회복되기도 전에 경기가 고점을 찍고 내려가는 상황이고, 물가 오름세도 계속되고, 서민 경제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또 북한리스크가 계속 불안요소가 되고 있죠. 정치적인 차원에서는 지난번 날치기 통과에서 보듯 전혀 소통이 안 된단 생각이 들어 답답하지 않습니까. 여러 가지 면에서 평온하고 평화로운 연말이 되기는 힘들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박: 제 교수님, 요즘 거주권 얘기도 나옵니다만, 겨울과 여름에는 거주환경만으로도 삶의 질 차이가 끔찍하게 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지금 정부에서는 ‘복지 예산이 사상 최대다’하는 얘길 하고 있죠.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사실 도시의 안락한 주택이나 아파트촌에 사는 분들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보면 정말 연말연시, 한겨울이 너무 춥고 괴로운 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강남의 아파트촌 한 구석에는 비닐하우스 촌이 있어요. 거기서 연탄가스 걱정하며 한겨울을 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고시원이나 쪽방처럼 아주 작은 공간에서 문틈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에 덜덜 떨면서 한겨울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나마 그런 데서도 살 수가 없어서 만화방, 다방이나 피시(PC)방 같은 곳에서 정말 몇 천원 주고 하룻밤 몸을 의탁하거나, 심지어 노숙하는 이들도 있지 않습니까. 이들에게는 요즘 날씨가 정말 ‘살인적 추위’로 느껴질 것입니다. 당장은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분들이 손을 좀 내밀어 주면 좋겠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주거, 의료, 직업재활 등의 부분에서 국가적으로 복지를 확충을 해야 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굉장히 미흡한 게 현실입니다.

'친서민' 구호 대신 사회약자 돌보는 '진짜 복지' 필요

박: 예, 사실 복지라는 구호나 슬로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진심을 가지고 있는가가 참 중요한데 위정자들의 진심이 안 느껴져요.

   
제: 대통령이 ‘우리나라는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하는 얘기를 했는데, 그동안 우리 집권층이 ‘친서민’을 내세우면서도 속으로는 얼마나 서민들의 실생활과 동 떨어지는 생각을 하고 있었나를 드러내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조 위원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우리가 복지를 즐길 때가 아니다’하는 이상한 표현을 했어요. 복지를 즐긴다? 지금 우리가 복지를 즐기는 건가요?

조: 대통령을 포함해서 정책당국자들의 발상에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복지 예산이 86조, 전체 예산의 28%인데, 그걸 가지고 많다고 복지국가라고 얘기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사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에서 복지비 지출을 국내총생산 (GDP)대비로 따졌을 때 우리는 다른 회원국들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거든요. 또 복지비 지출이 늘었다고 하지만 일반 경상비등을 감안해서 보면 시민단체들 얘기로는 1%도 채 오르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국민부담률이라고, 세금이나 사회보장기금 등 조성금을 내는 부담금 비율이 있는데, 우리는 이 비율이 OECD국가에서 뒤에서 몇 번째, 멕시코 칠레 수준입니다. 국민부담률이 낮다는 것은 달리 말해 복지수준이 낮다는 얘기인데, 이런 수준에서 이미 복지국가가 됐다는 둥, 소모적 복지는 안 된다는 둥 이렇게 말하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 ‘복지가 잘 돼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나 어렸을 때는 이랬다’하는 기준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사람은 하루에 세끼를 먹어야하는데 예전에 쫄쫄 굶을 때 보다는 조금 나아져 하루 한 끼 먹는 수준의 복지를 가지고 ‘우리가 복지국가에 살고 있다’ 하는 것, 그건 너무 실상과 동떨어진 생각이죠. 경제규모가 커지니까 금액상으로 복지지출이 약간 늘지만, 글로벌 금용위기 이후에 일자리 불안은 더 심화 됐고, 소득은 줄고 물가는 올라서 서민들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졌거든요. ‘부익부 빈익빈’ 얘기하지만 정말 빈곤층은 더 곤궁해졌습니다. 가난한 집에는 부모가 돌봐주지 못해 굶주리고 학대받는 아이도 많은데, 사회가 보살피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먹구구식 방역에 반복되는 동물전염병

박: 자, 이번 주 어떤 뉴스 주목하셨습니까?

