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TV를 보니:11.29~12.5] ‘까도남’ 현빈의 놀라운 흡인력

▲ <시크릿가든>의 한 장면 ⓒ SBS 제공

현빈과 하지원 주연의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이 갈수록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의 휴대전화 수신음인 ‘문자왔숑~ 문자왔숑~’이 단숨에 유행하는가 하면 현빈의 ‘명품 트레이닝 패션’이 일주일간 인터넷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게다가 배경음악(OST)인 김범수의 ‘나타나’, 백지영의 ‘그 남자’, 포 맨 신용재의 ‘이유’ 등이 줄줄이 음원차트 인기 순위에 오르고 있다. 시청률도 11월 13일(토) 첫 회에 18.3%(AGB 닐슨미디어 수도권 기준)를 기록한 이래 지난 주 8회의 24.2%까지 계속 약진하고 있다. 

<시크릿가든>은 백화점 사장인 김주원(현빈 역)과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 역)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거기에 남녀 주인공의 영혼이 바뀌는 설정으로 환타지적 요소를 가미했다. 부유한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는 <신데렐라>의 모티브와 같고, 성(性)을 전환시키는 설정은 영화 <체인지>와 <보이 걸 씽> 등에서 따왔다.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처럼 애정 구도가 신데렐라 스토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나  이미 영화에서 우려먹은 ‘영혼 바꾸기’ 설정을 차용했다는 점에서 <시크릿가든>은 그리 신선하지 않다. 그럼에도 8회 방영 만에 <시크릿가든>이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로맨틱 코미디와 판타지 요소를 적절히 섞어 만든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라는 단순한 틀로 <시크릿가든>의 흥행 돌풍을 설명하기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 영화 <체인지> 포스터, <보이 걸 씽>의 한 장면

스타급 배우와 작가의 시너지효과

<시크릿가든>은 우선 그 캐스팅이 놀랍다.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던 부분이다. <황진이>, <발리에서 생긴 일>, <해운대>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하지원과 <내이름은 김삼순>, <그들이 사는 세상>의 현빈이 호흡을 맞췄기 때문이다. 삼각관계에 있는 윤상현 역시 <내조의 여왕>으로 30대 아줌마 팬을 확보한 인기 배우다.

스타급 캐스팅이 전부는 아니다. 각 인물들의 캐릭터가 살아있다. 현빈의 캐릭터는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갈고닦은 모습을 재가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처럼 잘생긴 사람 처음 봐서 떨려 죽겠어서 떠는 거야? 혹시나 해서 말인데 나 그쪽 생각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일종의 선행이지 선행. 나 가정교육 이렇게 받았어.” 

이런 대사를 무표정하게 내뱉는 모습은 ‘까도남(까칠하고 도도한 남자)’으로 불리며 여심을 공략하고 있다. “삼신할머니 랜덤 덕에 부모 잘 만나 세상 편하게 사는 남자, 저랑 놀 주제 못 됩니다”라고 응수하는 하지원도 보이시한 개성 때문에 ‘허당녀’라 불리며 시청자의 사랑을 모으고 있다. 두 영혼이 바뀌었을 때 미묘한 표정연기까지 선보여 70가지 얼굴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이런 캐릭터 뒤에서 대박작가 김은숙의 내공이 한몫을 한다. 김은숙은 드라마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과 <연인>을 성공시킨 로맨틱 드라마 전문 히트작가다. 김은숙 작가의 필력이 발휘하는 위트 있는 대사가 두 연기파 배우의 연기력에 더해져서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유머러스한 설정

드라마는 결코 현실이 아니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시크릿가든>은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크릿가든>의 일부 대사를 옮겨 보자. “홍보는 ‘인기가요’가서 해!” “잠깐만~ 나 지금 ‘강심장’ 녹화 중이란 말이야.” “‘한밤의 TV연예’ 방송 스케줄도 잡혔고요........” 이런 대화가 드라마에 등장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작가는 SBS의 프로그램 이름들을 대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뿐 아니라 필요하면 타사 프로그램까지 활용한다. 윤슬(김사랑 분)은 오스카(윤상현 분)에게 “너 천지애랑 있었잖아!”라는 대사를 던진다. 시청자는 MBC 드라마<내조의 여왕>에서 윤상현이 천지애(김남주 분)를 좋아했던 모습을 떠올리곤 웃음을 짓게 된다.

▲ <시크릿가든>의 한 장면 ⓒ SBS 제공

현실세계와 드라마 속 세상이 겹치는 순간이 바로 웃음 포인트다. 드라마 속 허구의 세계에 몰입하던 시청자는 현실의 소재들이 대사로 등장하는 순간 경계를 풀고 웃지 않을 수 없다. 작가 김은숙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드라마가 주는 긴장과 재미가 이른바 막장코드에서 나오지 않고 이렇듯 상상력의 승리일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가벼운 흥분을 안겨줄 만 하다. 이야기 구조의 상투성 때문에 받은 나쁜 첫인상을 씻어버리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고전부터 드라마까지 신데렐라 코드는 늘 인기였다. 30만원 월세방에 사는 평범한 여성이 상위 0.1%에 속하는 재벌 남성을 만나 신분상승을 이루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다. 그럼에도 이런 드라마가 계속 등장하는 이유는 여전히 우리 시청자가 좋아하기 때문일 터이다. 자신의 꿈을 드라마 속 주인공에게 투영하며 대리만족을 바라는 시청자가 그만큼 많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신데렐라 코드는 한국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여성의 욕망을 해소하는데 적격이다. 식상하다고? 시청자들이, 여자들이 동화 속 공주처럼 마법 같은 사랑을 꿈꾸는 한 이런 이야기는 계속 인기를 누릴 것이다.

상큼한 트렌디 드라마, 상투적 결말 나올까 걱정

2010년 하반기의 안방극장은 조금 무거웠다. KBS의 <추노>, MBC의 <동이> 등 사극이나 SBS의 <자이언트>등의 대하드라마가 주를 이뤘다. 탁구의 성장스토리를 그린 <제빵왕  김탁구>나 동성애를 기반으로 한 가족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여성 정치인의 성장을 그린 <대물>까지 최근에 주목 받은 드라마들은 결코 가벼운 소재를 다루지 않았다. 2009년에는 대체로 트렌디 드라마가 인기를 누렸다면 2010년 하반기엔 무거운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점령한 셈이다. 이즈음 트렌디 멜로 코미디가 그리웠을 법도 하다. 무거운 주제들의 드라마에 물린 시청자들 앞에 로맨틱 트렌디 드라마가 불쑥 나타난 것이다. <시크릿 가든>은 시청자의 갈증을 간파한 정밀한 기획과 편성 작업이 낳은 성공작이기도 하다.

이번 주말에는 9회와 10회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결말로 갈수록 뻔한(?) 스토리가 아닐까하는 걱정이 앞서는 건 왜일까? 보통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그렇듯, 신데렐라가 결국 왕자님과 사랑을 이루는 ‘해피 엔딩’이 될 게 뻔하다는 예상이 빗나갈 수는 없을까? <파리의 연인>(2004), <프라하의 연인>(2005), <온에어>(2008) 등 5개 흥행작에서 호흡을 맞춘 작가 김은숙과 신우철PD의 6번째 흥행 도전 작 <시크릿 가든>이 후반부에서도 식상한 구조에 빠지지 않고 탄탄한 스토리로 끝까지 상큼함을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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