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세수확대 솔깃해도 중독 폐해 심각
[두런두런경제]차미연의 유쾌한 리서치

세계 각국이 경제위기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갖은 지혜를 짜내는 가운데, ‘카지노’ 등 도박 산업을 통해 세수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싱가포르가 MICE산업, 즉 국제회의와 여행 등을 결합한 관광과 함께 카지노 산업 육성으로 경제적 성과를 올리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우리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는 인터넷 도박을 합법화해 재정적자를 메우려는 움직임도 있군요. 이번 주 유쾌한 리서치는 화투 카드 등 게임에 대한 생각과 함께 카지노산업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차미연(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이번 조사에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여했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2423명입니다. 지난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전화자동응답과 인터넷 설문조사를 통해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 은 1180명, 남성은 1243명입니다. 

대다수가 안 하거나 아주 가끔, '10만원 이상’이면 도박

차: 먼저 “여러분은 화투나 카드 등을 평소 얼마나 자주하십니까”하는 질문을 드렸죠?

제: 네. ‘명절 때만 가끔 한다’는 응답이 54.3%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전혀 하지 않는다’가 28.1%, ‘서너 달에 한 번 정도 한다’가 13.2%, ‘한 달에 한 번이상 한다’가 4.5%였습니다. 전체의 95% 가량, 즉 거의 대다수가 안 하거나 아주 가끔 하는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남성 보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소득이 높을수록 카드나 화투를 하는 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차: 화투 등을 할 때 1인당 얼마이상을 잃으면 오락이 아니라 도박이라고 생각하는지도 여쭤봤는데요.

제: ‘10만원이상’이 60.3%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1만원이상’이 17.6%, ‘30만원이상’이 15.4%, ‘50만원이상’ 4%, ‘100만원이상’이 2.7%였습니다. 소득별로 보면 월수입 100만원이하 저소득층은 37%가 ‘1만원만 넘어도 도박이다’ 라고 생각했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도박이라고 생각되는 손실금액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카지노산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이 90% 이상

차: 세계적으로 카지노 경쟁이 치열하죠? 국내에서도 불법 사행산업시장이 88조원 대에 이르고 외국 카지노로 빠져 나가는 돈이 1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만큼 카지노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봤죠?

제: 네. ‘카지노는 도박의 폐해를 낳을 수 있으므로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뒤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47.8%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 ‘경제적 효과가 있겠지만 부작용이 클 수 있으므로 아직 시기상조다’가 22.8%, ‘사행심을 조장하고 도박중독자 등을 양산할 수 있으므로 적극 반대한다’가 20.3% 등이었습니다. ‘세수 확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이 크므로 적극 찬성한다’는 6.4%에 그쳤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부작용에 대비한 대책을 먼저 마련하자는 조건부 찬성을 포함, 카지노 산업 육성에 찬성하는 의견이 54.2%, 반대하는 의견이 43.1%로 찬성이 약간 우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카지노산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이 90%를 넘는다고 하겠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적극 반대하는 의견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차: 이번 조사결과, 전체적으로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제: 화투나 카드 등 오락이 될 수도 있고 도박이 될 수도 있는 놀이에 대한 태도는 비교적 건전한 편이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자주 하는 인구는 4.5%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가끔 하는 정도로 나타났으니까요. 또 10만원이상 잃으면 도박이라고 보는 인구가 80% 이상이라는 것도 그렇고요. 그러나 경마 경정 경륜 카지노, 인터넷 도박 등 사행산업 전반으로 확대시켜보면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화투 카드에 중독성을 보이는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이를 대체하는 다른 도박, 오락이 많아졌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카지노 산업에 대한 생각은 일자리 창출 같은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 등으로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보다 많지만, 찬성이든 반대든 도박중독의 폐해를 우려하는 의견이 90%를 넘는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카지노 산업육성이 공론화할 경우 사회적 논란이 상당히 거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일자리 창출, 세수 확대’라는 명분에 신중해야

차: 최근에 카지노산업 육성 얘기가 많이 나오는 데는 싱가포르의 성공사례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죠?

제: 네. 싱가포르는 아시는 것처럼 사회규율이 상당히 엄격한 나라죠. 그런데도 지난 2005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다는 취지로 전시와 여행, 컨벤션을 결합한 이른바 마이스(MICE)산업과 카지노 육성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의 부유층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한 달 관광객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 지난 2분기 성장률이 19.3%에 이를 만큼 경제적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싱가포르가 이렇게 성공적인 선례를 보이고, 무엇보다 고용창출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태국 홍콩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카지노 육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카지노 산업을 키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인구 670만 명밖에 안 되는 도시국가여서 관광산업 하나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곧바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 프랑스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카지노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 등을 감안해서 신중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차: 싱가포르는 도박 산업을 육성하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을 정부가 ‘일자리 창출, 세수 확대’라는 명분으로 물리쳤다고 하는데요, 요즘 재정확충에 비상이 걸린 각국 정부가 인터넷 도박 합법화 등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요?

제: 그렇습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이 그동안 불법화했던 인터넷 도박을 합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도 인터넷 도박 합법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요. 온라인 카지노, 경마 등의 도박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합법화할 경우 상당한 세금 수입이 확보되기 때문입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과 미국 정부에게는 손쉬운 재정 확보 수단이 되는 것이죠. 그러나 온라인 도박 합법화는 서민들을 도박 중독에 빠뜨리면서 그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재정난을 해결하려는 술책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청소년을 도박 중독에 빠뜨릴 위험이 크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고요.

‘나를 출입금지시켜 주세요'

차: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카지노는 외국인 대상이고요, 강원랜드만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곳인데, 강원랜드가 문을 연 이후 도박중독자가 급증해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죠?

제: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탕진하고 노숙자 신세가 되거나, 현지 유흥가의 종업원이 돼 겨우 먹고살면서도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 등 심각한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스스로는 절대 끊지를 못해서 ‘나를 출입금지시켜 주세요’하고 자진 출금신청을 한 사람도 1만2천여 명에 이른다고 하네요.

차: 그런데 그 중 30%는 다시 또 드나든다는 기사도 있더군요. 우리나라의 한 유명 연예인도 요즘 이런 문제 때문에 화제가 되고 있고요.

제: 네. 도박은 중독성이 강해서 개인의지로 극복을 못하기 때문에, 한 번 빠져들면 파산, 가정파탄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렇다 할 예방책도 별로 없고요. 일자리 창출도 좋고, 세수 확보도 좋지만 이런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카지노산업을 육성할 것인가는 회의적입니다. 또 인터넷 도박 합법화 등을 통해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재정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섣불리 추종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정리/ 이승환 기자


* 이 기사는 MBS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9월 15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