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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자찬·과잉통제에 빛바랜 G20 의미
‘기울어가는 미국’, ‘떠오르는 중국’ 환율 힘겨루기로 확인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조용래의 생생토크
2010년 11월 14일 (일) 14:36:38 윤성혜 기자 yoonsh@danbinews.com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한 주간 주목해봐야 될 뉴스를 통해 한국 경제를 진단해보는 <생생토크> 시간입니다. 오늘은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서울선언의 내용과 의미, 그리고 해외 언론의 평가 등을 종합해보겠습니다. 11월 둘째 주 생생토크,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와 국민일보 조용래 논설위원 두 분 나오셨습니다. 조 위원님은 언론인 입장에서 서울 G20회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국 주도적 역할 의미 있으나 국민과 동떨어진  진행 유감

조용래(국민일보 논설위원): 이번 회의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그해 11월에 첫 정상회의가 개최된 후 다섯 번째입니다. 지난 네 번 동안 이뤄진 논의를 총 점검하고 중간단계에서 어느 정도 매듭이 지어지는 그런 회의였거든요. 그래서 상당히 의미가 컸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부 당국자들이 고민과 노력을 많이 했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G20회의 서울 개최에 힘이 들어가다 보니까 국민들과 동떨어진 채 진행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 : 제 교수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이번 G20회의는 말하자면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를 만들어가는 작업의 하나인데, 그동안 선진국들이 틀을 잡아놓으면 그냥 따라가는 입장이었던 우리가 의장국으로서 중심축의 역할을 맡은 것,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의제 등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통해 신흥개발도상국들의 입장을 대변한 것 등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 ‘이건 의미 있었고 잘했다’고 남들이 평가해주면 좋은데 너무 정부 스스로 나서서 국내총생산(GDP)이 얼마가 늘 거라는 등 효과를 과장하고, 자화자찬하고, ‘쓰레기도 버리지 말라’는 등 지나치게 통제하려다가 국민들의 반감을 산 것은 참 아쉬운 점입니다. 어떤 인물이 훌륭하다는 것을 남들이 말해주면 좋은데, 너무 나서서 ‘나 잘났다’ 하면 별로 안보고 싶지 않습니까? (웃음) 그런 점에서 미숙한 부분이 있었던 것, 다음에 큰 행사 할 때는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박 : 우리나라 땅에 이렇게 많은 각국 정상들이 모일 기회가 흔치 않고, 중요한 의미가 있는 행사였고,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것도 알고 ‘고생했구나’하고 어깨 두드려줄 줄 아는 국민들인데, 자꾸 ‘우리 대단한 일 하는데’ ‘고생하는데’ 하니까 옥의 티였던 것이죠.
 
제 : 게다가 국민들을 과도하게 통제하려고 했던 것, 이런 것들이 마음을 상하게 했죠.
 
박 : 원래 임금님 지나갈 때 신문고 두드린다고, 이럴 때 뭐 인권 단체, 환경 단체 등이 시위도 좀 하고 이러는 게 자연스러울 수도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우리가 역사 이래 단 한번이라도 강대국의 수장들 앞에서 개발도상국들이나 후발국들의 입장에 서서 ‘이젠 좀 이렇게 하자’ ‘이건 잘못됐다’ 주도권을 잡고 목소리를 높인 적이 별로 없었지 않습니까.


제 : 그동안 우리가 분단국가라는 것 때문에 여러 나라들에게 ‘우리 편이 돼 주세요’ ‘이렇게 처분해 주세요’ 등등의 아쉬운 소리를 하는 입장인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이번에는 상당히 주도권을 쥔 입장에서 새로운 국제 질서를 만들어가는 데 한 몫을 했으니 그 부분은 평가해 줄 필요가 있죠.

환율문제에 다른 중요 주제 묻힌 것도 아쉬워

박 : 조위원님, 그런데 이번 회의에서 G2, 즉 미국과 중국간의 환율전쟁에 너무 많은 관심이 쏠렸던 것은 좀 아쉽지 않습니까.
 