   
조: 저는 주초에 이야기 나왔던 은행세 도입, 즉 거시건전성부담금을 내년부터 도입한다는 뉴스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 소식을 꼽았습니다. 또 대기업의 독과점이 최근 들어서 고착화하고 있고, 이것이 특히 주요 46개 소비자 산업에서 심하다는 뉴스를 좀 짚고 싶습니다.

제: 저는 구제역이 명품한우의 고장 횡성 등 강원도까지 확산 돼, 논란이 있는 백신접종을 단행한다는 소식에 주목했습니다. 또 말씀하신 것처럼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과 이에 반발하는 법정 공방 소식, 그리고 은행세 도입 결정 뉴스를 꼽았습니다.

박: 저는 구제역과 은행세 외에 원자재가격의 상승과 현대그룹 얘기를 꼽겠습니다. 자, 먼저 구제역인데요, 조위원님, 백신접종은 더 빨랐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반대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조: 백신접종은 지난 2000년도에 한번 시행을 한 일이 있는데, 당국자들은 ‘마지막 카드’로 미뤄놓고 있었죠. 백신을 접종할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이 늦어져서 돼지고기 수출 등에 애로가 생기고, 백신 접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백신접종을 한 소가 바이러스 전염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고 하고요.

박: 참 고민이 되는 것이, 예방백신을 맞는다고 해도 사람처럼 항체형성 기간이 필요하고요, 다 맞히는 게 아니니까 다른 지역이 또 뚫릴 수도 있고요. 그 와중에 살처분도 계속 진행되고 있죠?

제: 그렇습니다. 지난 주 이 시간에 박 원장님이 말씀하셨지만, 너무 급하게 살처분을 하다 보니 마취제도 제대로 놓지 않고 거의 생매장수준으로 매몰시키는 경우도 있어서 물의를 빚고 있다고 합니다. 살처분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과로에 부상 등 심신의 고통을 많이 겪는데, 공무원 한분이 이 와중에 돌아가셨다는 얘기도 있고요. 최근 살처분을 지켜본 한 축산농부의 아들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 화제가 됐죠. ‘살처분을 집행하러 온 군청의 여성공무원이 돼지한테 마취제주사를 놓으면서 울더라’ ‘그 과정에서 그렇게 구토를 하더라’ ‘새벽까지 밤 꼬박 새고 갔다’는 등의 내용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우리는 뉴스로만 이 이야기를 접하고 있지만 현장에는 정말 눈물나고 가슴 찢어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살처분 과정에서 동물학대도 많고, 축산농부와 공무원들의 정신적 충격, 또 매장지의 토지와 수질오염의 문제 등 여러 가지 걱정거리를 많이 낳고 있습니다.

박: 사실 제가 한 달 전부터 안동에서 직접 지켜보면서 이게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여러 기회를 통해서 이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제야 문제로 부각되는 것을 보면서 참 안타깝다고 생각했어요. 매년 반복되는 구제역, 조류독감 등에 대해 우리는 너무 주먹구구식 방역을 하고 있죠. 공무원들은 헌신하고 있지만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아무소용이 없으니까요.

제: 그렇죠. 시스템이 돌아가야죠.

현대건설 입찰, 다시 시작하자는 목소리도

박: 당장 어떤 지역에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도로를 어떻게 차단하라는 계획조차도 그 자리에서 세우니까요. 사실은 그 이전부터 거점지역의 어떤 도로를 어떻게 차단하라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이 준비돼 있었어야 했죠. 이게 처음 생긴 일이 아닌데 말이에요. 우리가 얼마나 이런 일에 대해 기본이 허술한지를 돌아보게 된 그런 사안이었던 것 같아요. 자 이번엔 현대건설 인수전 이야기 해 보죠. 조 위원님, 우선 ‘브리지론’이라는 용어부터 설명을 좀 해주셔야겠네요.

