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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나를 곱하는 삶
[제1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차상 강민정
2010년 09월 24일 (금) 13:57:08 강민정 meenjungce@hanmail.net

퀴즈 하나. 1, 2, 3, 4, 네 개의 숫자가 있다. 이 숫자들을 한 번씩 써서 만들 수 있는 가장 작은 수는? 처음 내가 이 퀴즈에 직면했을 때 든 생각은 딱 하나. 1234. 이것 밖에 더 있나? 그렇다. 더 있다. 답을 끝내 맞히지 못 해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정답을 알아낸 사람은 스스로 뿌듯해 해도 될 만하다. 답은 ‘1²³⁴.’ 그렇다. 1은 234번을 곱해도 1이다.

‘1은 아무리 많이 곱해도 자기 자신, 곧 1이다’라는 수학공식을 누가 세웠는지는 알 수 없다. 1은 순수의 끝을 보여주는 존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모든 수가 나름대로 규칙이 있지만 그 어떤 자신도 1같지는 않다. 2나 7은 물론이고 11같은 ‘평범한’ 숫자는 곱할수록 모양이 변하고 몸집이 커진다. 증식하는 순간 본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1은 그러는 법이 없다. 1은 절대 변함이 없다. 7²와 7³은 겨우 한 번씩 더 자신이 곱해졌을 뿐인데 49에서 343이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하지만 1은 1²도 1³도 1 그대로다.

1을 인간에 비유한다면 그는 자기 있는 그대로 모습을 지키며 사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여기서 퀴즈 하나 더. ‘1 같은’이란 가치는 과연 우리가 배울 만한 속성인가? 그렇지 않다. 인간은 살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고 지적 갈증을 충족한다. 경험은 시행착오란 소중한 자산을 남기고 지적 충족물은 사고의 확장을 돕는다. 한 권의 책, 한 편의 영화, 새로운 인간관계. 이 모든 일은 ‘나’라는 존재에 곱해지는 지수에 해당한다. 우리가 ‘1 같은’ 사람으로 남는다면 스스로 거듭나는 행위, 즉 새 책이나 영화, 새 사람을 접했을 때 아무런 반응도 없을 것이다. 무엇이 투입되든 아무런 변화 없이 이래도 나, 저래도 나로 멈춰있을 뿐이다. 

마지막 퀴즈.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론은 뭘까? 인간은 ‘발전’이란 것을 해야 한다. 1과 같이 자신을 절대 뛰어넘지 못하는 무반응으로 발전동력을 잃어버린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수많은 위인전을 읽는다. 역사가 자연스럽게 지정한 이들의 삶을 출판사가 열심히 옮겨 적은 수동적인 콘텐츠다. 우리는 살면서 영화, 미술전시, 공연관람의 문화 활동을 즐긴다.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작품, 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전시, 배급사가 선정한 공연, 모두 수익 극대화 논리 아래 제한되는 콘텐츠다. 결국 우리 각자에게 곱해지는 지수가 거기서 거기인 셈이다. 스스로 거듭나는 행위가 생산적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차별화’에 있다.

나의 뇌 주름을 늘려 뇌의 용량을 키우는 방법은 내가 접하는 지식과 체험하는 경험의 차별화에 있다. 제공되는 콘텐츠에 얽매이지 말고 각자 개성과 적성을 찾아 그를 충족시켜 줄 지수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이것이 너무 어렵고 긴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면, 같은 빵을 먹고도 다르게 맛을 표현할 줄 아는 발상의 참신함을 키워야 한다.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는 하루를 살건 1년을 살건 ‘1¹=1³⁶⁵’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이는 스스로를 망친다.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나¹과 나³⁶⁵의 차이가 날마다 해마다 커지는 삶이 아닐까.


*게재순서: 상•하위 입상작 구분 없이 위쪽과 아래쪽에서 매일 한 편씩 번갈아 가며 싣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차등을 두기는 했으나, ‘1’을 주제로 하면서, 저마다 발상이 다른 글에 등수를 매긴다는 게 어쩐지 미안했다는 교수님 말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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