        
조 : 네, 그렇습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금융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G20회의가 시작됐거든요. 그러다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다른 이슈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글로벌불균형 문제, 선진국과 개도국의 위상 문제, 지속가능한 세계 경제의 틀은 뭐냐 등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번 서울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에 정부 당국자들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환율전쟁이었죠. 각 나라가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서 수출을 유리하게 하려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다른 주제들은 묻히고 환율문제로 완전히 휩쓸려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컸습니다. 그러다가 지난달 23일 경주에서 G20의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 회의가 열렸죠. 거기서 ‘자국 통화 가치를 억지로 끌어내려 수출에 유리하게 하는 행보는 자제하자’, ‘시장결정적 환율로 나아가자’는 등의 합의가 나왔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의 플러스 마이너스 4%로 관리하도록 하자는 등의 얘기가 나왔는데, 합의에 이르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서울 회의에서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 합의가 도출될 것을 기대했는데, 규제를 하자는 미국과 반대하는 중국 독일 사이에 견해차가 커서 그렇게 되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내년 프랑스 회의까지 ‘경상수지 관리에 대한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자’는 정도로 이야기를 한 것이죠. 환율 문제가 이번에 완벽하게 해결되지 못한 것은 어떤 면에서 이번 회의의 실패라고 볼 수 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까지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반쪽 성공은 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습니다.

박 : 제교수님, 영국의 가디언 지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에 주목했는데, ‘이제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세계 경제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을 G20가 깨달아야 한다’는 얘기더군요. 
 
제 :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기울어지는 미국의 위상’과 ‘떠오르는 중국의 힘’을 확인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 서울에 왔을 때 두 가지 큰 목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추가적인 조건을 관철하는 것, 또 하나는 환율 문제에서 미국의 의지를 관철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결국은 둘 중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갔습니다. 특히 환율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 흑자를 일정한 범위 안에서 조정하자고 밀어붙였는데 중국과 독일이 ‘무슨 소리냐’고 강력 반발하는 바람에 실패했죠. 대신 ‘경상수지 조기경보체제에 대해 검토해 보자’는 수준에서 합의를 했을 뿐입니다. <뉴욕 타임즈>를 보니까 이번 서울회의에서의 실패가 정치적으로 오바마 대통령한테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더군요. 오바마 대통령이 얼마 전 중간 선거에서 크게 패배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5년 이내에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며 환율 문제 등에 큰 기대를 걸었는데 특히나 가장 강력한 중국 앞에서 좌절감을 맛보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회의가 기울어지는 미국의 위상, 떠오르는 중국의 힘을 확인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 :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측면도 있어요. 미국은 환율 전쟁을 운운하면서 실제 경상수지 적자가 많이 줄어드는 효과를 지난 9월부터 보고 있고요, 중국도 지급준비율을 올리고, 기준 금리도 올리면서 실질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올리는 대응을 했거든요.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환율 전쟁이라는 컨셉을 내세워서 G2라고 하는 양자가 서로 대립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나름대로는 각자의 몫을 챙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 : 긴 추세를 놓고 보면 미국이 환율 문제를 제기하고 중국을 압박하면서, 결국 중국이 금리 인상도 하고 지급준비율도 높이게 해 실리를 거둔 면이 있는데, 이번 G20 서울회의에서 미국이 관철하려던 목표가 좌절된 것은 오바마와 미국에 타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 : 상대적으로 돋보인 정치인이 또 독일의 메르켈 총리인데요, 이번 회의에서 꽤 화를 많이 냈다고 해요. (웃음) 화를 낼만도 한 게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그렇다 치더라도 독일은 저임노동으로 수출하는 것도 아니고, 환율 개입한 것도 없고, 오히려 비싼 물건 만들어서 팔았는데 왜 우리 경상수지 흑자를 갖고 시비냐는 것이죠.

제 : 그렇습니다. 독일이 발끈했던 것은 경상수지 적자와 흑자폭을 ±4%로 제한하자는 미국의 아이디어가 사실은 중국하고 독일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지금 GDP의 약 6%고, 독일의 경우는 4.9%니까 미국의 아이디어에 맞춘다면 앞으로 중국이나 독일은 수출을 줄이든지 수입을 대폭 늘려야 하는 것이죠. 독일 입장에서는 ‘우리가 품질 좋은 물건 만들어서 잘 팔리는 건데, 왜 그래?’하고 화를 낼 만 했던 것이죠. 그래서 메르켈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도 아주 공개적으로 ‘이렇게 경상수지를 억지로 조정하는 것은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는 나쁜 아이디어’라고 얘길 했고, 막판에 서울선언문 타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메르켈이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결국은 국제무대에서도 ‘돈’이 말을 하는 모습이죠. 중국도 독일도 요즘 잘 벌고, 쌓아 놓은 돈이 많으니까요.
 
