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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수 못 찾은 저출산 대책
국공립보육시설확충․비정규직 배려 등 부족
[두런두런경제]박경철 제정임 허원순의 생생토크
2010년 09월 19일 (일) 21:15:46 송지혜 기자 bbangguu@paran.com

   
박경철(KBS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진행자): 한 주 동안 주목해 봐야 할 뉴스들을 통해서 한국 경제를 진단해 보는 생생토크 시간입니다. 9월 셋째 주, 한국경제신문 허원순 국제부장,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두 분 나오셨습니다. 제 교수님, 이번 주엔 어떤 뉴스 주목하셨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네, 지난 10일과 15일 발표된 저출산 고령화 대책,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는데, 저출산 대책 부분이 특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 신한은행 경영권 분쟁이 검찰 수사로 비화되고 3자 동반 퇴진론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과 한화 그룹 비자금 계좌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박: 네, 허부장님은 어떤 뉴스 꼽으셨습니까.

허원순(한국경제신문 국제부장): 먼저 일본이 6년 6개월 만에 엔고에 맞서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소식입니다. 두 번째는 신한은행 사태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라는 것, 세 번째는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의 반대를 뛰어넘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는 소식에 주목했습니다.

박: 저는 환율 전쟁과 아이폰 4G 발매 개시를 한번 꼽아봤는데요, 이번 주에는 신한금융 사태를 제외하고 다들 다른 뉴스를 꼽았군요. 우선 저출산대책 얘기부터 해볼까요?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저소득층 여성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

제: 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직장 여성이 육아를 위해 휴직을 하는 경우 휴직 급여를 한달에 최소 50만원, 최대 100만원 범위 내에서 통상임금의 최대 40%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생깁니다. 지금까지는 월 40만원 정액 지원이었는데 앞으로는 급여수준에 따라서 일정한 비율로 주는 것이죠. 그리고 육아휴직을 했을 때 내는 건강보험료를 종전 50% 에서 40%로 깎아 주고, 육아 기간 동안 노동시간을 줄여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제화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직장 보육시설 설치를 유도하기 위해서 직장 보육시설이 없는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는 제도도 신설된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소득 하위 50%를 대상으로 하던 보육료 전액 지원을 2012년부터 70%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월소득인정금액 450만원, 맞벌이 부부는 600만원까지 보육시설 이용료를 전액 지원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밖에 내년부터 출생하는 둘째 자녀부터 고등학교 수업료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박: 이번 정부 대책, 비판적 여론이 있던데,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제: 무엇보다 직장 여성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공공보육 체계, 즉 국공립 보육시설이 많이 늘어나야 하는데요, 이번 대책에서는 이 부분이 특히 미흡합니다. 농어촌이나 저소득층 지역에서 공공보육시설을 늘리겠다는 얘기가 좀 있을 뿐, 획기적인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스웨덴이나 프랑스 같은 선진국은 국공립 보육시설이 전체의 80~90%나 되는데, 우리는 5% 미만입니다. 안심하고 맡길만한 양질의 공공보육시설이 없고, 사립은 너무 비싸거나 운영에 문제가 있는 곳이 많으니 직장 다니는 엄마들이 너무나 고민이죠. 또 육아 휴직을 활성화하는 방향은 좋지만 여성 노동자의 대략 70%가 비정규직입니다. 그러면 제도가 있어도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죠. 휴직수당이나 육아휴직은 어느 정도 안정된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대상이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저소득층 여성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박: 그렇죠. 비정규직 여성이 이런 거 신청했다가는 바로 집에 가라는 소리 듣죠.

제: 그만 두라고 하겠죠. 그리고 내년에 태어나는 둘째 자녀부터 고교 수업료를 지원하기로 한 거, 이거 십 수 년 뒤의 얘깁니다. 피부에 와 닿는 대책이 아니죠. 그리고 육아휴직 권리를 확대한다고 해도 막상 직장에서는 상사 눈치 보느라 쓰지 못하는데, 어떻게 실효성을 높이느냐 하는 문제도 답이 안 나와 있습니다.

박: 사실은 육아 시설 확충이 핵심 아니겠습니까?

제: 믿을 수 있는 국공립 시설을 대폭 늘리는 것이 시급합니다.

