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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수찌꺼기가 전기와 시멘트로 ‘변신’
[청정에너지 현장을 가다] 슬러지 재활용 제천환경사업소
2014년 10월 03일 (금) 10:21:33 김선기 배상철 송두리 기자 goodgireen@gmail.com

충북 제천시 천남동, 제천천과 하소천이 만나는 지점에 종합하수처리장인 제천시환경사업소가 있다. 제천시에서 나오는 하수는 모두 이곳으로 모여 처리된 뒤 수도권 상수원인 청풍호로 들어간다. 지난 4월 11일 <단비뉴스> 취재팀이 처음 방문했을 때, 사업소건물의 파란 지붕과 가스저장탱크의 청둥오리, 나무 그림 등이 친근한 느낌을 주었다. 사업소 주변은 삼림욕 효과가 좋은 편백과 목백합나무가 빽빽이 둘러쌌고, 바람이 불어도 하수처리장에서 나옴직한 악취는 느껴지지 않았다. 

   
▲ 충북 제천시 천남동의 환경사업소 조감도(좌) 및 전경(우). ⓒ 제천환경사업소

취재팀을 맞이한 신건민 제천시환경사업소장은 “지난 2000년부터 오수나 폐수에서 나오는 찌꺼기(슬러지)를 전량 재활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첫 사례”라고 소개했다. 지난 82년 하수처리장으로 출발한 제천시환경사업소는 2000년 7월 26일 아세아시멘트와 함께 하수슬러지를 시멘트 원료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수슬러지는 90년대까지만 해도 폐기물로 구분, 전량 폐기처분했다. 배에 싣고 나가 바다에 버리는 해양투기가 대표적인 처리법이었다. 가장 돈이 적게 드는 방식이지만 바다를 오염시키는 문제가 심각했다.

바다에 버리던 오폐수 쓰레기, ‘돈 버는 효자’ 변신 

해양오염은 전 지구적 문제가 됐고, 폐기물해양투기를 규제하는 최초의 국제협약인 ‘런던협약’이 1975년 발효됐다. 한국은 1994년 이 협약에 가입한 뒤 바다에 버리는 쓰레기의 양을 2006년부터 줄여나갔다. 이 과정에서 슬러지 재처리를 위한 연구가 시작됐다. 2012년부터는 하수슬러지 해양배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사업소의 조동호 운영팀장은 슬러지를 재활용하는 자원화 시설로 취재팀을 안내했다. 약 7만6725제곱미터(㎡), 즉 2만 3200여 평의 부지에 하수를 깨끗한 물로 정화하는 하수처리시설과 슬러지를 시멘트원료로 만드는 슬러지처리시설이 함께 가동되고 있었다. 하수처리장은 하수를 받아들이는 침사지, 찌꺼기를 가라앉히는 1차 침전지, 미생물 처리가 이뤄지는 생물반응조, 부유물질을 분리하는 2차 침전지, 약품을 투여해 물을 소독하는 소독조 등으로 구성됐다. 1차 침전지의 경우 대형 수조안에 진회색 폐수가 채워져 있는데 물속에서 이물질 제거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하얀 기포가 수면으로 계속 올라왔다. 물을 바가지로 떠 자세히 보니, 정화된 물과 침전물이 단층으로 나뉘어 정화가 진행 중인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 1차 폐수처리시설 속의 폐수. 물이 깨끗하게 정화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송두리

“하수슬러지는 오수나 폐수에 있던 부유물이 가라앉아 진흙 상태가 된 것을 말해요. 이 상태는 수분이 높고 혼합물이 많아 당장 자원으로 활용할 수 없죠. 물을 빼내서 고체로 만들어야 해요.” 

조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슬러지에서 물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농축 과정이 필요하다. 하수 처리시설에서 가라앉힌 슬러지를 농축조로 옮겨 딱딱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후 슬러지 속에 섞여 있는 메탄가스 등의 가스혼합물을 빼내기 위해 한 달 가량 산소가 없는 대형창고인 가스저장탱크에 보관한다. 가스가 빠져야 슬러지가 가벼워지고 폭발 위험이 없는 안정된 물질로 바뀌기 때문이다.