조: 말 그대로요,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졌을 때 자금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 단기적으로 자금을 가져와서 임시방편으로 자금대출하는 것을 브리지, 즉 다리를 놓는다고 해서 브리지론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예컨대 아파트를 사고 팔 때 단기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친구한데 빌려 쓴다든가 이런 것도 일종의 브리지론인 셈입니다. 이번에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금 일부를 처음에는 자기자본으로 한다고 했다가, 내용을 조금 더 밝히라고 하니까 대출자금으로 했다가, 결국에는 브리지론 이었다 이렇게 얘기를 한 것이죠. 처음부터 입찰과정에서 브리지론이라고 얘기를 했더라면 평가에서 선택을 안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 같습니다.

제: 예, 점수가 깎였을 것이라고 얘기들 하죠.

박: 쉽게 말해 브리지론은 장기 대출이 아니라 임시로 잠깐 빌리는 건데, 기업인수합병 (M&A)에서 브리지론을 쓰는 것이 원래 결격 사유냐, 이렇게 말하면 일반적으로는 아니라는 거죠. 근데 이게 지금은 결격 사유가 됩니까?

   
제: 현대그룹이 강조하는 것은 말씀하신대로 브리지론이 M&A에서는, 그러니까 미국이나 유럽처럼 M&A가 많이 활성화 돼 있고 관련 규제가 별로 없는 곳에서는 현실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금융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임시로 거액의 인수 자금을 조달해서 쓰고, 나중에 재무적인 투자자라든지 전략적 투자자와 손을 잡고 그 돈을 조달해 메울 수도 있는 거고, 인수한 기업의 자산을 처분해서 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게 잘못된 방식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채권단이 문제 삼는 것은 아까 조 위원님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에는 자기자본인 것처럼 했다가, 대출금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브리지론이라고 말이 바뀐 것처럼 채권단이 요구한 시점에 명쾌하게 소명하지 못했다는 거죠. 관련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지 않았고, 정직하게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했다는 것입니다. 만일 입찰과정에서 자금의 성격이 처음부터 브리지론이라고 밝혔다면 점수가 깎였을 것인데, 예비협상자로 지정된 현대차 그룹과 1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때 결과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고 채권단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박: 지금 결론은 현대그룹이 기회를 빼앗기고 결국 현대차 쪽으로 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측인데, 사실 이 프로세스 안에는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꽤 있어요. 현대그룹이 M&A에 뛰어들기 직전 채권은행단이 재무구조 개선 협약 체결을 갑자기 들고 나왔고, 코너에 몰린 현대그룹이 가지고 있는 돈을 총동원해서 은행 대출을 갚는 상황도 벌어졌죠. 그 바람에 그 돈을 동원하지 못하고 브리지론을 끌어냈고요. 물론 별개의 사안들이고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걸 의혹의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거죠.

제: 예, 많이 있죠.

박: 이 상황에서 일단 조 위원님,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이걸 새로 시작해야 되겠습니까? 아니면 현대차에게 주어도 괜찮겠습니까?