조 : 메르켈 총리 같은 경우는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6000억 달러의 추가 양적완화(돈 풀기)를 하기로 한 데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죠. 미국이 경주회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돈 풀어 달러가치 떨어뜨리면서 무슨 경상수지 ±4% 운운하느냐는 것이죠. 그런데 사실 서울회의가 시작되기 전만 하더라도 각 나라가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조치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불평을 했는데 실제로 회의가 진행되면서 그 얘긴 많이 나온 것 같지 않아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미국이 2차 양적 완화조치에 대한 용인을 G20에서 어느 정도 받았다고 볼 측면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 : 그렇군요.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에 ‘환율전쟁에서 벗어났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렇게 볼 수가 있을까요?

조 :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선언에 대한 내용들을 소개하면서 그런 발언을 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수사학의 문제라고 봅니다. 이번 회의에서 환율논의의 결과는 세 가지가 나올 수 있었을 텐데, 첫 번째는 완벽한 해결책에 합의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풀어가자’는 실행계획 내지 일정표가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면 세 번째는 도저히 해결책을 못 찾겠다며 다시 환율전쟁으로 가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번 서울회의는 두 번째 결과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고, 구체적인 방법과 일정이 정해졌다는 측면에서 지난 번 경주회의보다 한 발 나아갔다고 볼 수 있겠죠.

환율과 경상수지 문제, 내년 프랑스회의로 공 넘겨

박 : 제교수님, 어떻게 보면 환율과 경상수지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다음 회의까지 해법을 찾아보자는 합의라고 하니까요. 

제 : 그렇습니다. 조위원님이 말씀하신 세 번째 결과처럼 ‘파투(破鬪)’는 일단 안 났다는 정도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더 노력해서 대안을 찾아보자’는 수준인 것이죠. 경주회의에서 얘기가 나온 ‘경상수지 플러스 마이너스 4% 관리’, 여기에 대해서는 중국 독일이 강력 반발하니까 안 하기로 한 것입니다. 대신 ‘경상수지 조기경보체제’라고 해서 경상수지 흑자가 지나치게 급증하는 등 이상을 보이는 나라에 대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등이 ‘이러이러한 조치를 하라’는 등의 권고를 할 수 있도록 예시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얘기죠.  방향을 틀어서 그렇게라도 내년까지 합의를 내보자고 유보를 한 것이지, 이것을 가지고 ‘환율전쟁은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볼 수 있겠죠. 지난번에 경주회의에서 일련의 합의를 했는데 미국이 6000억 달러 양적완화를 해서 다른 나라들을 화나게 한 것처럼 앞으로 또 어떤 나라가 무슨 조치를 할지는 모르는 것이죠. 다만 해결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는 정도로 유보적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조 : 그렇습니다. 지난주에 제가 G20 준비위원회 분들을 만났는데요. 그분들이 하는 이야기가 서울회의에서 환율문제의 결론이 안 날 것 같아 다음 회의 개최국인 프랑스 대표들이 상당히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입니다. 프랑스는 지금 상당히 난감할 겁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갈건지에 대해서 말이죠.