연간 8만5천 가구 한 달 사용분의 전력 생산

제천환경사업소에서는 슬러지에서 추출된 메탄가스를 모아 냉ㆍ난방과 전기수요를 충당한다. 사업소 내에 자체 소형 열병합발전기가 있어 메탄가스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한 전력이 지난해에만 250만 킬로와트시(㎾h)에 달한다. 8만 5천 가구가 한 달간 사용하는 전기량과 비슷하다. 조 팀장은 “슬러지를 재활용해서 환경도 살리고 전기요금도 아꼈다”고 말했다. 

   
▲ 건조된 슬러지가 재와 섞여 최종 저장고로 운반중인 모습. 조동호 팀장이 직접 자원화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 송두리

메탄가스가 빠진 하수슬러지는 탈수시설에서 다시 건조한다. 이렇게 유해물질과 수분이 빠진 슬러지를 고속회전터빈으로 옮긴 뒤, 석탄 등을 태우고 남은 재와 1대1 비율로 혼합하면 수분함량이 낮고 입자가 작은 시멘트원료가 완성된다. 슬러지와 함께 섞는 재는 전북 전주시와 전남 여수시의 열병합발전소에서 비용을 치르지 않고 들여온다. 하수슬러지 자원화 과정에서 석탄재도 동시에 처리하는 셈이다. 지난해 제천사업소에서 만들어 낸 시멘트원료는 2만2000톤(t) 가량. 생산된 시멘트원료는 아세아시멘트(주) 공장에 무상으로 공급된다.  

제천사업소는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총 6만여t의 슬러지를 자원으로 재사용했다고 밝혔다. 슬러지를 소각이나 매립했다면 들었을 처리비용 32억 원 상당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었다. 조 팀장은 “제천사업소의 슬러지 처리기술이 전국 하수처리장에서도 사용되는 추세”라며 “국내 슬러지 자원화 산업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충북 청주시의 청주환경사업소는 지난해 12월부터 1일 220여t, 연간 8만t가량의 슬러지를 시멘트원료로 재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구리시의 구리하수처리장도 슬러지를 재활용하면서, 자원화 과정에서 발생한 에너지로 생태관광체험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악취 나는 혐오시설’로 인식됐던 하수처리장들이 친환경에너지생산과 생태보호시설로 점차 변모해 나가는 모습이다.

국내 슬러지 자원화 기술은 아직 걸음마 수준

그러나 국내 슬러지 처리기술과 활용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2012년 기준 국내에서 배출되는 슬러지는 연간 360만t으로 하루 약 1만t가량이지만 이중 재활용되는 양은 4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여전히 매립이나 소각 등 ‘돈 들여 버리는’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여기 드는 비용이 연간 약 4000억 원에 이른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더이상 슬러지를 매립할 땅도 전국에 없고, 슬러지 단가도 점점 오르는 추세여서 궁극적으로는 재활용이나 연료화밖에 답이 없다”며 “슬러지가 전량 재활용될 경우 경제적 효과는 굉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술거래소에 따르면 2003년 기준 전 세계에서 슬러지 처리와 관련한 특허는 일본이 7247건으로 가장 많이 갖고 있다. 한국은 153건으로 50분의 1 수준이다. 일본은 슬러지로 비료를 생산해 농업에 활용하고 슬러지를 압축한 벽돌 등을 건축자재로 쓰기도 한다. 대구대학교 환경공학과 최영진 교수는 “일본은 2007년부터 슬러지를 해양투기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슬러지 자원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우리나라도 2012년부터 해양투기를 법으로 금지해 자원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하수나 정수처리는 공공분야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연구개발을 주도해야 하고, 민간기업이 이 분야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해 쓰는 ‘자원빈국’이면서도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후쿠시마 사고 같은 핵재난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와 원전 의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햇빛, 바람, 지열 등 ‘토종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이 이미 원전 비중을 넘어섰다. <단비뉴스>는 남보다 한발 앞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국내의 현장들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편집자)

* 이 시리즈는 주한 영국대사관 기후변화 프로젝트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선기 기자]
단비뉴스 취재부장입니다.
발은 가볍게, 손은 무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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