   
조: 글쎄요 저는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현대건설 자체가 2000년부터 문제가 돼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2조 9천억이나 투입해 살린 기업이고, 현대그룹의 소위 ‘왕자의 난’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였단 말이죠. 물론 현대건설이라는 기업의 상징성, 현대그룹이 거기서 출발했다, 현대라는 재벌의 적통성이 거기 있기 때문에 찾아와야 한다는 논리가 있는 것 같은데, 설득력이 약한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대그룹은 여러 가지 무리수를 두면서 내자본이다, 브리지론이다, 이 상황까지 갔던 것이고 현대차 그룹은 정황으로 볼 때 여러 가지 문제제기를 바깥에서 한 것 같고요. 채권단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돈을 많이 받고 팔면 된다는 식으로 가다가, 내용을 까놓고 보니까 이것도 문제다 저것도 문제다 해서 줏대 없이 요리조리 흔들리다가 뒤죽박죽이 된 그런 상황이죠. 그렇다면 결국 채권단도 뒤로 한 발짝 물러서고 또 현대차나 현대그룹도 한 발 뒤로 빼서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시도하는 것이 공적자금까지 투입해서 회생시켜놓은 현대건설의 바람직한 처리방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 제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현대차 그룹도 글로벌 기업이라고 보기 어려운 일을 엄청나게 많이 했지 않습니까?

제: 그렇죠. 외환은행에서 자금도 빼고 직원계좌도 옮기고.

박: 게다가 현대그룹의 브리지론이 결격사유라면, 사실은 M&A과정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입찰자로서 끊임없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마치 감독당국처럼 군 현대차도 문제가 될 수 있죠.   

제: 그렇죠.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그것을 문제제기 하도록 종용했다는 정황들이 짐작이 되죠. 그것 때문에 현대그룹 쪽에서는 현대차가 여러 가지 약속을 위반했기 때문에 예비협상자의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까 조위원님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공적자금 투입해서 살린 부실기업이 이제는 좀 괜찮아졌다고 해서 옛날에 부실화시킨 책임이 있는 두 그룹 중 하나에 돌려준다는 게 맞는 것이냐, 이건 옳지 않다는 여론이 상당히 있습니다. 하지만 M&A논리로 살펴보자면 살아난 현대건설을 공짜로 돌려주는 게 아니라, 3조 5천억이면 적당하다고 평가된 기업을 한쪽은 5조 1천억, 한쪽은 5조 5천억 등 엄청난 프리미엄을 내고 되사가겠다는 상황이거든요. 채권단 입장에서는 최소한 5조 1천억 원에 팔 기회가 남아있는데, 그것을 안 팔고 새로 시작하자 하면 주주들에 대한 배임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채권단이 현대차에 현대건설을 준다고 결정한다면 이번에는 현대차의 여러 가지 정당하지 못한 플레이에 대해 문제제기가 되고 법정 공방이 끊임없이 진행되면서 현대 건설의 기업 가치는 더 떨어지는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정말 만점짜리 답은 없는 것 같고요, 이건 정말 할리우드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제 상황인데, 지금 2막에 와 있는 이 드라마가 이후에 어떻게 펼쳐질지 정말 예측불허입니다.

조: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현대그룹이 과도한 배팅을 해서 현대건설을 품에 안으려고 했다, 그래서 ‘승자의 저주’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사실은 현대차도 ‘승자의 저주’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아까 제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3조 5천억 정도의 가치가 있는 기업을 5조 1천억 원에 사겠다고 과잉 배팅을 한 상태인데, 과연 자동차에 전념해야 할 현대자동차가 그런 식으로 자본을 다른 쪽에 투입해서 과연 세계적인 자동차경쟁을 이겨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죠.

제: 그렇죠. 지금 세계 자동차기업들이 차세대 기술에 얼마나 많은 투자들을 하고 있는데요.

박: 예, 참 고민스러운 지점입니다. 그리고 아까 배임 논리를 대는 것도 궁색한 게, 주주입장에서는 현대그룹에 5조5천억 원에 팔수 있는 기회를 현대차에 5조1천억 원에 파는 것도 배임 아닙니까?

제: 그렇죠. 지금 현대그룹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채권단의 일관성 없는 결정들이 굉장히 큰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도 확실하게 짚어야 될 부분입니다.

