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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집 이름이 ‘깐 마늘’이 된 사연
이야기와 정이 넘치는 재래시장에 장보러 오세요~
[제천 동문골 낭만시장에 가다]
2010년 10월 12일 (화) 10:22:16 정혜아 전은선 기자 esjeon37@danbinews.com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활기차고 살 맛 나네요.”

밸리 댄서 공연에 환호하는 관객들을 바라보던 한 상인이 활짝 웃는 얼굴로 말했다. 흥겨운 음악에 따라 덩실덩실 춤을 추는 할아버지, 검게 그을린 얼굴에 굵은 주름이 지도록 박장대소하는 50대 아저씨, 교복 차림으로 몰려온 여중생들까지 ‘정말 즐겁다’는 표정들이다. 쓸쓸했던 거리가 살아나고,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생기가 넘친다. 지난 7일 충북 제천 중앙로 동문시장에서 열린 ‘동문골 낭만시장’의 모습이다. 이날 동문시장엔 노래자랑과 밸리 댄스 경연대회, 통 기타 라이브 공연 등을 보기 위해 주민 100여명이 모여들었다.

동문시장 입구는 차가 오가지 못하게 차단됐고, ‘한방 족욕체험’,‘민화나무액자 만들기’, ‘비즈공예 만들기’등 직접 만들고 구경할 수 있는 60여개의 체험부스가 세워졌다. 나란히 앉아 족욕을 즐기는 주부들, 아이와 함께 호빵맨 장난감을 만들며 ‘감정 표현 방법’을 배우는 젊은 부부, 공예품 부스에서 친구 생일선물로 줄 열쇠고리를 만드는 여중생도 있었다. 40대 중반의 한 주부는 “여러 가지 문화 체험도 하고, 찬거리로 쓸 콩나물과 두부도 사가지고 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밸리 댄스 공연 ⓒ김화영

이곳에서는 지난달 16일부터 오는 10월 16일까지 약 한 달 일정으로 전시, 체험, 이벤트,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 낭만시장 행사는 제천시의 50여개 민간단체로 구성된 ‘제천 네트워크’가 재래시장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김진우 제천네트워트 교육정책 분과장은 “서민의 삶을 지탱하고 애환을 나누었던 재래시장이 대형마트 등에 밀려 공동화하고 있다”며 “골목시장 곳곳에 배어있는 추억과 향수를 사라지게 할 수 없어 시민들이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분과장에 따르면 1990년 이전만 해도 동문시장은 제천의 8개 시장 중 가장 번성했다.‘제천 향토사지’등 지역 기록에도 동문시장이 속했던 제천군 현우면의 5일장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시장현대화’를 명분으로 인근에 중앙시장 건물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동문시장에서 장사하던 좌판 노점들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쫓겨났다. 그러나 이들은 입주금 등의 문제로 새시장인 중앙시장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골목으로 숨어든 것이 인근의 내토재래시장이 됐다. 결과적으론 비좁은 골목에서 시작된 내토시장이 활성화하고 동문시장과 중앙시장은 조금씩 활기를 잃어갔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제천에 하나 둘 들어서면서 이런 추세가 더 심해졌다. 그래서 올해 제천네트워크가 ‘병든 재래시장을 살리자’고 나선 것이다. 

행사 기간 중 동문시장에서는 매일 배따라기, 풍경 등의 가수가 공연하고 주민노래자랑, 마당극 등의 행사도 열린다. 특히 뜸체험, 추억의 뽑기, 솜사탕 등 향수를 자극하는 다양한 체험 코너는 지나가는 주민들이 절로 기웃거리게 만든다. 석해선(18․세명고)군은 “평소 이 길로 다니지 않는데 행사 때문에 일부러 와 봤다” 며 “제천은 원래 재미없는 곳인데 이곳은 제천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동문시장에서 장을 봐왔다는 주부 김복례(53세)씨는 “전날 거둔 신선한 농산물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동문시장을 자주 이용하는데, 갈수록 활기를 잃어 안타까웠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동문시장을 찾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장 살리기에 나선 사람들은 ‘행사 이후’도 기획하고 있다. 각각의 가게와 관련된 이야기 거리를 많이 이끌어내고 널리 알려, 더 많은 사람들이 추억과 향수를 찾아 시장나들이를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깐 마늘을 주로 팔았는데 부수적으로 팔았던 계란이 더 잘 팔려서 결국 ‘깐 마늘’이란 이름으로 계란 가게를 하게 된 집이 있죠.” 김 분과장은 “이런 서민들의 역사와 문화가 응축된 삶의 공간으로서 재래시장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 ‘깐 마늘’이란 이름의 계란가게 ⓒ김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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