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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석탄으로 ‘깨끗한 연료’ 만들기
[청정에너지 현장을 가다] 보령, 서천발전소의 ‘청정화력’ 실험
2014년 10월 07일 (화) 02:18:51 조수진 기자 sujieq@danbinews.com

“여기 두 탑이 이 설비의 핵심 부분이에요. 흡수탑에선 흡수제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재생탑에선 흡수제와 이산화탄소가 분리됩니다.”

지난 4월 28일 충남 보령군 오천면의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 박지은(33·환경관리팀)주임이 건네 준 안전모를 쓰고 50미터(m) 높이의 탑이 보이는 건물 내부에 들어섰다. 건물 내부의 후끈한 열기는 이 설비가 장시간 운전 중임을 실감케 했다. 밖에선 탑이 하나만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그보다 10m 가량 낮은 탑 하나가 더 보였다. 철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탑의 높이가 더욱 실감이 났다.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따로 포집해 처리하는 기술개발 연구가 국내 최초로 진행되는 현장이었다. 

   
▲ 충남 보령화력발전소 내에 위치한 이산화탄소 포집 파일럿 플랜트(좌)와 설비모형(우). 발전용량 10MW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다. ⓒ 조수진

발전소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 포집해 처리 
 
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기 위해 석탄 등 연료를 태우면 이산화탄소 등이 섞인 배기가스가 나온다. 이 배기가스가 흡수탑 아래로 흘러 들어가면, 위에서 암모니아 유기화합물의 일종인 아민계열 흡수제를 뿌린다. 기체(배기가스)는 올라가고 액체(흡수제)는 떨어지면서 서로 만난다. 이 때 흡수제가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흡수하고 나머지 배기가스는 고스란히  위로 올라간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액체는 바닥에 모여 옆에 있는 재생탑으로 이동한다. 재생탑에서 열과 압력을 가해주면 흡수제와 이산화탄소가 다시 분리된다. 아직 이산화탄소 저장소가 마련되지 않아 흡수제만 재사용하고 이산화탄소는 굴뚝으로 내보내고 있지만, 앞으로 이산화탄소를 액체화해서 저장할 공간이 마련되면 전문회사인 ㈜선도화학에 이를 전량 판매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액화된 이산화탄소를 용접용이나 작물 재배 촉진용 등으로 공급하고 있다.  

보령화력본부가 가동하고 있는 이 파일럿(시험용) 플랜트는 10메가와트(MW) 규모의 발전용량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발전용량이 500MW인 보령화력 발전8호기에 연결돼 있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50분의 1을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포집되는 이산화탄소는 현재 하루 최대 200톤(t) 정도다. 박 주임은 “다음에 계획하고 있는 설비는 100MW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이고, 500MW를 모두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포집 설비 내부에는 배기가스 중 이산화탄소만을 흡수하는 흡수탑과 흡수제와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재생탑이 있다. ⓒ 조수진

화력발전소는 시멘트 공장 등과 함께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손꼽힌다. 석탄 등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지구온도를 높이는 온실가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 중 약 56%가 화석연료에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화력에너지는 줄여야만 하는 비(非)청정에너지, 이른바 ‘더러운 연료’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그러나 화력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를 따로 모아 재활용할 수만 있다면 석탄 등 화석연료도 청정에너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고민에서 시작된 연구가 보령발전소에서 실험 중인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CCS; Carbon Capture & Storage)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50년 무렵 CCS 기술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배출량을 약 17%를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노르웨이는 지난해 ‘해양 CCS 프로젝트’를 통해 항해 중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포착하고 액화하는 기술을 실험한 뒤 이런 방식으로 해양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최대 65%까지 낮출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CCS 기술은 처음 제안된 후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직 실용화 실적이 미미한 편이다. 우선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들어 비효율적이라는 게 하나의 장애물이다. 탄소 포집을 하면서 똑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려면 25~35%의 연료가 추가로 필요하다. 둘째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포집한 후 이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산화탄소를 대기로부터 격리하기 위해서는 지하나 해수층에 저장해야 하는데,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누출될 가능성이나 해수, 지하수의 오염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하 깊은 곳 암석층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지질학적 저장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지진 등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지하 및 해수 심층부나 암석층에 저장한다. 하지만 이에 따른 안전성 평가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 국제CCS 연구소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화력발전소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연구는 가치가 있다고 해당 분야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에너지의 주공급원인 화력발전소를 당장 없앨 수 없는 여건에서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보령화력발전소는 한국전력연구원, 대림건설, 포스코건설, 포스코엔지니어링, 부산대학교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인력과 함께 이산화탄소 포집의 효율성 향상 및 에너지 저감방안을 찾고 있다.

