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송가영

물이 있어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가? 몇 십 년 전만 해도 한번 쓴 물을 다시 쓰는 것은 당연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세수한 물로 아들딸이 다시 세수하고 그 물로 또 걸레를 빨거나 꽃과 나무에 뿌려주었다. 요즘은 이런 일이 없다. 물의 소중함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물을 대하는 사람들 태도는 이렇게 달라졌다.

UN 산하 인구행동(PAI)이 분류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로코, 이집트처럼 장차 물 부족국가에 속하게 될 전망이다. 우리를 빼고는 대체로 사막 주변 국가들이다. 우리나라가 건조한 사바나 지역에 자리잡은 것도 아니고 보면, 물 부족의 요인은 비가 조금 내려서가 아니라 물을 너무 많이 써서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갈이천정(渴而穿井). 미리 준비하지 않고 임박해 급히 하면 이미 때가 늦는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물이 부족한 지역에 속했다면 자연재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비를 소홀히 했다가 재앙이 닥친다면 그것은 인재(人災)다. ‘재앙 재(災)’란 글자는 ‘내 천(川)’과 ‘불 화(火)를 합친 것으로 물과 불을 잘못 다스리면 재앙이 온다는 뜻이 아니던가. 자연재해는 사람의 잘못으로 빚어지거나 확대된다.

농경사회에서는 물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었으니 치수(治水)야말로 정치의 근본이었다. 우리나라는 비가 적게 내리지는 않지만 장마철에 집중되고 동서로 국토의 경사가 급해 물을 잘 간수하지 않으면 물 부족 사태를 겪게 돼있다. 공업화 과정에서 물을 많이 소비하는 산업구조를 갖게 된 점, 몇몇 도시에 인구가 극도로 집중된 점도 물 부족의 큰 요인이다.

▲ 송가영 기자
그렇다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강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많이 만드는 것이 좋은 대책이라 할 수는 없다. 삼림을 울창하게 하고 논농사를 장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필요 이상으로 도로를 많이 건설하고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포장해버리는 것도 물을 허비하는 요인이다. 최근 광화문에 억수같이 내린 비가 물난리를 빚은 뒤 아무런 쓸모 없이 흘러가버린 것도 개발주의가 가져온 폐해 중 하나다. 물 부족에 대처하는 데도 진정성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 칼럼은 '물'을 제시어로 쓴 글을 교수님이 첨삭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