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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가요계의 모차르트' 유재하
그의 음악생명, 분신들이 잇는다
싱어송라이터의 산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2010년 11월 24일 (수) 22:35:25 곽영신 기자 kwaaak@danbinews.com

전문가들도 이상하다던 ‘발라드의 아버지’

1987년 11월 1일, 서울 한남동 부근에서 훗날 전설로 남게 될 한 청년이 탄 승용차가 미끄러졌다. 그의 나이 스물다섯.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석 달이 지난 때였다. 그가 남긴 단 한 장의 앨범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걸작 반열에 올랐다. 지난 2007년 경향신문이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들국화’의 데뷔 음반에 이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가요계의 모차르트’, ‘발라드의 아버지’라 불리는 유재하 얘기다.

   
▲ 유재하의 생전 모습. ⓒ 유재하음악장학회

유재하 음악이 기념비적 성과물로 여겨지는 이유는 다음 두 가지다. 첫째, 당시 뮤지션들은 꿈도 꾸지 못할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노래를 모두 혼자 해내 국내 대중음악 사상 처음으로 음악적 자주(自主)를 이뤄냈다는 점이다. 진정한 ‘싱어송라이터’의 탄생이다. 둘째, 한양대 작곡과에서 배운 클래식 화성학을 대중음악에 접목해 당시 음악 관습과 통속성을 완전히 탈피했다는 점이다. 이전과 다른 멜로디와 코드 진행으로 음악관계자들조차 “노래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예술의 진짜 가치는 그 ‘이상함’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이후 유재하 음악은 한국 대중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평소 유재하를 동경하던 신승훈이 자신의 데뷔일을 그의 기일인 11월 1일로 맞추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그리고 이 ‘이상한 노래’를 만드는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기 위해 해마다 가을이 되면 개최되는 행사가 바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다. 1988년 유재하의 유족들이 앨범 수익금으로 ‘유재하 음악장학회’를 설립하고 이 대회를 만들었다. 2005년 재정적 문제로 개최하지 못한 적도 있으나, 싸이월드의 후원으로 다시 개최되고 있다.

그동안 배출한 뮤지션들도 쟁쟁하다. 조규찬, 고찬용(낯선사람들), 박영열(일기예보), 강현민(러브홀릭), 심현보, 유희열, 이한철, 조윤석(루시드폴), 정지찬, 나원주, 김연우, 오지은, 재주소년, 메이트, 스윗소로우, 노리플라이, 원모어찬스... 그야말로 대한민국 대표 싱어송라이터들이다.

   
▲ 첫 번째 참가자 김선욱 군의 자작곡 <길> 공연. ⓒ 싸이월드BGM

292개 팀, 유재하의 음악세계 재창조 경쟁

지난 19일, ‘제21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 열렸다. 총 292팀 중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에 오른 10팀의 무대가 펼쳐졌다. 유재하 음악을 계승한 대회인 만큼 담백하고 깔끔한 음악이 주를 이뤘다. 악기도 피아노, 통기타, 퍼커션 등 두세 가지가 대부분이어서, 요즘 유행하는 요란한 음악과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유재하의 후예를 자처하는 이들의 음악적 자존심일까.

사랑타령 일색인 가요와는 다르게 진지하고 성찰적인 가사도 눈에 띄었다. “니가 너무너무 부러워 작은 집에도 행복해 하는 니가”<곡목 : 달팽이집>, “하늘이 너무 높게 느껴질 땐 살며시 고개 숙여 흙을 보자”<흙의 묻고 웃자>, “재밌는 얘기를 해줄까 나에게 물어봐 내가 있냐고”<모욕>, “떡 사이소 떡 사가소”<인생길>, ‘우울한 편지’, ‘가리워진 길’ 등 유재하 노래의 제목을 모아 가사로 만든 <I Wish> 등 참신한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 대상을 받은 ‘하늘’팀의 공연. ⓒ 싸이월드BGM

이루마 가사 잊어먹자 관객들이 합창

백남음악관 실내가 신인들의 수준 높은 멜로디로 채워지는 동안, 관객들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참가자들의 가족, 친구, 대학동문들은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성을 보냈다. 공연이 끝나면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참가자들이 무대에 오르내리는 사이 스피커에서 유재하 노래가 흘러나올 때마다 흥얼흥얼 따라 부르는 모습도 보였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지는 자리였다.