   
▲ 전력공급원 별 발전설비 및 발전량 비중 표. 화석연료(석탄, 석유)의 비중이 가장 높다. ⓒ 지식경제부

박 주임은 “원활한 연구를 위해서는 정부가 발전소별 발전할당량을 신축적으로 운영해 파일럿플랜트 가동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오는 2027년까지 석탄화력발전 12기(1074만kW)를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CCS기술이 빨리 실용화하지 않으면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기와 필터로 미세먼지 걸러 대기오염 최소화

화석연료는 온실가스 외에도 인체에 해로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지난 3월 17일 찾아간 충남 서천군 서명의 서천화력발전소는 ‘하이브리드 정전여과집진설비’를 통해 해로운 먼지를 잡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우리 발전소는 전기로 미세먼지를 잡고, 백필터(bag-filter)로 초미세먼지를 잡아요.”

서천화력발전소 강대훈(50) 부장은 전기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모으는 ‘정전집진설비’와 천으로 된 필터(거름망)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모으는 ‘여과집진설비’가 결합(하이브리드)됐다고 설명했다.  

   
▲ 강대훈 부장이 여과집진설비의 핵심인 필터백을 보여주고 있다. ⓒ 송두리

화력발전소가 석탄 등 화석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배기가스에는 인체에 유해한 황산염, 질소염 등이 포함된 미세먼지가 있다. 국내 화력발전소들은 전기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거르는 ‘정전집진설비’를 갖추고 있다. 서로 다른 자기장을 띤 물질이 달라붙는 원리를 이용한 장치다. ‘여과집진설비’는 미세먼지 중에서도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초미세먼지를 걸러준다. 촘촘히 짜인 직물소재의 자루(bag) 안에 배기가스를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인 먼지는 사일로(저장소)에 모아놓았다가 일정량 이상이 되면 외부에 판매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들을 압축해서 시멘트와 아스팔트에 섞으면 무게는 기존보다 가볍고 강도는 세지기 때문에 수요가 있다고 강 부장은 설명했다. 

   
▲ 강대훈 부장이 초미세먼지를 모으는 저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걸러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아스팔트와 시멘트 연료에 쓰인다. ⓒ 송두리

여과집진설비는 아직 시범단계다. 한국중부발전이 지난해 9월 대기오염방지설비 분야 신기술개발 벤처기업인 (주)제이텍과 함께 이 설비를 설치하고 시운전을 시작했다. 서천화력발전소는 설비용량이 40만kW급으로 다른 화력발전소의 절반 정도 규모이기 때문에 시범기관으로 선정됐다. 현재 집진설비는 이 발전소의 총 배기가스 중 23%정도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오는 2019년 서천과 전북 군산 인근에 준공예정인 신서천화력발전소에는 ‘하이브리드 정전여과집진설비’가 제대로 설치될 예정이다.

   
▲ 충남 서천화력발전소에는 총 240개의 여과장치가 설치돼 있다. ⓒ 송두리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 농도지수를 함께 알려주기 시작한 건 몇 년 안 됐어요. 그만큼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에 민감하다는 거예요. 거기에 맞춰 환경기준도 점점 엄격해지고, 당연히 화력발전소도 달라져야죠.”

박 차장은 초미세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폐 속까지 침투하면 심장발작, 폐암 등 심각한 호흡기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미세먼지는 2013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충분한 증거가 뒷받침되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되기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1년도 우리나라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은 전년에 비해 12%, 1만4천톤(t)이 증가했다. 특히 강원도와 충북지역은 시멘트산업이, 경기도와 충남지역은 화력발전소와 철강산업 시설이 미세먼지 배출량을 증가시키고 있는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화력발전소 등 산업시설의 미세먼지 배출규제가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해 쓰는 ‘자원빈국’이면서도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후쿠시마 사고 같은 핵재난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와 원전 의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햇빛, 바람, 지열 등 ‘토종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이 이미 원전 비중을 넘어섰다. <단비뉴스>는 남보다 한발 앞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국내의 현장들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편집자)


 

[조수진 기자]
단비뉴스 환경팀장
쉽지만 가볍지 않은 글을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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