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간 체험한 봉사활동...현장 환경 개선 필요해

강승희 (충주KBS ‘계명산의 아침’ 진행자): 계명산 포커습니다. 진도 여객선 사고 발생에 실종자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달음에 달려간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있는데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단비뉴스 기자단도 동참했습니다. 자원봉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현장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이번 자원봉사를 기획한 박세라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세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2학년): 네 안녕하세요.

강: 현장에서 좋은 일을 하고 오셨는데요. 세월호 사고 현장 자원봉사 얼마나 다녀오셨나요?

박: 지난 4월 22일 화요일 저녁 8시에 제천에서 출발했습니다. 밤거리를 쉴새 없이 달려 진도에 도착했을 때가 새벽 3시였고요. 도착 후 자원봉사활동신청을 받는 천막에 <단비뉴스>팀 기자 5명 이름을 등록하고, 다음날 아침부터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으로 팀을 나눠서 25일까지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강: 약 4일 정도 머무르셨던 것 같은데, 그런데 기자 입장에서 취재가 아닌 자원봉사로 현장에 참여한 계기가 있을까요?
 
박: 사실 더 일찍 "진도에 가봐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많은 언론이 현장에 머무르며 경쟁적인 보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안언론인 "<단비뉴스>팀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던 중 대학원 지도교수님이신 제정임 선생님께서 "취재보다는 자원봉사자로서 현장을 느끼고 그 후기를 기사형식으로 풀어보는 게 좋겠다"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기자가 아닌 자원봉사자의 체험후기’형식을 기획했습니다.
 
강: 현장에서 <단비뉴스>팀은 어떤 봉사활동을 맡아 하셨나요?
 
박: 크게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 두 장소로 나눠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단비뉴스>팀은 실종자 가족의 숙소로 사용되는 체육관 입구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했고, 팽목항에서는 대기업봉사단체와 연결돼 희생자 시신이 들어오는 선착장 근처에서 119대원에게 식사를 배식하는 일을 도왔습니다. 
 
강: 현장이 궁금한데요. 매일 밤낮을 지새우고 또 아파하고 있을 실종자 가족들의 건강도 걱정인데, 실종자 가족들은 식사를 좀 하실 수 있던가요?
 
박: 사실 실종자 가족에게 직접 다가가서 "식사하세요"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죽을 드려도 사양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고요. 엄숙하고 무거운 실내 분위기 탓에 ‘그들이 원하면 다가가서 돕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전국에서 많은 구호물품들이 들어오고 있어서 간단한 도시락 등을 챙겨드리기도 했습니다. 팽목항에서 배식 봉사활동을 할 때에는 119대원의 배식이 끝날 무렵 실종자 가족들이 오셔서 간단히 식사하기도 했습니다.
 
강: 119 대원들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박: 전국에서 모인 119대원들은 식사를 배식 받고 드실 때에도 크게 대화를 하거나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식사를 하는 선착장 근처는 해경 경비정이 사고현장에서 인양된 시신을 운송하기 위해 계속 드나들었고, 육지에서 시신을 이송하는 일로 119대원들도 분주해져서 예정 시간보다 늦게 배식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 속에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거나 거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비뉴스>팀 동료 중 한명은 한 구급대원에게 “일주일 동안 이곳에 있다보니 밥이 안 들어간다”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강: 안타깝고 마음이 아픈 건 한 마음일 것 같은데, 여기에서 다른 자원봉사자들도 오며가며 마주쳤을텐데요. 다들 같은 마음으로 현장에 뛰어들었겠지요. 그 분들과는 대화를 나눠보셨나요?
 
