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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샐 틈’ 없고 지붕·창에선 전기 만들고
[청정에너지 현장을 가다] 그린홈 ① 일산 시범아파트
2014년 06월 26일 (목) 20:11:07 구소라 기자 volvol6287@naver.com

회색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로 파랑, 주황, 노랑의 알록달록한 외벽이 눈길을 끈다. 넓은 창문, 불규칙하게 튀어나온 발코니(난간)도 이채롭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 있는 ‘제로카본 그린홈(zero-carbon green home)'의 모습이다. 11평(36.36㎡), 18평(59.50㎡), 25평형(82.64㎡) 규모의 총 15세대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주거양식을 실험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지은 실험주택이다.

단열과 통풍으로 냉난방 없이도 시원·훈훈

연구원은 지난 2009년 4만1384평방미터(㎡)의 대지에 연면적 2246㎡의 8층 아파트를 착공, 2012년 완공했다. 건설비용은 약 35억원이 들었다. 이 건물은 단열과 채광 등을 통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이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자체 생산하는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이기도 하다.

   
▲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 있는 ‘제로카본 그린홈(zero-carbon green home)'의 모습이다.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여름에는 따로 냉방을 하지 않아도 외부차양과 외단열, 그리고 맞통풍을 고려한 설계로 집이 거의 더워지지 않는다고 연구원측은 설명했다. 외단열은 콘크리트 겉면을 단열재로 감싸는 처리기법이다. 겨울엔 단열 효과가 더 뛰어나 난방을 하지 않아도 섭씨 22도 정도를 유지한다. 가끔씩 강추위로 실내온도가 22도 아래로 떨어질 경우 자동으로 팰릿보일러(목재찌꺼기로 만든 팰릿을 태우는 보일러)가 작동돼 온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한겨울에도 낮 동안에는 보일러가 돌아가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정진우 연구원은 “32평형 아파트의 경우 연간 난방비가 평방미터당 120킬로와트시(kWh) 정도인데 (그린홈으로 지으면) 이 중 85%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난방수요 감소로)  80만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겹유리 사이에 태양광 블라인드 넣어 햇빛 발전

건물 단열의 핵심은 벽이나 창문, 발코니 등으로 새나가는 열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린홈은 일반 아파트 건축소재의 3배나 두꺼운 25센티미터(cm)짜리 단열재를 썼다고 한다.  또 창문과 현관문은 이중구조로 단열성능을 최대화한 여닫이·미닫이 융합 창호시스템을 적용했고, 유리는 진공복층유리를 써서 외부로 빼앗기는 에너지의 60% 이상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발코니의 경우도 아파트 본체에서 발코니로 이어지는 철근 사이에 특수 소재를 삽입, 열손실을 최소화했다. 

그린홈의 창문은 여름에 특히 진가를 발휘한다. 이중유리의 내부 공기층에 전동조절이 가능한 블라인드(창가리개)를 넣어 햇빛을 차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블라인드의 각 날개에는 태양의 고도에 따라 각도가 자동 조절되는 추적형 태양광패널이 붙어있다. 쨍쨍한 낮에 블라인드를 닫으면 햇빛을 차단하는 동시에 전기를 생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초단열 진공복층유리(왼쪽)와 태양광 패널을 부착한 고성능 창호(오른쪽)의 모습. ⓒ 신은정

그린홈의 지붕에도 연간 46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태양광발전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는 아파트의 조명이나 환기 등에 쓰인다. 제로카본 그린홈 개발연구단의 총괄책임자인 조동우 연구원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해 각 세대가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연간 전력사용량의 70%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린홈에는 매달 태양광발전량과 전력사용량을 조회하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어 에너지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폐열회수 장치로 실내 공기는 쾌적하게

그린홈은 주택 자체를 보온병처럼 단열하는 구조인 만큼 쾌적한 공기순환을 위한 장치가 별도로 필요하다. 실내의 먼지나 오염물질, 고온의 증기 등을 폐열이라고 하는데, 그린홈에서는 이 폐열을 회수해서 밖으로 내보내고 새 공기를 들이는 ‘폐열회수장치’가 중요한 기능을 한다. 겨울인 경우 외부의 차가운 공기를 일단 팰릿보일러의 연기가 빠져나가는 통로로 보내 예열시킴으로써 찬 공기 유입으로 인한 내부 열손실을 막는다. 가령 영하 10도의 외부공기가 표면온도 100도의 보일러 연도를 통과하면 0도 수준으로 데워진다. 난방을 하지 않는 계절에는 바깥의 신선한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게 하는 필터링 기능만 가동된다.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25%는 건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아파트 등 건축물이 그린홈 방식으로 변모하면 기후변화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도 2009년 ‘신축주택 그린홈 100만호 건설계획’을 세우고 건축분야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 현재 8억1300만톤으로 추정) 대비 31%를 감축하기로 했다.

정진우 연구원은 “우리나라 신축주택의 80%가 고층 아파트인 것을 감안하면 아파트에 적용 가능한 (보다 높은 수준의) 외단열 기술 등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해 쓰는 ‘자원빈국’이면서도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후쿠시마 사고 같은 핵재난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와 원전 의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햇빛, 바람, 지열 등 ‘토종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이 이미 원전 비중을 넘어섰다. <단비뉴스>는 남보다 한발 앞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국내의 현장들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편집자)

* 이 시리즈는 주한 영국대사관 기후변화 프로젝트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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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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