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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 칼럼 > <제1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1인자의 자리
2010년 09월 25일 (토) 18:01:55 손용진 1@1.com

“순운 공은 자리에 드셨습니까?”

“이 늦은 시간에 뉘시오?”

“위왕 전하께서 은밀히 공을 들라 명하셨습니다.”

조조가 나를 부른 것은 그가 죽기 얼마 전 일이다. 아버지가 그의 야심에 반발하다 죽은 이후로, 나는 한직인 태사부(太史府)로 지원해 그리 눈에 띄지 않게 살았다. 내가 그의 부마이기는 하나, 장인과 사위 간의 정도 그다지 도탑지 않던 터였다.

“내가 그대를 특히 부른 것은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나도 알기 때문이다. 내 그대에게 그동안 많은 정을 주지는 못했지만, 그대를 볼 때마다 순욱이 떠올라 특별히 눈여겨봤다. 태사부에 있다고? 좋은 일이지,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은. 내 오늘은 나의 역사를 얘기해 주기 위해 불렀다. 그대가 붓을 들어 쓰지는 못할 역사다.”

“나는 지금껏 항상 최후의 1인자가 되었다. 결국 최후에 남은 것은 바로 나, 이 조조다. 여포와 같은 만인지용도 결국 나에게 잡혀 죽었고, 그대의 아버지 순욱 같은 재사(才士)도 나를 위해 지혜를 빌려주었다. 젊은 시절 1등은 원소의 몫이었다. 그는 4세 5공의 명문가 자제였고, 용모 또한 수려했다. 한 몸에 갖춘 재능도 뛰어났다. 내가 그와 관도에서 맞붙었을 때, 내가 이길 거라고 믿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대의 아버지 순욱은 그래도 나를 믿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를 이겼고, 이후 천하의 1인자는 나 조조가 되었다.”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남양에서는 내 맏아들 조앙을, 전쟁터에서 내가 살겠다고 그의 말을 빼앗는 바람에 잃었고, 젊은 시절엔 도망 다니던 나를 숨겨주던 내 아버지 친구 여백사의 가족을 의심하다 죽인 일이 있다. 나는 나만을 위해 살았다. 어떠한 뚜렷한 목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고, 이제와 생각해보면, 많이 회한이 남는다.”

“처음 그것을 느낀 것은 적벽에서 유비와 싸웠을 때다. 나는 유비 그 자를 단지 쇠망한 왕실의 권위를 빌리고자 하는, 그저 흔한 야심가 무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형주에서 강릉으로 도망가던 그를 쫓으며, 나는 뒷목이 서늘함을 느꼈다. 유비 그자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그를 따라나선 백성들. 그를 지키려는 백성들은 내게 여포나 원소보다 더 두려운 존재였다. 또 한번은 그대의 아비가 내가 위공이 되려는 것을 반대하고 나섰을 때다. 순욱이 그럴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대관절 무얼 바라 그를 저버리면서까지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 하는가? 그런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나는 그때껏 했던 대로 같은 길을 갔다. 그리고 이후의 결과는 그대가 아는 대로다.”

그는 그렇게 끝없이 회한을 토했고, 새벽녘이 될 때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찬이슬을 맞으며 집에 돌아와 닭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점심이 채 되기도 전에 위왕의 붕어를 알리는 사자가 도착했다.

그가 살아온 길을 따라 아들 조비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황제의 자리가 모든 것을 1인자로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조비는 재주가 뛰어난 동생 조식을 핍박하다가 ‘칠보시’(七步詩)의 일화와 함께 비정한 형으로 역사에 남았다. 조비 역시 7년만에 병으로 죽었다. 세상의 권력자들이 그토록 오르고 싶어했고 유지하고 싶어했던 ‘1인자의 자리’란 도대체 무엇인가? 

 


* 게재순서: 상•하위 입상작 구분 없이 위쪽과 아래쪽에서 매일 한 편씩 번갈아 가며 싣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차등을 두기는 했으나, ‘1’을 주제로 하면서, 저마다 발상이 다른 글에 등수를 매긴다는 게 어쩐지 미안했다는 교수님 말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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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워리 (116.XXX.XXX.204)
2010-09-25 23:43:53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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