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우수 김지나

경기시작 2분 38초, 독일선수 토마스 뮬러의 첫 골이 터졌다. ‘어이상실’. 첫 골에 경기 흐름을 놓쳐버린 아르헨티나는 결국 4:0이라는 굴욕적 점수차로 독일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전에서 보여준 마라도나의 거만한 표정은 일순간 사라지고,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한 처참한 표정이었다. 축구에서 경기 초반 들어간 첫 골은 경기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골을 터뜨린 쪽이라면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자신의 플레이를 유지하며 경기를 안정적으로 풀어나갈 가능성이 크고, 그 반대라면 부담감이 가중돼 상대 플레이에 질질 끌려 다닐 위험이 있다. 축구경기에서 1:0의 순간은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길목이다.

1:0의 순간이 갖는 파급력은 마태복음에도 잘 설명되어있다.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이름하여 ‘마태복음효과’다. 실제로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될 확률은 가난한 이가 부자가 될 확률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 이유인 즉, 부자는 이미 성취욕을 맛봤고, 그것이 가진 것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과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는 욕망을 끌어 올려 가난한 이들이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런 마태복음효과는 1:0의 순간에 먼저 1을 가진 자들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1:0의 효과가 어디 스포츠경기와 마태복음에만 있겠는가? 인생 한 방의 인생스코어, ‘1:0 효과’. 서울대를 기준으로 일렬로 늘어선 대학들, 그 이름이 새겨진 졸업장은 취업→결혼→인생 전반을 좌우하는 ‘한 방’으로 존재한다.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좋은 대학 타이틀을 얻은 자는 5% 신의 직장에서 탄탄대로를 걷고, “없는 자는 가진 것 마저 빼앗길 것이다”. 변변찮은 대학을 나왔거나 대학도 못 나온 가여운 중생들은 88만원 신세로 전전하며 비정규직 덫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리라. 어쩌면 더 일찍 우리들의 인생스코어가 정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든 사회에서 ‘있는 집 자식’ 또는 ‘없는 집 자식’으로 귀가 빠지던 날, 우리들의 1:0 승패가 이미 가려진 것은 아닐까?

0과 1에게 주어지는 인생의 룰은 또 어떠한가?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의 삶을 좌우하는 사회에서 애당초 공정한 룰을 기대하긴 어렵다. 희망의 사다리가 끊겨버린 사회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교수와 시간강사, 서울대와 전문대의 졸업자처럼 승패가 뚜렷한 상황들은 ‘1’을 뛰어넘는 것이 불가능한 ‘0’의 처지를 말해준다. 인생에서 1:0의 점수표는 반전 가능한 ‘기대 만발’의 진행상황이 아니라 이미 ‘게임오버’ 된 운명의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

축구에서 1:0이 갖는 힘은 막대하나 양편에 동등하게 적용되는 룰 안에서 어느 편이나 반전이 가능하다. 1:0의 행운을 이어가든, 불운을 딛고 반전에 성공하든, 그것은 선수들 몫이다. 이것이 바로 선수들이 경기를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경기다운 경기를 펼치는 동기가 된다.

우리들 인생경기에서도 0과 1사이에 페어플레이가 가능한 사회적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회적 낙오자들이 자신의 불운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사회, 그들이 1을 꺾고 화려한 반전드라마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람답게 살아가며 끝까지 인생경기를 펼칠 수 있는 조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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