박 : 환율 문제와 관련해서 지금 중국 정부의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중국은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4%로 25개월 만에 최고치였죠. 그래서 인플레를 잡는 방법의 하나로 지급준비율 인상까지 발표를 했습니다. 미국의 양적완화로 쏟아져 들어오는 달러 때문에 유동성이 늘고 물가가 오르는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위안화가치를 높여서 물가를 잡으면 수출에 차질이 생긴다는 문제가 있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조 : 중국은 올 들어 지준율을 벌써 4번, 대형은행만 한정해서만 한 것을 포함하면 벌써 5번을 올렸습니다. 지준율을 올린다는 것은 시중의 통화를 줄이겠다는 의도 아니겠습니까. 그러면서 금리도 지난달에 올렸고 또 추가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요. 그런데 중국경제가 과열 아니냐는 얘기를 스스로도 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과열을 어느 정도 식히기 위해 수출을 조금 위축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위안화 가치를 올리는 게 그 방법이 되겠죠. 미국이 위안화 가치를 올리라고 압력을 넣은 부분에 대해 중국이 상당히 강하게 대응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위안화가 오르는 것이 수입 물가를 떨어뜨리는 등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중국이 어떤 면에서는 소리 없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박 : 이제 국제통화기금(IMF)에 관련된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IMF의 개발도상국 지분이 늘어났고, 대출조건이 완화됐습니다. IMF는 위기가 터지면 사후 수습하는 기구였는데, 이번에는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가 마련됐죠. 제교수님,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제 : 사실 외환위기를 주로 겪는 나라들은 개발도상국들인데요, 그동안의 현실을 보면 IMF는 개도국들을 위해서 일한 것이 아니고, 선진국의 채권자들을 위해서 뛰었다는 비판을 많이 받습니다.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IMF 의결권의 약 17%를 미국이 갖고 있으면서 단독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미국, 유럽이 IMF의 의사결정을 좌우했기 때문이죠. 개도국들은 지분이 너무 적어서 발언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선진국 위주로 돌아가는 IMF에 세계경제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신흥개도국의 위상을 반영하자는 뜻에서 선진국 지분의 6%를 개도국에 떼 주기로 한 것이죠. 그것 때문에 중국이 넘버쓰리(3)가 되고 우리나라 위상도 두 단계정도 올라갔습니다. 이것은 당연한 추세인데, 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더 많이 가야합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처럼 외환위기를 항상 경계해야하는 입장에서는 IMF에 일단 손을 벌리면 ‘부도난 나라’라는 낙인이 찍히는 효과가 너무 두렵습니다. 그래서 위급한 상황에서도 미루고 미루다가 정말 어쩔 수 없게 됐을 때 나쁜 조건을 수용하면서 구제금융을 받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신흥개도국들에 대해서는 위기가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미리미리 대출을 받아서 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죠. 또 대출조건이 그동안 너무 까다로웠는데, 조건을 대폭 완화한 FCL(Flexible Credit Line)이라는 제도도 마련했습니다. 그래서 IMF개혁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개도국들의 입장이 반영된 것은 일종의 성과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글로벌 CEO 비즈니스 서밋, 사회적 책임의식과 액션플랜 있었다면......

박 : 조위원님, 비즈니스 서밋이 정상회담 전에 열리지 않았습니까. 전 세계의 중요한 기업인들이 모였는데, 이런 교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 : 그렇죠, 이번에 처음으로 비즈니스 G20이 시작됐는데요, 기업 현장의 목소리가 서울선언 안에 끼어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 비즈니스 서밋도 계속해서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죠. 또 한 가지 개발의제 즉 선진국이 후진국을 돕는 문제에서 자금지원은 정부가 하지만 실제로 운영하고 지도하는 역할은 기업이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기업들이 그 부분에 구체적으로 끼어들었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했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코리아 이니셔티브’ 중 하나인 개발의제, 이 부분이 비즈니스 서밋과 관계되는 것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 : 제 교수님, 이런 부분들이 첫 단추를 꿴 것 아니겠습니까. 아쉬운 부분도 있을 텐데 어떤 부분이 보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서 무슨 얘기가 나오나 봤더니 가장 큰 구호가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 자유무역을 확대하라’는 이야기더군요. 이런 요구도 좋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거기에 모인 120명의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이 사실 각국 정부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도 있는 사람들인데, ‘우리가 이런 일을 하자’는 결의가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미국과 유럽의 대형 금융회사 대표들은 별로 오지 않은 것 같은데, 어쨌거나 지난 몇 년간 세계경제 위기에서 기업들 책임이 있는 부분에 대해 반성도 하고, 대기업 경영자로서 중소기업과 노동자에 대해서, 또 세계와 지역사회에 대해서 ‘우리가 이런 걸 해 보자’는 결의 같은 것을 보여주고 구체적인 액션플랜 같은 것을 함께 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앞으로 비즈니스 서밋이 정례화가 된다면 대기업 CEO들이 모여서 세계와 각 나라, 지역사회를 위해서 가진 힘과 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궁리해주는 회의가 되었으면 좋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박 : 오늘 두 분 말씀, 고맙습니다. 

정리/윤성혜 기자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상 생략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11월 13일자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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