박: 대부분 '뉴스만 보고 앉아있을 수 없다'는 마음에 달려왔다고 했습니다. 월차를 내고 온 40대 회사원부터 대학생, 재일교포 등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한 마음으로 묵묵히 봉사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군대 전역 후 휴학 중인 23살 학생이 배식을 하면서 조리도구를 떨어뜨리거나 음식을 흘리는 등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다른 또래 봉사자들이 "괜찮아, 천천히 해"라는 말을 건네더라고요. 일이 서툴고 처음 보는 사이지만, 서로 같은 마음이라 생각하고 ‘나도 함께 구조작업에 기여한다’라는 생각을 하며 힘내서 봉사활동 했습니다.
 
강: 그런데 자원봉사자들의 업무나 구호물품 배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들이 종종 들려오더라고요. 실제로는 어땠나요?
 
박: 저는 낮에는 진도체육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저녁 무렵 팽목항으로 건너가서 일했는데요. 사실 놀랐던 게 너무 많은 봉사단체가 천막 부스를 차리고 구호물품을 제공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체육관 앞은 언론사 취재진이나 일반인에게도 특별한 확인절차 없이 음식과 물품을 제공하고 있었어요. 사실 그 시각 팽목항에서는 119대원에게 배식할 밥이 모자라서 다른 봉사단체에서 급하게 공수해왔고 그마저도 모자라서 컵라면 등으로 대체해 제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 그런가하면 우연히 수색요원들과 접촉을 하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이 느끼는 현장의 고충에 대해 말씀을 나눴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시던가요?
 
박: 저녁 봉사활동을 마친 뒤 팽목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식사를 하던 중 한국해양구조협회 본부장 및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연구박사님 등 현장 관계자들과 2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습니다. 처음에는 언론의 과도한 속보경쟁과 오보에 대해 토로하셨고요. 특히 "수색작업을 하면서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느냐"는 질문에 "거센 물살에 버티는 것도 물론 힘들지만, 자식 같은 아이들을 발견하면 차마 눈을 마추지치 못하고 ‘추운데서 뭐하니’ 혹은 ‘빨리 가자’라고 말을 건네며 데리고 올라온다"라고 말했습니다. 육지에서는 그래도 구호물품이 부족함 없이 제공되고 있지만, 사고 해역 위에서 대기하는 잠수부들은 끼니를 챙겨먹지 못하고 컵라면이나 빵 등으로 버틴다고 들었습니다.
 
강: 자원봉사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박: <단비뉴스>팀은 무엇보다도 실종자 가족의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언론사 취재진은 체육관 2층에 상주하면서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는 1층을 내려다보고 쉼 없이 영상을 찍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처음 현장에 도착했을 때 "기본적인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텐트 혹은 가림막을 설치하지 않냐"고 봉사단체 관계자에게 물었지만, "아직 들은 바가 없다"라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언론의 카메라가 채 닿지 않는 체육관 앞 호수나 샤워실 정도만이 가족들이 편히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장소 같았습니다. 마음 편히 슬퍼하지도 못하고 전 국민에게 그 고통을 고스란히 내보여야만 하는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지금부터라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 이미 자원봉사를 다녀온 분들도 계실테고 상황이 더딘지라 앞으로도 도움의 손길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자원봉사 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어떤 절차들이 있나요?
 
박: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입구에 자원봉사자 신청 부스가 있습니다. <단비뉴스>팀은 새벽 3시경 이름과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을 작성한 뒤 아침 8시와 10시에 봉사활동 구역 배정에 대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날 봉사활동을 마치고 부스로 돌아가 "내일도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 중이기 때문에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은 미리 현장에 전화로 확인한 뒤 참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강: 현장에 다녀온 자원봉사자로서 상황이 마무리되기까지 어떤 지원이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박: 사건 발생 후 17일 째가 되면서 사망자 수도 220여명을 넘어선 상황인데요. 진도체육관 내 많은 가족들이 떠난 상황이라 과도한 봉사활동이 오히려 피해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부터라도 실종자 및 유가족과 언론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남은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사생활 보호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현장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잠수부와 119대원에게도 필요한 물품이 차질 없이 지급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기사는 충추KBS 라디오 <계명산의 아침>의 인터뷰를 정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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