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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겨운 가난, 뭉쳐서 이겨낼 거야”
동자동 쪽방촌 ‘마을은행’ 만들기 후원주점 현장
2010년 11월 19일 (금) 23:05:01 김화영 기자 lionking1785@naver.com

 
   
▲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 후원의밤' 행사에서 공로상을 받은 최민철씨. 우측은 사랑방조합 이태헌 추진위원장. ⓒ 김화영

 “오늘 너무 행복합니다. 그냥 좋습니다. 그리고........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18일 오후 서울 한강로3가 용산 철도웨딩문화원. 최민철(53)씨는 감격에 겨워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한쪽 어깨에 암이 있어 고생하면서도 서울 동자동 쪽방 사람들이 서로 돕는 일에 앞장서 온 그는 이날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 후원의 밤’ 행사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쪽방 사는 형편에 암 검사비조차 감당하기 힘들어 치료를 포기했던 그는 이웃 주민들이 십시일반 걷어준 돈으로 최근 1차 수술을 성공리에 받았다. 그래서 가난할수록 더욱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해져 조합원 늘리는 일에 발 벗고 나섰던 것이다.

그 동안 쪽방 사람들은 최씨처럼 절박한 상황에서도 어디 한 곳 손 벌릴 데가 없었다. 은행에선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고, 다른 서민 금융기관의 문턱도 높았다. 그래서 쪽방 사람들이 ‘스스로 돕자’고 뭉쳤다. 지난 3월 뜻 맞는 동자동 주민들이 모여 ‘마을은행을 만들자’고 결의한 것이다. 쪽방 주민 900여 명 중 지금까지 82명이 ‘사랑방 조합’에 가입했다. 각자 형편에 따라 다달이 5천원에서 5만원씩 낸 돈이 현재 540만 원이 됐다. 출자금 목표액 2000만원이 모이면 내년 3월부터는 연 2%의 이자로 1인당 50만 원까지 생활자금을 대출해 줄 계획이다.

이날 후원의 밤은 ‘종잣돈 1,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조합원과 한신대 학생 등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훈제치킨과 파전, 어묵탕 등을 만들어 손님들을 맞았다. 오후 3시부터 드문드문 찾아오던 손님들이 날이 어두워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들이닥쳤다. 오후 7시, 그 동안의 사랑방 활동을 담은 영상을 함께 보는 것으로 2부 행사의 막이 열렸다. 풍물패 ‘신바람’의 공연이 100여 명 참석자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고 흥에 겨운 몇몇 손님은 무대로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앞 다퉈 무대로 나와 기계 반주에 맞춰 ‘땡벌’ 등 가요로 노래자랑을 하기도 했다.

   
▲ 공연봉사를 하고 있는 '신바람' 풍물패. ⓒ 김화영

용산구청 사회복지사 김운정(33)씨는 “동자동을 담당하는 동료의 초청으로 왔다”며 “다른 술집에서는 2만 원짜리 치킨 안주에 5천 원짜리 소주를 마시지 않지만 오늘은 이 분들을 도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동자동 주민들의 자활사업을 돕는다는 노영채(55·옥상조경업 )씨는 1만 원짜리 주점 티켓을 7장이나 샀다.

“저도 예전에 기초수급대상자로 어렵게 살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다보니 기회가 생겼고, 그걸 발판으로 제 사업까지 꾸릴 수 있게 됐습니다. 주민들이 오늘처럼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를 갖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열심히 해서 신용이 생기면 뭘 하든 성공할 수 있는 거예요.”

‘동자동사랑방’ 대표 엄병천(41)씨는 “오늘 주점을 해서 모은 후원금으로 출자금을 마련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쪽방사람들이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이날 후원주점에서는 자원봉사자들과 쪽방 주민들의 지인 등이 자발적으로 사 준 티켓대금으로 500만원이 모금됐다.

이번 행사의 총책임을 맡은 사랑방조합 추진위원장 이태헌(54)씨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지금은 조합원이 82명밖에 안 되지만, 앞으로 200명 500명으로 계속 늘려나갈 겁니다. 나라에서 관심을 보여주지 않아도, 우리는 스스로 살 길을 찾을 겁니다.”

주민들은 출자금을 늘리기 위해 폐품을 수집해서 팔고, 주말 농장에서 열심히 농사를 짓는 등 다른 수익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노숙인자활을 돕는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의 이동현(35)대표는 “사랑방 마을 공제협동조합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사업성도 높여야 하지만 제도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운동성’도 갖춰야 한다”며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랑방마을 공제조합은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매달 둘째와 넷째 주 토요일 오후 7시에 동자동 사랑방에서 설명회를 하고 있다. 내년 3월 첫 대출이 이루어지는 날을 향해, 쪽방 주민들은 느리지만 힘 있는 걸음을 내 딛고 있었다.

   
▲ 후원주점에는 100여명의 손님이 찾아 쪽방 주민들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  ⓒ 김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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