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TV를 보니: 11.22~28] 감동까지 함께한 <세바퀴>
이날 방송에서는 이상용이 <우정의 무대> 로고송이었던 '그리운 어머니'를 열창했다. 그리고 말했다. "세상에 어머니 같은 여자는 없다. 시집가기 전 바퀴벌레도 무서워하던 여자가 엄마가 된 후엔 자식을 물려는 셰퍼드에게도 덤빈다. 시집가기 전에는 한 정거장도 택시 타던 그 여자가 자식이 아플 때는 맨발로 30리를 달린다."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출연진은 각자의 어머니를 떠올린 듯 눈물을 펑펑 쏟았다.
<세바퀴>는 주로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나 장기자랑 등을 늘어놓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 시청층인 중년 여성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어머니' 얘기로 눈물과 감동을 끌어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웃고 떠드는 것 뿐 아니라 ‘뭉클한 감동’까지 덤으로 주었을 때 시청자가 열광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지난 16일 방송된 KBS 2TV <승승장구>도 비슷했다. 이날 9.9%의 시청률을 기록, 9일의 4.6%에 비해 무려 5% 넘게 상승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1TV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자(MC) 송해가 출연해 아들을 잃은 아픔 등 개인사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렸다. '전국노래자랑'을 26년간 진행하며 '국내 최장수 MC'라는 영광을 얻은 그에게도 견디기 힘든 고통의 나날이 있었던 것이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청자들이 채널을 고정하고, 먹먹한 마음으로 한숨을 쉬며 귀를 기울였다.
두 방송 모두 나이 어린 연예인들이 나와 웃고 떠들었을 때보다 시청률이 훨씬 높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물론 눈물이 있다고 해서 프로그램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예 ‘감동을 주자’고 시작했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아버지’는 초기의 호평을 이어가지 못하고 결국 낮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예능 장르에서 ‘감동’ 코드는 ‘재미’라는 핵심 요소와 어떻게 잘 조화되는가가 관건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흥미로운 구성 속에 ‘눈물의 클라이맥스’를 잘 버무리면 시청자가 호응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예능의 정체성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다.
TV 앞에 다가온 중장년층에게 ‘유쾌한 웃음’과 ‘콧잔등 시큰한 감동’을 함께 선사하는 것!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은 당분간 이 화두를 붙들고 씨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