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민보영

▲ 민보영 기자

‘돌고래가 작살에 맞은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날카로운 작살에 몸통이 찢어지고,바다가 붉게 물들었다. 그때 동료 돌고래가 다가오더니 다친 돌고래를 수면으로 끌어올려 호흡을 도왔다. 사냥꾼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었지만, 동료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동물의 ‘이타성’에 대한 관찰은 너무나 많다. 약육강식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것 같지만 동료를 구하고자 자신을 내던지는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진다. 인간사회는 어떤가? 때로는 이타적이지만 이기적인 경우가 훨씬 많아 보인다. 물론 공동의 이익을 위해 단결하는 경우도 있다. 2006년 한미FTA 체결을 앞두고 스크린쿼터 축소 조항으로 영화계가 술렁거렸다.  영화인들에게 돌아가는 실수익이 줄어든다는 거였다. 배우들은 한미FTA 반대 시위에 참여했고, 일부 사람들은 특정 분야의 밥그릇 싸움이 국익을 망친다며 수군거렸다. 시위에 참여했던 배우 정진영은 “각 분야의 밥그릇이 줄어드는 현상이 계속되면 언젠간 모든 분야의 밥그릇이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간접 고용하는 현대자동차 사측의 생각은 정진영과 달랐다. 하루 평균 11시간 일하고도 140만원을 받는 노동자들은 간접고용 시스템에서 먹이사슬의 맨 아래에 있다. 소송을 하기엔 절차도 복잡하다. 사측은 노동자들이 회사의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강경책을 고수했다. 잘 나가는 중소기업 대표였던 K씨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이 문제될 때도 소상인이나 자영업의 문제는 자신과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파생상품에 가입했는데, 그게 큰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회사 문을 닫고 빚을 갚기 위해 피자집을 열었다. 피자집은 파리만 날리는데, 근처 E마트에서 팔기 시작한 피자는 불티나게 팔렸다.

무한한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동료나 동시대에 일어나는 일을 돌아보는 작업이 시간낭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체는 살아가는 동시에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스스로를 대신할 누군가를 세상에 남기라고 암시한다. 분명한 사실은 그 누군가가 자식이든 동료든, 명백한 ‘타인’이라는 점이다. 그들에게 남길 삶과 유산이, 그 시대가 당신을 드러낼 것이다.

들뢰즈도 서로 다른 타자에 대해 다른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상과 동일화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달라도 서로 입장이 바뀔 수 있다고 여기기, 다른 서로가 공존하기, 자신 대신 살아야 할 ‘누군가’에게 보다 나은 삶, 사회, 유산을 넘겨주기,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을, 못 가진 사람은 비슷한 위험에 처한 동료를 생각하기..., 영원히 살 수 없는 ‘인간’이 이전 시대보다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한 전략이다.

최근 부자 감세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 한쪽에서는 ‘복지국가’를 구현하기 위해 부자 증세를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부자를 옹호한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한 사회’ 담론이 정권 재창출을 위한 ‘말풍선’이 아니라면, 목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동물 중에서도 인간만 이기심을 앞세운다면 ‘만물의 영장’이라는 영광을 반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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