사회는 뮤지션 정지찬과 스윗소로우의 김영우가 맡았다. 모두 이 대회 출신이다. 참가자들의 공연이 모두 끝나고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나원주, 원모어찬스(One more chance), 이루마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특히 원모어찬스 멤버 박원은 2년 전 이 자리에서 대상을 받은 뮤지션으로서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이루마의 공연 또한 특별했다. 피아니스트인 그가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연주하며 직접 노래를 불렀다. 중간에 가사를 잊어먹자 이백 여명 관객이 다음 부분을 이어갔다. “다시 돌아온 그댈 위해 내 모든 걸 드릴 테요.” 순식간에 고요한 합창이 되었다. 유재하의 힘, 음악의 힘이었다. 

   
▲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축하 공연. ⓒ 싸이월드BGM

“우리는 가늘고 길게 가는 뮤지션들”

대망의 시상식. 대회 전 2주 동안 음원을 공개해 네티즌 투표를 거쳐 가장 인기를 얻은 곡에게 주는 ‘싸이월드 음악상’을 시작으로 연주상, 작사상, 가창상, 작곡상이 주어졌다. 유재하음악상(대상)은 동아방송예술대학 영상음악계열 작곡과생들도 구성된 ‘하늘’<곡명 : 하늘>에 돌아갔다. 참가곡을 작사, 작곡한 2학년생 이찬양(21)씨는 “얼떨결에 쓴 곡으로 큰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심사위원을 맡은 가수 박학기의 심사총평이 독특했다.

“요새는 음악도 너무 빠르고 급하죠. 슈퍼스타 대회 방송이 끝나면 출연자는 그 순간부터 삽시간에 인기인이 되고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하더군요, 그런데 우리 유재하 존(zone)에 있는 가수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상을 받아도 1~2년 지나야 슬금슬금 얼굴을 내밀죠. 우리는 가늘고 길게 가는 뮤지션들 같아요.”

관객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가늘고 길게 가는 뮤지션이면 어떠랴. 공장처럼 찍어내는 음악들 속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갖고,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노래를 많이 만들어 주면 그저 고마운 것을. 이렇게 ‘가늘고 길게’ ‘이상한 노래’를 만드는 뮤지션들의 축제는 끝났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야 오늘 무대에 오른 신인 뮤지션들의 음악을 라디오에서, 또는 소규모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을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즐거운 이유는, 언젠가 많은 이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을 소중한 노래를 들려줄 뮤지션의 탄생을 지켜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 한국 대표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21회 대회 수상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 싸이월드BGM

제2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자 

수상내역

수상팀

곡명

유재하음악상

하늘 (동아방송예술대 작곡과 이찬양 조민후 최재원)

하늘

작곡상

김선욱 (한양대 작곡과)

작사상

이경원 (한양여대 실용음악과)

인생길

가창상

F#m7 (백석예술대 기독교실용음악과 임태환 이현아)

나의 일상

연주상

새의 전부 (백석예술대 기독교실용음악과 이원혜 김지형 정재윤 배주원)

흙에 묻고 웃자

싸이월드상

하늘 (동아방송예술대 작곡과 이찬양 조민후 최재원)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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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220.XXX.XXX.185)
2010-11-26 00:51:16
또 하나의 멋진 뮤지션이 나오길 기대하게 되네요!!^^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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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군 (220.XXX.XXX.23)
2010-11-26 11:34:37
네^^ 저도 이 경연대회 출신 뮤지션을 참 좋아합니다. 기대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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