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천 장애노인 연말 ‘한방명의촌’ 체험

“시원하고 좋네요.”

얼굴 마사지를 받고 일어난 안순여(58·제천시 두학동)씨가 양 볼이 빨개진 채 부끄러운 듯 미소 지었다. 혈액순환을 돕고 피부도 건강하게 해준다는 설명에 기분까지 좋아진 표정. 지난 16일 제천시 봉양읍 명암리 산채건강마을의 ‘한방명의촌’에서 건강관리체험에 나선 15명의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웃음 가득한 얼굴들이었다.  

▲ 얼굴 마사지를 받고 있는 어르신들 ⓒ 전은선
 
10여 분간 발마사지를 받은 신일선(71·제천시 하소동 4단지)씨는 “무릎을 수술한 뒤 발가락이 구부려지지 않았는데 마사지를 받고 나니 발이 한결 시원하고 편해졌다”고 흡족해 했다. 침 치료를 받은 최종덕(70·제천시 하소동)씨는 “거동이 불편해서 나다니기 힘들었는데, 의사 선생님한테 치료도 받고 사람들이랑 어울려 바람도 쐬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한의사의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약돌로 뜨끈뜨끈하게 만든 돌방석 위에 앉아 찜질을 하며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었다. 이미 침 치료를 받은 이들은 한결 부드러워진 무릎과 발목 등을 만져보며 소감을 주고받았다. 

한의사 진료에 물리치료와 기체조까지  

이날 행사는 제천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움직이기 힘든 재가(在家)장애인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마련한 것. 참가자들은 혈관노화도 측정, 스트레스 및 피로도 검사, 체성분 검사 등 각종 검사를 거쳐 한의사의 일대일 진찰과 치료를 받았다. 또 얼굴과 발 마사지, 돌방석찜질 등 각종 물리치료도 이용했다. 마지막엔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기수련을 하면서 평소에 몸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배우기도 했다.

▲ 기천문 범사에게 기체조를 배우고 있다 ⓒ 전은선

 이들이 건강관리서비스를 받은 한방명의촌은 한방산업벤처협회와 명암리가 공동운영하는 생태체험시설로, 자연요법과 약선 음식을 활용해 암, 중풍 등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곳이다. 한의사인 손영태 원장과 기수련 전문가인 기천문 범사, 그리고 1명의 간호조무사가 일하고 있다.

내년도 노인·장애인 지원 사업 차질 없을까 걱정도

제천복지관에 따르면 거동이 불편한 재가장애인들의 경우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무료점심급식을 받으러 하루 한 번 외출하는 것 외에 다른 곳엔 다닐 엄두를 내지 못한다. 특히 날씨가 춥고 길이 미끄러운 겨울에는 사고를 당할까봐 더욱 활동이 위축돼, 하루하루가 더 쓸쓸하고 외롭다고 한다. 사회복지사 정연실씨는 “제천의 유명한 한방 서비스를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이 좀 더 좋아지고,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임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모시게 됐다”고 말했다.

▲ 침을 맞고 있는 어르신 ⓒ 전은선

한편 복지관 관계자들은 국회의 복지예산 삭감 여파에 내년도 노인·장애인 지원 사업이 타격을 입지는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사회복지사 이승호씨는 “아직까지 보조금이 삭감된다는 얘기는 없지만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천시 사회복지과 경갑수 팀장은 “예산 문제로 장애인 등을 위한 복지 사업이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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