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물가 비상 속 소비심리 위축 여전
[두런두런경제] 차미연 제정임의 유쾌한 리서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추석이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랜 만에 부모형제 만날 생각에 가슴 부푼 이들도 많지만, 태풍 피해 여파로 치솟은 물가에 제수준비를 걱정하는 주부들도 유난히 많군요. 이번 추석은 징검다리 연휴로 지난해보다 휴가가 길어지는 분위기라는데, 다들 비용을 얼마나 쓰면서 무엇을 할 생각일까요? 이번 주 유쾌한 리서치는 추석 계획을 질문했습니다.

차미연(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이번 조사에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나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2862명입니다. 지난 6일과 7일 이틀 동안 전화자동응답과 인터넷설문조사를 통해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 이 1379명, 남성은 1483명입니다.

추석 총지출 '10만원에서 30만원'이 가장 많아

   
차: 먼저 “여러분은 올 추석 선물비용을 작년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나 쓸 계획입니까”하는 질문을 드렸죠?

제: 네. ‘작년과 비슷하게 쓸 것’이라는 응답이 58.4%로 가장 많았고, ‘작년보다 적게 쓸 것’이라는 답이 22.2%, ‘작년보다 많이’가 13.7%였습니다. ‘선물을 구입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5.7%가 있었습니다. 지난해보다 적게 쓸 예정이라는 답이 많이 쓰겠다는 응답보다 많았다는 것은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소비심리가 아직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지난해보다 선물비용을 줄일 계획이라는 응답이 많아서, 양극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차: 추석 선물 구입비는 모두 얼마로 예상하시는지도 여쭤봤는데요.

제: ‘10만에서 20만원’이 30.5%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20만원에서 30만원’이 22.2%, ‘5만원에서 10만원’이 20.4%, ‘30만원에서 50만원’이 9.9%, ‘5만원이하’가 8.7%, ‘50만원  이상’이 3.2%등의 순서로 나왔습니다. ‘선물을 구입하지 않는다’는 답도 4.9%가 있었습니다. 소득이 높을수록 선물 구입 예산이 많아졌는데 이것은 당연하다고 하겠고요, 직업별로는 사무전문직과 자영업의 선물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습니다. 

 

   
차: 추석상차림이나 교통비, 선물을 포함해서 총지출은 얼마나 예상하고 있는지도 질문했죠?

제: 네. ‘10만원에서 30만원’이 40.9%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30만원에서 50만원’이 25%, ‘10만원이하’가 16.5%, ‘50만원에서 100만원’이 10.5%, ‘100만원이상’이 1.6%의 순서로 나왔습니다. 추석지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5.5%가 있었습니다. 20대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 비해 눈에 띄게 지출 규모가 적었는데, 아무래도 직접 상차림을 하거나 선물을 주는 입장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소득 낮을수록 연휴 혼자 보내는 사람 많아

   
차: “이번 추석기간 중 성묘를 제외하고 주로 할 일은 어떤 것입니까”하는 질문도 드렸는데요.

제: ‘친지 방문’이 43.6%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상차림’이 27.7%였는데요, 상차림이라는 답에는 손님을 맞이하는 경우가 상당히 포함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혼자 지내기’ 6.7%,  ‘근교 나들이’ 5.7%, ‘스포츠 레저 문화생활’이 4.7%, ‘회사일이나 개인사업’이 2.8%, ‘여행’이 2.7%등의 순서로 나왔습니다. ‘성형수술이나 치료’를 꼽은 경우도 0.2%가 있었습니다. 전체응답자 가운데 70% 이상이 친지를 방문하거나 친지를 맞이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소득이 낮을수록 친지방문이 줄고, 혼자 지낸다는 응답비중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월소득 100만원미만의 저소득층에서 이런 응답이 많았습니다. 가난할수록 쓸쓸한 추석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겠죠. 한편 성형수술이나 치료를 하겠다는 응답은 20대 여성층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는데요, 이 연령대가 외모에 가장 관심이 많은 탓이라고 볼 수 있겠죠.

