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소비자 위한 대안 “활성화되면 이용” 96%
[두런두런경제] 차미연 제정임의 유쾌한 리서치

최근 온 나라가 ‘배추값 파동’에 휘말리면서 지나치게 복잡한 농산물의 유통구조를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농민과 소비자들의 직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 농산물 가격 안정의 지름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국민들은 농산물 직거래를 얼마나 이용하고 있으며, 이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이번 주 유쾌한 리서치는 농산물 직거래에 대해 물었습니다. 

차미연(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이번 조사에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여했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2704명입니다. 지난 4일과 5일 이틀 동안 전화자동응답과 인터넷설문조사를 통해 참여해주셨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이 1288명, 남성이 1416명입니다. 

53.5%, 직거래 장터 이용 안 해

차: 먼저 “여러분은 농산물을 주로 어디서 구입하고 있습니까”하는 질문을 드렸죠?

제: 네. ‘대형마트’라는 답변이 57.5%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재래시장’이 25.3%, ‘동네 채소가게’가 8.3%였고요, ‘텃밭이나 부모님 등 개인적으로 조달한다’가 3.2%였습니다.
이어 ‘직거래 장터’가 1.7%, ‘인터넷 구매’가 1.4%, ‘생활협동조합’이 1.2%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이 낮을수록 대형마트 이용 비율이 올라갔고,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았습니다.


  차: 그렇군요.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를 농산물 가격안정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데요, 참여하신 분들께 “직거래 장터를 얼마나 자주 이용하십니까”하는 질문도 드렸죠?

제: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가 38.4%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한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다’가 15.1%로, 이 둘을 합하면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의 53.5%였습니다. 반면 ‘몇 달에 한번 정도 가끔 이용하는 편이다’가 28.1%, ‘한 달에 두세 번 이상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가 13.5%로 ‘이용한다’는 응답은 46.5%였습니다. 다른 직업에 비해 자영업자들 중에서 ‘이용한다’는 응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시간이나 거리상 직거래 장터를 이용하기 어렵다”
 
차: 직거래 장터 이용이 그리 활발하지 않다는 조사결과인데요, 이렇게 직거래 장터가 잘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던가요?

제: ‘시간이나 거리상 직거래 장터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36.6%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직거래 장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32.2%, ‘직거래 장터가 너무 적다’가 18.4%였습니다. 기타 ‘주차나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다’가 6.6%, ‘직거래 장터 농산물을 믿기 어렵다’ 3.2%, ‘품목이 다양하지 않다’가 2.3%였습니다. 여성들의 경우 ‘시간이나 거리상 직거래장터를 이용하기 어렵다’를 1번으로 꼽은 반면, 남성들은 ‘직거래 장터에 대한 정보 부족’을 가장 많이 선택했습니다. 


차: 마지막으로 “앞으로 직거래 장터가 활성화된다면 직거래 장터를 이용할 의사가 있습니까”하는 질문을 드렸죠?

제: ‘그렇다’는 응답이 96.6%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아니다’는 3.4%에 그쳤습니다. 작은 차이긴 하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이용하겠다는 응답비중이 더 높아졌습니다.

접근성과 홍보가 관건

차: 이번 조사결과, 전체적으로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제: 농산물의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특히 도농간 직거래를 늘려야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소비자들도 직거래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려 96%이상이 ‘직거래 장터가 활성화되면 이용하겠다’는 반응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직거래 장터를 가끔이라도 이용하는 소비자는 전체 응답자의 46.5%로 절반 이하이고, 특히 농산물을 ‘주로 직거래 장터를 통해 구입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1.7%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니까 직거래를 원하지만 실제론 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직거래장터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간이나 거리상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어디서 직거래를 하는지 정보가 부족하다’ ‘직거래 장터가 너무 적다’ 는 응답이 전체의 90% 가까이 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이 얘기는 다시 말해 직거래 장터를 지금보다 많이 늘려 보다 접근성이 좋은 곳에  정기적으로 개설하고,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면 도농간의 직거래가 크게 활성화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차: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파머스 마켓’, 즉 농부의 시장이라는 이름 등으로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활성화돼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 주변에는 직거래 장터가 흔치 않은 게 현실이죠?

제: 그렇습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농협들이 적극적으로 직거래 장터를 개설하고 있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아주 제한적이고요, 농림부 등이 주관하는 직거래 장터는 대부분 추석이나 설 등 대목에 한시적으로 열리는 것들이라 일상적인 농산물 구매 장소가 되긴  어렵습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직거래가 활성화된 나라에서는 동네 공원이나 공터 등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요일에 꼬박꼬박 직거래 장터가 열리는데, 농부들이 갓 수확한 싱싱한 농산물을 갖고 나와 싼 값에 판매합니다. 소비자들은 신선한 농산물을 생산자로부터 직접 싼 값에 살 수 있고, 농부들은 유통업자들에게 넘기는 것보다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죠.

생활협동조합과 인터넷을 활용한 직거래

차: 도농간 직거래라고 하면 이런 장터도 있겠지만, 생활협동조합을 통해서 직접 구매하는 방법도 있겠죠?

제: 그렇습니다. 한살림, 아이쿱 등의 이름을 갖고 있는 생활협동조합들이 점점 활성화되는 추세입니다. 우리 조사에서는 아직 전체 농산물 유통채널의 1%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습니다만,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생협은 일종의 ‘소비자조합’인데, 도시의 소비자들이 일정한 회비를 내면 조합이 유기농 등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농민들로부터 직접 구매해서 배달해 주는 방식입니다. 중간에 불필요한 유통단계가 생략되기 때문에 가격면에서도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입니다. 요즘은 전국여성농민회의 ‘우리텃밭’과 사회적기업 ‘흙살림’ 등이 운영하는 ‘농산물꾸러미사업’도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직거래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차: 그 외에도 농민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구매하는 것 역시 일종의 직거래라고 할 수 있겠죠? 

제: 그렇습니다. 곡물이나 버섯류처럼 포장과 배달이 쉬운 농산물을 중심으로 농민이 직접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소비자들이 배달주문을 하는 온라인 직거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자원봉사단체 등에서 농민들을 대상으로 기술적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이런 인터넷 직거래 역시 정보가 부족해서 이용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농림부나 농협 등이 체계적으로 홍보를 해주고, 대금 결제나 배달 등에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도농 직거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리 / 이승환 기자


*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10월 6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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