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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세, 외채유입 ‘과속방지턱’ 기대
내년 하반기 도입 방침...더 강력한 ‘토빈세’ 요구도
[두런두런경제]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따라잡기
2010년 12월 23일 (목) 01:49:27 이보라 기자 realslowman@danbinews.com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잡히는 경제> 진행자):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은행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외국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아 외환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디에 얼마나 세금을 물리는 것인가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정확히는 세금(tax)이 아니라 거시건전성부담금이라고 해서, 영어로 뱅크 레비(bank levy)라고 합니다. 국세청 등 세정당국이 걷는 게 아니라 한국은행이 걷어서 별도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 부담금을 내는 주체는 우선 은행들입니다. 국내은행과 외국은행국내지점들인데요, 정부는 부과 대상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외국에서 빌려오는 비예금성 부채, 즉 외화 예금이 아닌 장단기 외채에 일정비율의 부담금을 물리는 것입니다. 얼마나 물린 것인가는 아직 미정인데요, 1년 미만의 단기외채에 대해서는 총 금액의 0.2%, 1~3년의 중기외채에 대해서는 1%, 3년 이상 장기외채에 대해서는 0.05%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외환위기 리스크 높이는 단기외채 억제에 초점  

홍: 이렇게 부담금을 물리는 게 어떻게 외환위기 예방에 도움이 되나요?

   
제: 지난 97년 아시아위기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의 경험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은행들은 외국에서 싼 이자의 자금을 만기 1년 미만의 단기부채로 잔뜩 들여와서 국내기업들에게 중장기로 대출했는데요, 국제금융시장에 불안요인이 생기니까 한꺼번에 대출금 회수요구가 밀어닥쳤습니다. 그 때문에 97년에는 외환위기를 겪었고, 2008년에는 원달러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의 충격을 크게 겪었죠. 이번에 신설하는 은행세는 외채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일종의 ‘과속방지턱’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정비율의 부담금을 물려서 외채의 기대이익을 낮추고, 무분별한 외채도입에 제동을 걸게 되니까, 외채가 그만큼 덜 들어오게 되고 따라서 나중에 급격히 빠져나갈 때의 위험부담도 완화한다는 것입니다.

홍: 외환위기 때 문제가 됐던 건 주로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인데요, 왜 중장기외채에도 은행세를 물리나요?

제: 처음엔 단기외채에만 물리는 방안을 놓고 정부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당국의 설명은 일단 대외지불능력과 거시경제안정성을 따질 때 외채의 총량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모든 외채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또 은행들이 단기 외채를 중장기로 위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문제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장기로 갈수록 위험도가 낮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부담금의 요율을 차등해서, 즉 장기일수록 낮은 부담금을 물려서 가급적 단기 외채 도입을 억제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모든 투기적외환거래에 세금 물리는 토빈세보다는 약해

   
홍: 외환유출입을 규제해서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흔히 토빈세(tobin tax)가 거론되는데, 은행세는 토빈세와 어떻게 다릅니까?

제: 토빈세는 말 그대로 세금(tax)입니다. 정식 국가재정으로 들어가는 돈이라는 점에서 거시안정성부담금과 차이가 있습니다. 또 토빈세의 부과대상은 투기적 성격이 있는 단기외환거래 전체입니다. 은행 뿐 아니라 모든 경제주체가 가진 외국자금이 국내에 들어와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할 때, 또 청산하고 나갈 때 일정비율의 거래세를 물리는 것입니다. 은행세, 즉 거시건전성 부담금이 외채의 총량에 대해 한 번만 납부하는 것이라면, 토빈세는 단기외환거래에 대해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세금을 물립니다. 그래서 투기성 외자의 유입은 물론 유출까지 규제하는 수단으로 토빈세가 훨씬 강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홍: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외국자금이 한꺼번에 빠져서 주가 폭락, 환율 급등의 소동을 겪는데요, 외자의 급격한 유입 뿐 아니라 유출도 막기 위해서는 토빈세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 국내 일부 전문가들도 그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은행세로 외채 유입을 조금 억제하는 정도로는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브라질이 ‘금융거래세’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토빈세를 도입한 것처럼 우리도 이를 도입해서 외환 유출입에 대한 ‘감시초소’를 본격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이죠. 그러나 정부는 토빈세를 도입할 경우 외국에 ‘자본통제’로 비춰질 우려가 있고, 그 여파로 해외 투자자가 아예 한국 시장을 회피하고 다른 나라로 가버릴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실효성 있는 규제 수단 갖되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어야

홍; 그러면 사실상 토빈세를 도입한 브라질의 경우 외국투자자들이 달아나 버리는 부작용이 있었나요?

제: 브라질은 토빈세의 개념을 자기 나라 실정에 맞게 응용해서 도입한 사례인데요, 금융거래세를 도입한 이후에도 너무 많은 달러가 몰려서 통화가치 절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브라질 경제가 워낙 급성장 중인데다, 금리가 연 10% 내외로 높아서 금융거래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자금 등이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외국투자자의 선택은 토빈세 유무가 아니라 그 나라에 얼마나 이익의 기회, 즉 수익을 올릴 기회가 있는가에 좌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토빈세와 같은 규제수단을 한쪽으로 확실하게 가지면서 다른 한 쪽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여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홍: 은행세도 보기에 따라 자본유입 통제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외국에서 여기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지 않나요?

제: 만일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전에 우리가 이런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면 그런 시비가 꽤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글로벌금융위기로 세계 모든 나라가 이른바 ‘고삐 풀린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체험했기 때문에, 개별국가의 방어수단이라는 차원에서 은행세를 도입하는 데 대해 시비를 걸지 않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유럽 각국은 외환안정성 보다 재정수입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다양한 내용의 은행세를 이미 도입했거나 곧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도 대형금융회사들에게 은행세를 물려 구제금융에 쓴 돈을 회수하려고 했는데, 일단 의회 반대에 부닥쳐 있는 상황입니다.


*이 기사는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손에 잡히는 경제> 12월 22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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