소비자 보호와 경제 활력 위해 독과점 구조 깨야

박: 예, 계속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정책금융공사의 역할, 오해사지 않도록 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 이번에는 독과점 문제, 이거 진짜 좀 심각한데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1일에 발표한 자료죠. 시장 집중도 조사 및 독과점 고착산업 분석결과 전체산업에서 상위 100대 기업 비중이 50퍼센트를 넘어섰고, 46개 산업은 시장 지배를 남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긴데, 조 위원님 어떻게 보십니까?

조: 사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모델이 재벌 중심이었잖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경제의 집중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한국경제의 한 특징이라고도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과거 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집중도가 60%대로 굉장히 높았다가 이후 경쟁정책이 화두가 되면서 조금 완화되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다가 외환위기를 거쳐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다시 역전돼, 소위 ‘역코스’가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08년 현재 산업별 상위 3사 시장 점유율을 가중 평균으로 보면 55.3%로 나타났다는 거죠. 지난 85년 58.3%에서 쭉 하락해 오다 다시 역코스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주로 많이 쓰고 있는 46개 소비재 부분에서는 집중도가 훨씬 더 높아졌습니다. 46개 분야는 전체 산업 표준분류로 보면 한 10% 정도에 해당됩니다. 이렇게 시장집중도가 과중하게 되면 흔히들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하듯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고수익을 확보할 수 있죠.

박: 제 교수님. 그런데 소비자들은 ‘대기업이 만들면 잘 만들겠지’ 하는 심리가 있죠?

제: 그렇습니다.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을 사면 정말 안심하고 쓸 수 있을까’를 생각할 때 아무래도 잘 알려지고 공신력 있는 제품, 대기업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가 생겨도 애프터서비스(AS)를 잘 받을 수 있게 네트워크가 잘 돼 있는 곳이 좋겠지 하는 생각도 있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독과점이 심화되면 시장경쟁이 치열할 때에 비해서 공급자와 소비자와의 역학관계가 달라지는 거죠.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되고, 적정가격 이상으로 높은 값을 매겨도 소비자는 저항할 힘이 없어 바가지를 쓰게 되는 거죠. 또 독과점이 심화되면 나라경제의 잠재력과 성장 활력을 떨어뜨립니다. 어떤 분야에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창의력 있는 작은 기업들이 많이 나오고 그걸 소비자들이 선택해서 키워주어야 하는데 독과점 기업의 힘에 눌려 싹이 트기도 전에 망해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박: 조 위원님, 그런데 이런 독과점이나 카르텔에 대해 선진국에서는 굉장히 엄격하게 처벌하지 않습니까? 심지어 형사 처벌도 하는데요. 우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지적할 부분이 많죠?

조: 최근 들어 경쟁정책 부분에 정부가 조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요, 유럽이나 미국에서처럼 카르텔구조를 본질적으로 깨부수려는 의지는 조금 약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그렇습니다. 예전에 비해서는 조금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정말 독과점의 폐해가 심각한 주요 업종에 대해 핵심을 찌르고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그리고 적발이 됐으면 다시는 그런 짓을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일벌백계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독과점이나 담합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거둬들였다면 이익금 전액, 혹은 그 몇 배의 벌과금을 물려 경제적 제재를 확실히 하고, 해당 임직원에 대해서도 따끔한 형사처벌을 해서 ‘돈 벌려고 불법행위를 하다간 감옥에 가는 구나’하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벌과금도 부당이익의 일부를 거둬갈 뿐이고, 이런 경제사범에 대해서 사법부도 그렇게 따끔하게 처벌하지 않아요. 그래서 ‘운이 나빠 걸리더라도 적당히 벌금 좀 물면 되지’ 하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선진국들은 다릅니다. 엄청난 벌금을 물리고 담당 임직원들은 실형을 삽니다. 엄격한 제재가 만병통치약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이 ‘불법행위를 통해서 돈을 벌면 안 되겠다’는 인식을 갖도록 공정위 등 당국이나 사법부가 강하고 엄정한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자, 오늘 구제역과 현대건설, 독과점문제 등 잘 짚어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국민일보 조용래 논설위원 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됐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상 생략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12월 25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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