공공부문에서 군살을 빼, 복지비로 전환

박: 그런데 우선은 돈을 좀 나눠주고 해결하려는 임시방편적인 태도가 보입니다. 허부장님, 이번 대책 전반적으로 자금 지원이 많은데요, 재원 마련에 대한 대책은 있습니까?

허: 돈만 충분하다면 뭔들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정부 예산이란 게 제약이 있는 것이니, 이런 지출을 늘리려면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 예산이나 일반 행정 예산은 줄여야죠. 그렇지 않으면 포퓰리즘이라는 얘길 들을 겁니다. 기본적으로는 공공부문에서 군살을 빼야하고 불필요한 SOC예산 줄여야 합니다. 멀리 보면 국방예산 같은 것에서 복지로의 전환이 이뤄져야겠죠. 이렇게 팔을 잘라내는 아픔이 없으면 미래 세대의 자원을 미리 착취하는 것이 됩니다.

박: 제가 30대였을 때 이 나라 보면서 ‘큰일 났구나’ 했던 게 프랑스인데요, 나라가 없어지겠다는 소리를 들었던 프랑스가 지금은 출산율이 꽤 높아졌죠? 

제: 한때 스웨덴, 프랑스의 출산율이 지금의 우리나라만큼 낮았었는데, 지금은 1.9~2.0명 수준으로 크게 회복됐습니다. 프랑스의 정책은 수당을 많이 지급하는 형탠데, 예를 들어 임신 7개월 된 여성에게는 우리 돈으로 120만 원 정도 되는 임신 지원금을 주고요, 출산 후에는 자녀 한 명당 매달 18만 원 정도를 세 살 될 때까지 출산지원금으로 줍니다. 그리고 보육원에 보내든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든 그 비용 일부를 정부가 지원합니다. 아이와 관련되는 모든 입원비, 치료비는 국영 의료보험에서 다 부담하고요. 스웨덴의 경우는 90년대 초부터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보육시설에 투자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세 살부터 취학 전 아동의 80% 이상이 국공립 시설을 이용하고 있죠. 또 여성의 출산기간 동안 남편에게도 의무적으로 2주 이상의 휴가를 줘서 남녀가 아이를 함께 키우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박: 이번에는 아이폰 4 이야기로 넘어가 보죠. 특정 상품이긴 하지만 하나의 사회적 코드니까요. 이번 주에 아이폰4가 개통됐는데 22만 명이 예약 대기를 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허부장임,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애플의 강점, 개발자들과 상생하려는 마인드

   
허: 저는 ‘얼리 어답터’는 못 되고, 회사에서 지급해서 스마트폰을 쓰고 있습니다만, ‘호모 모빌리우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이동통신, 스마트폰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산업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정보기술(IT)산업, 제조 능력이 돋보입니다. 아이폰도 잘 되지만 삼성 갤럭시나 엘지 제품도 잘 만들고 있고요. 또 통신 사업자들의 서비스 능력도 다양해지는데, 금융, 교통 등 서비스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 다가올 세상이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 보안이나 사생활 보호 등의 문제는 없는지 걱정스런 부분도 있습니다. 언론도 이거 좋다, 편하다 외에 부작용 같은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 제 교수님, 아이폰 4가 갖고 있는 ‘열광 코드’가 많은 것을 시사하지 않습니까? 스마트 파워, 그러니까 하드웨어가 아닌 본질의 측면에서 우리가 고민하지 못했다는 데 대한 자성의 계기가 되어야겠고, 국내에서 언론 플레이 하면서 안주했던 국내 기업들, 반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죠?

