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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폐인’들 여기 모여 와글와글
<베스티즈> 등 마니아들의 ‘메카’, 연예기자들도 기웃
2010년 12월 13일 (월) 10:10:36 임현정 기자 jessy525@danbinews.com

대중가요와 아이돌(idol) 스타의 열혈 팬이라면 대개 목요일부터 주말 동안 각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내보내는 음악프로그램을 ‘본방사수(제시간 방송보기)’할 것이다. 하지만 사정이 있어 ‘본방’을 놓쳤다 하더라도 크게 아쉬울 건 없다. 인터넷 세상의 <베스티즈(www.bestiz.net)>로 가면 방송 몇 분 후 곧바로 올라온 ‘따끈따끈한’ 영상과 음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위부터 베스티즈, 쭉빵카페,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메인

지난 2003년 일본음악을 좋아하는 한 개인, 아이디 ‘베스트’가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 <베스티즈>는 아이돌 가수들의 팬클럽이 하나 둘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현재 하루 방문자만 1만 명이 넘는 유명 사이트로 성장했다.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마다 팬들이 하나씩의 영상을 올리기 때문에 좋아하는 가수만 골라 실컷 감상할 수 있다는 게 인기 요소 중 하나다. 일반화질 외에 고화질로도 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이른바 ‘눈팅’으로 대부분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방송 영상이라 저작권이 문제될 법도 하지만 홍보에 도움이 되어선지 문제제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간혹 저작권이 문제가 되면 해당 영상을 차단한다.

<베스티즈>의 게시판 중 하나인 ‘게천(게스트천국)뮤직’에서는 가수들의 공연장면을 보고 팬들이 가창력, 안무, 의상 등에 대한 평가를 내리면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화제가 됐던 ‘시아준수의 저질 영어발음’ 논란은 ‘게천’에 올라온 한 네티즌의 동방신기 공연 영상이 불을 붙였다. 그래서 연예기자들도 이 사이트를 드나들며 기사거리를 찾는다. 얼마 전 서울신문과 한국경제 등의 연예뉴스에 ‘MR(반주음악)을 제거한 후에도 최고의 가창력을 보여주었다’고 기사화된 걸그룹 씨스타의 경우 역시 <베스티즈>에 올라 온 동영상이 근거가 됐다. 이 곳에 올라온 사진들이 신문기사에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열혈팬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다 보니 사이트 운영을 둘러싸고 분쟁도 생긴다. 소규모로 출발한 커뮤니티에 많은 팬클럽이 상주하면서 서버유지에 부담이 생기자 회원들에게 글쓰기 권한을 주는 ‘등업(등급업그레이드)비용’을 받는 등 유료화를 시도한 게 불씨가 됐다. 지난 2007년 회계내용 공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 보아의 팬클럽인 ‘보아월드’와 동방신기의 팬클럽인 ‘동네방네’가 독립해 나가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운영자와 회원들 간의 갈등 때문에 사이트가 폐쇄됐다가 몇 일만에 다시 문을 여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 베스티즈에 올라온 아이유 컴백 동영상과 댓글

소문의 발상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와 <쭉방카페>

스타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연예계 소식, 또는 소문이 궁금한 사람들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gall.dcinside.com)>와 <쭉빵카페(www.jjuckbbang.net)>로 모여든다.

지난 1999년 소규모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로 출발한 ‘디시인사이드’는 2002년 이후 사이트가 크게 활성화하면서 카메라에 대한 정보를 넘어 각종 이슈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는 곳이 됐다. 2006년 후반에 갤러리의 수가 500개를 넘어 대기업이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에 근접할 정도로 대형화 됐고 활동하는 회원은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코미디프로그램갤러리(코갤), 충격적인 모습의 유명인 사진을 올리는 막장갤러리(막갤), 그리고 180여 개에 이르는 스타들의 개인갤러리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최근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갤러리는 소녀시대 리더 태연, <슈퍼스타K2>로 인기를 얻은 장재인 등이다.

각 갤러리를 만든 원래의 취지는 해당 주제에 맞는 사진을 올리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연예인의 스캔들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크게 논란이 됐던 ‘2PM’ 멤버 재범의 ‘한국 비하 사건’은 코미디프로그램갤러리를 통해 퍼져나갔다. 지난 2006년에 이슈가 됐던 ‘권상우 몰카 사건’은 ‘은밀한 사생활 공개’라고 관심을 모았다가 합성해프닝으로 끝났는데, 이 사건의 진원지는 막장갤러리였다. 최근에도 ‘모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학창시절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루머가 돌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 소문 역시 이곳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이렇게 영향력과 파급력이 크다보니 많은 연예인들도 이곳에서 적극적으로 팬들과 소통한다. 대표적인 방법은 직접 찍은 사진을 갤러리에 올리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드라마 <동이>의 여주인공으로 열연한 한효주는 갤러리 팬들에게서 받은 홍삼을 마시는 ‘인증샷’ 등을 찍어서 올렸고, 탤런트 이민정, 박해진, 신세경 등도 갤러리 팬들을 위한 사진을 올렸다.

   
▲ 디시인사이드 한효주 갤러리에 한효주가 직접 올린 인증샷

<쭉빵(쭉쭉빵빵)카페>도 원래 회원끼리 여러 가지 정보를 공유하는 친목카페로 시작해서 지금은 연예인들의 소식과 소문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03년에 개설돼 현재 회원수가 92만 여명에 이른다.

이 카페의 연예인게시판에는 ‘연예인사진관’ ‘연예인씹기방’, ‘연옌비판토크방’이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성숙한 토론과 건전한 비판도 있지만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이 마치 진실인 양 떠돌기도 한다. 특히 근거가 불분명한 소문을 일부 언론이 마치 사실처럼 기사화하는 경우도 있어 연예인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이 사이트들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임수정(21)씨는 “연예사이트에서 나온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언론이 기사화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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