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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만 있고 '학습'은 없다
[탐사기획] 과학고 해외 체험학습 실태 분석
2014년 03월 15일 (토) 12:44:17 박일규 박세라 기자 sputternik@naver.com

이공계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세워진 과학고등학교와 영재고등학교에는 일반 고등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교육과정과 시설이 있다. 무학년제, 이동식 수업, 대학교에 버금가는 실험실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이공계 체험학습도 이들이 누리는 특혜 중 하나다.

<단비뉴스>가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영재고등학교를 제외한 우리나라의 대다수 과고와 영재고 학생들은 1학년 때 미국으로 이공계 체험학습을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과고의 경우 유럽이나 싱가폴,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다. 여행 기간은 보통 7박 10일이었다. 일정은 대체로 대학교 탐방, 연구소나 과학 시설 방문, 문화 체험 등으로 짜여 있었다.

라스베가스 야경 보며 이공계 체험?

하지만 일반 관광상품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갈 수 있는 대학 캠퍼스나 주요 관광지 방문 등이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해 ‘해외 이공계 체험학습’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한성과학고등학교의 2013년도 체험학습 진행업체 입찰 과업지시서를 보면 lab(대학교 연구실)투어, 선배 및 해외 진출 과학자를 통한 전공 정보수집 등을 중점으로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세부적인 일정과 방문 장소를 보면 이런 목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 특히 문화 체험 일정은 금문교, 유니버셜 스튜디오, 할리우드 거리, 산타 모니카 비치, 캘리코 은광촌 등 유명 관광지가 대부분이었다.

   
▲ 미국 서부 체험학습 사전답사를 마친 뒤 작성한 경기북과학고등학교 공무국외여행보고서에 따르면 체험학습은 미국의 유명 대학교 캠퍼스 투어, 데스벨리, 브라이스 캐니언, 자이언 캐니언 국립공원에서의 자연답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 경기북과학고등학교
 
“실험실을 가도 장비는 보기 힘들어”

<단비뉴스>가 과고와 영재고의 해외 체험학습 과업지시서를 분석한 결과 7박 10일 간의 일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대학교였다. 미국 체류 중 평균 3~4개의 대학을 탐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동부 지역을 찾은 학교는 주로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MIT를 방문했다. 서부 지역은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의 캠퍼스들(주로 버클리와 LA), 스탠포드, 칼텍을 주로 방문했다.

문제는 대학교 캠퍼스 방문이 일반 여행사가 판매하는 상품에 들어 있는 일정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주요 명문대학 탐방은 여행사에서 일반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투어의 미국 동부 여행 상품에는 하버드와 MIT 방문이 들어있다. 과학고 해외 이공계 체험학습 입찰에 참여한 한 여행사는 아예 미 동부 명문대 탐방 전용 여행상품을 내 놓은 곳도 있었다. 물론 과고의 미국 대학 방문 일정에는 동문 선배나 해당 학교 과학자들과의 대화 프로그램 등이 있는 것으로 돼 있지만 얼마나 내실 있게 진행되는 지는 의문이다.  

   
▲ 이공계 해외체험학습을 낙찰받은 여행사의 미서부 여행상품. 여행일정이 과학고 체험학습의 방문지와 거의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ㄱ 여행사 홈페이지 캡쳐

실제 해외 체험학습을 다녀온 과학고 학생들의 블로그, 카페 등을 보면 실망 섞인 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학을 방문해도 실험실 안으로 들어가 기구를 직접 보거나 작동해 보는 등의 체험은 하지도 못하고 건물 외부나 복도를 지나며 10여분 만에 견학이 끝났다는 글도 있었다.

관광 여행사도 대학교와 박물관은 간다

대학교 다음으로는 과학시설을 많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동부는 스미소니언 박물관, 국립의료보건소,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프린스턴대학 플라즈마 연구소 등이었고, 서부는 실리콘 밸리, LA 자연사 박물관, 그리니치 천문대 등이 주요 방문지였다. 이런 장소들이 과학과 관련이 있는 것은 맞지만 대다수 과고와 영재고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찾는 곳이어서 학교별 다양성이나 차별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일반 여행 상품을 통해서도 쉽게 갈 수 있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해외 이공계 체험학습이라는 명분으로 교육청의 예산지원까지 받아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일반 해외여행 상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학생들의 여행 경비는 어떻게 지원되나?