제: 아이폰 하면 브랜드 충성도를 떠올리지만 따져보면 품질이나 디자인에서 먼저 인정을 받는 제품입니다. 거기에 응용프로그램, 즉 어플리케이션의 다양성과 ‘명품’을 쓰고 있다는소비자의 자부심, 충성도까지 복합적으로 받쳐주는 것이죠. 우리 제품들의 경우 기기의 성능은 뛰어나지만 응용프로그램의 다양성이나 브랜드 충성도, 개방성 면에서 따라갈 길이 한참 멀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증권사인 크레딧스위스가 스마트폰 운영시스템 경쟁력을 비교한 자료가 있더군요. 사용자 환경, 브라우져, 앱 스토어, 친 개발자 성향 등 열 개 항목으로 나눠서 평가를 했는데 애플의 아이오에스((iOS)가 100점 만점에 78점으로 1등을 했고, 그 다음이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72점으로 2위, 우리나라 삼성의 바다는 50점으로 공동 7위를 차지했더군요. 여기에 브랜드 충성도도 애플을 따라가기 어렵죠. 아이폰의 경우 엠피쓰리(MP3) 플레이어인 아이팟부터 시작해서 아이폰, 그리고 아이패드로 열렬하게 이어지지 않습니까? 하나의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큰 만족감을 주고, 브랜드에 붙들어 놓는 힘이 있는 것이죠.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아이튠 스토어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이 많고, 무궁무진한 프로그램이 나날이 개발돼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든다는 것이죠. 애플이 개발자들과 상생하려는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데, 우리 재벌 기업들은 그런 개방성과 상생의 마인드가 결여됐기 때문에 뒤쳐진 게 아닌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뛰어넘으려면 기업 문화를 어떻게 바꿔야 할 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우리나라에선 쓸 만한 벤처나 개발자가 나오면 채용해버리거나 인수합병(M&A)하려고 들지, 공생하려고 하지 않잖아요. 그런 점에서 애플의 앱스토어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더라고요. ‘당신들 이익을 충분히 보장하겠다, 우리 가게를 이용해서 장사 열심히 해라’ 하는 거죠. 자, 이번에는 환율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이번에 일본은행이 작심하고 개입을 했고, 추가 개입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는데, 다른 나라들은 반응이 아주 안 좋죠?

   

‘환율 전쟁’ 가능성, 원화 절상 압박으로 작용 
 
제: 환율 문제가 일본 혼자의 문제가 아니고, 다른 나라들이 다 걸려 있기 때문이죠. 일본은 엔화강세, 즉 엔고 때문에 수출이 안 돼 굉장히 괴롭습니다만 무역 상대국들에게는 모처럼 무역 역조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거든요. 지금 미국, 유럽 모두 심각한 재정적자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인데, 현재 환율 상황이 자기네에겐 유리하다고 보는 겁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상황을 바꾸려고 하니까 용납 못하겠다는 입장이죠. 일본 정부 혼자서 환율을 조정하려고 하면 국제공조의 균열을 부르고, 결국은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환율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박: 허부장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기세는 ‘우리는 더 할 것이다’ 하는 거죠?

허: 네, 요즘 환율 전쟁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지난 15일 일본이 외환시장에 투입한 돈이 2조엔 정도입니다. 일본 시장뿐 아니라 뉴욕, 런던에 동시 개입해서 달러를 사들였는데, 40조 엔의 시장 안정화 기금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 40조엔, 우리 돈으로 700조원쯤 되는 돈이군요.

허: 지금부터 6년 반 전에도 일본이 35조엔 준비해 놨다며 개입한 일이 있는데, 본격적인 싸움이 붙으면 어디까지 나갈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이 이럴 때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겠죠.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5년간 무역 수지를 개선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했으니까 모종의 대응을 할 것이고, 유럽도 직접적으로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일본으로서는 재무상이 직접 나와서 공언한 만큼 엔고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박: 제 교수님, 이 와중에 최근 중국이 위안화를 올렸거든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제: 일단 주변 눈치를 본 것 같습니다. 미국이 무역 역조 개선을 위해서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촉구하고 있고, 말을 안 들으니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압박을 하고 있는데, 중국으로선 11월에 미국 중간 선거가 있으니까 오바마 행정부의 체면을 세워준다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 올린 시늉을 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중국의 8월 수출실적이 생각보다 좋았고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에 물가대책 차원에서 환율을 조정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어쨌거나 위안화 절상분위기는 일시적이고, 별로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박: 어쨌든 선진국간의 분위기가 험악해져서 진짜 환율전쟁이 벌어지면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 텐데요.

제: 일본이 천문학적인 돈으로 엔고 저지에 나선다면 아마 선진20개국(G20)의 공조가 깨질 것이고, 주요국들의 통화전쟁이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미국 등은 우리 원화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보는데, 그러면 우리가 원하지 않는 속도로 원화 절상 압박이 가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하는데, 만병통치약은 없고 기업들이 품질 같은 비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비용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박: 두 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리 / 송지혜 기자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됐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상 생략되었습니다. 방송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9월18일자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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