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 스탠퍼드 가다’는 소재 선택 적중
[지난 주 TV를 보니(2010. 10. 4 ~ 10.10)]

드라마의 흥행에서 스타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방송가의 대표적 흥행 코드 중 하나는 ‘스타를 잡아라’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SBS 새 수목 시리즈 <대물>은 고현정과 권상우의 상품성을 과감히 저울대에 올렸다. 이보다 한 주 앞서 시작한 KBS2의 <도망자 플랜B>와의 대결이 당연히 초미의 관심사. <도망자>는 ‘비’ 정지훈과 ‘CF의 여왕’ 이나영을 내세운 초특급 드라마다. 결과는 일단 <대물>의 승리로 돌아갔다. <대물>은 수요일 첫 회 시청률이 20.2%(AGB닐슨, 수도권 기준)였고 목요일에는 23. 2%를 기록, 18.7%와 19.6%에 그친 <도망자>를 눌렀다.
 
고현정·권상우 대 정지훈·이나영, 누가 최후에 웃을까  

▲ 대물은 첫 회 시청률이 20.2%(AGB닐슨, 수도권 기준)로 나타나 출발이 좋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 SBS 홈페이지 자료
과연 고현정과 권상우의 흡인력이 정지훈과 이나영의 그것보다 강했던 것일까? 아직은 단언하기 어렵다. ‘스타’라는 요소를 잠시 옆으로 밀어두었을 때, <도망자>의 상대적 열세는 ‘코믹과 액션을 혼동하게 만드는 모호한 컨셉’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등장인물과 사건을 따라가기 어렵게 만드는 이야기 전개를 지적하는 평도 많다. 결국 ‘스토리’가 부실하다는 것이 결정적 약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박인권 화백의 동명 원작만화를 드라마화한 <대물>은 ‘한국 최초 여자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만화적 설정과는 달리 ‘여성의 성공 스토리를 통한 대리만족’에 ‘국가 역할에 대한 따끔한 비판’을 가미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다. 여기서 고현정과 권상우의 설득력 있는 연기가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이미 <선덕여왕>에서 자신의 상품성을 검증했던 고현정은 이 드라마에서 ‘그 이상의 기록’을 기대하게 만든다. 
 
<대물>과 <도망자>는 둘 다 제작비 측면에서도 대형 작품에 속한다. 일단은 <대물>이 기선을 잡았지만, 두 스타군단의 불꽃 튀는 대결은 계속될 것이다. 이를 ‘수목대전’으로 불러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타블로 논란 잠재운 <MBC 스페셜>의 위력 
 
다큐물 가운데서는 단연 <MBC스페셜 -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가 발군이었다. 지난 1일 방영된 1부는 14.5%(AGB닐슨, 수도권 기준), 8일 방영된 2부는 9.2%의 높은 시청률을 보여 최근 교양물로서는 흔치 않은 기록을 세웠다. 많은 언론이 이 프로그램의 내용을 받아 이슈를 재생산했다. 그리고 결국 경찰 수사 발표 등으로 이어지며 ‘타블로 학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는 소재를 보는 안목과 기획력, 그리고 취재력이 돋보인 문제작이었다. ⓒMBC 캡처사진
꼼꼼히 따져보면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는 흔히 얘기하는 ‘흥행 코드의 3박자’를 절묘하게 갖추고 있다. 일단 사회적으로 논란과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시끄러운’ 사안을 골랐다. 스탠퍼드 출신 엘리트 연예인으로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타블로가 ‘스탠퍼드를 나오지 않았다’는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 라는 카페가 생겼고, 무려 20만에 가까운 회원이 모여 타블로 측과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프로그램이 제작됐다. 또 여기엔 ‘미스테리’의 요소도 있다. 타블로의 학력이 조작이라는 이런저런 ‘증거’를 타진요 회원들이 제시하고, 적잖은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면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하는 상황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타’가 등장한다. 타블로 자신은 물론 그의 아내 강혜정 등 연예 스타가 ‘먹잇감’이 된 사건이었던 것이다.

모든 제작자들이 이렇게 3박자가 딱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겠지만, 아마도 기획할 때는 그것이 눈에 잘 띄지 않을 것이다. <MBC스페셜 - 타블로, 스탠퍼드에 가다>는 소재를 보는 안목과 기획력, 그리고 취재력이 돋보인 문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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