<단비뉴스>가 집계한 결과 과고나 영재고 학생들의 해외 이공계 체험학습 비용은 1인당 평균 320~330여만 원 정도였다. 상당수 학교는 학생들에게 여행 경비를 지원하고 있었다. 지원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경기, 부산 지역의 과고와 영재고는 관할 교육청 예산으로 모든 학생에게 항공료 등 여행 경비의 상당부분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과학고의 경우 다른 학교에 비해 많은 예산을 지원받고 있었다. 2010년 121명의 학생에게 1인당 198만원을 지원해 전체 여행 경비 대비 지원금액 비율이 62%에 달했다. 지원액은 2011년 288만원, 2012년에는 248만원으로 증가했다.

두 번째 유형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등 일부 학생에게 경비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재원은 학교 자체 예산이나 발전기금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한성과고와 세종과고는 2012년 28명, 2013년 32명의 학생에게 여행 경비를 지원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3개 과고의 경우 인솔 교사도 경비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교육청별 체험학습 지원 형태. 광주, 세종 교육청 산하에는 과학고나 영재고가 없으며 대학교 부설 영재 학교 등은 교육청으로 부터 지원을 받지 않는다. ⓒ 박일규

일반고등학교에 비해 많은 지원과 혜택을 누리고 있는 과고가 교육청 예산 등으로 학생들의 관광성 해외여행 경비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
   
실제 과고의 학생 1인당 연 평균 교육비는 1000만 원이 넘는다. 100~200만 원 수준인 일반 인문계고등학교에 비해 훨씬 높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최근 3년간 특목고 예산지원 현황'을 보면 과학고는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매년 최처 2억3천만 원에서 최고 16억4천5백만 원까지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김형태 교육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 지원금이 일반고등학교와 위화감을 조성할 여지가 있다”며 특목고에 대한 예산 편중 지원 실태를 꼬집었다.

그렇다면 해외 이공계 체험학습에 관한 감사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모든 교육청이 과학고 행정 전반에 대한 정기적인 감사는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외 체험학습에 예산을 지원하는 부산시 교육청은 “견학 장소, 방문기관을 포함한 예산 집행 계획을 각 과학고등학교에서 제출 받아 (검토 후) 예산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사항은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며 예산 집행에 대한 결과 보고서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과학고의 해외 체험학습에만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은 없으며 일반적인 규정에 따라 감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 정보공개청구에서 부산광역시 교육청이 밝힌 지원금, 감사 현황 ⓒ 부산광역시교육청

관광이 아닌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과고와 영재고의 해외 이공계 체험학습은 학생들에게 견문을 넓히고 다양한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깊이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공계 체험학습이라는 이름에 부합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과고에 다니지 않는 학생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도 생각해야 한다. 실제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과고 학생이 대학입시 자기소개서 및 면접에서 해외 이공계 체험학습 경험을 활용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과고 학생의 비이공계 분야 진학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과고 설립 취지에 맞게 해외 연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지, 국가 예산은 적절하게 집행하는지, 감사는 제대로 이뤄지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이공계 육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현재 과고와 영재고에 집중된 예산을 적절하게 배분해 이공계를 희망하는 일반 고등학교 학생에게도 해외 체험학습의 기회를 주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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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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あいか (223.XXX.XXX.11)
2014-03-15 21:40:25
예전 초중고 수학여행 실태처럼 업계에서 학교장이나 교무에게 뒷돈 챙겨주면서 자기여행사를 택해달라고 하는 것과 다를께 없어보이네요. 진정 실험도 아닌 겨우 학교 겉포장만 구경 할꺼면 비싼 돈 들이고 저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네요. 뒤를 캐봐야 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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