차: 저희 <손에 잡히는 경제>가 지난 3년간 해마다 비슷한 조사를 한 일이 있는데요, 과거의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제: 추석선물 비용의 경우 ‘전년보다 구입금액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2007년에는 22.9%, 2008년에는 41.2%, 2009년에 26.8%, 올해 22.2%로 나와서 경제 위기가 본격화했던 2008년에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가 지난해와 올해는 조금 나아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선물비용 예산을 보면 20만원이상을 쓰겠다는 응답자가 2007년 28.6%에서 2009년 27.6%로 조금 줄었다가 올해는 35.4%로 늘었는데요,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수입이 나아져서라기보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연휴기간에 성묘 외에 주로 할 일로는 친지방문과 상차림을 꼽은 사람이 전반적으로 늘고, 근교나들이와 혼자지내기가 줄어드는 추세였습니다. 
 

   
 
   
 
   
 
태풍 피해 여파로 치솟은 물가에 비상

차: 추석 선물비용을 지난해보다 줄이겠다는 응답이 늘리겠다는 응답보다 높게 나온 것을 볼 때, 전반적인 살림살이가 별로 나아지지 못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반면 물가는 크게 올라 걱정이죠?

제: 올해 이상 고온으로 인한 작황 부진에 태풍 곤파스 피해까지 겹치면서, 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비상입니다. 과일 야채 생선 값이 대부분 크게 올라서 추석 제수 장만 비용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크게 늘어날 것 같습니다. 8월 물가통계를 보면 과일 야채 등 신선식품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0%나 이미 상승한 것으로 나오는데, 여기에 최근 태풍 피해로 배 등 제수용 과일값이 더 크게 뛰어 주부들의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달 31일 조사한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이 17만7천원으로 지난해보다 6.9% 오를 전망이었는데요, 실제로는 이보다 상당히 많은 지출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소득층일수록 엥겔계수 상승치 더 높아 큰 고통

차: 농산물 등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가계의 식비 지출 비중을 보여주는 엥겔계수도 크게 높아졌다면서요? 엥겔계수 얘기 오랜만에 하게 되는데요.

제: 예, 한동안 엥겔계수 신경 안 썼는데 말이에요.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즉 4월에서 6월까지 우리나라 가계의 엥겔계수가 평균 13.3%로, 지난 2001년 3분기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2분기에 국민총소득은 지난해 동기 대비 5.4% 늘어난 반면 신선식품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1.8%나 됐기 때문입니다. 엥겔계수는 잘 아시는 것처럼 가계 소비 중에 필수 항목인 먹거리 지출 비중을 뜻하는데요, 소득이 낮은 후진국일수록 엥겔계수가 높죠 그만큼 요즘 농수산물 등의 가격상승 때문에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엥겔계수 상승치가 더 높아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차: 안타까운 일이네요. 한편 조사결과를 보면 근교 나들이나 여행 대신 친지들과 모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니 ‘정’을 나누는 명절의 의미가 살아나는 것 같아 반가운데요, 직장인의 경우 올해 추석휴가가 지난해보다 늘어서 비교적 여유로운 귀성길이 될 전망이라고요?

제: 예. 그럴 것 같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5일 대기업 중소기업을 포함한 376개 회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올해 평균 추석 휴가는 4.8일로, 지난해의 3.4일보다 하루 이상 늘 것이라고 합니다. 지방으로 성묘나 친지 방문을 하는 경우 교통량이 지난해보다는 분산돼 조금은 여유로운 여행이 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그러나 추석상여금은 지난해 평균 98만1천원에서 올해 101만7천원으로 3만원 조금 더 늘어나는 데 그쳐,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추석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차: 휴가 기간도 늘고, 보너스도 많이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둘 다 기대하긴 어렵겠고, 보다 경제적으로 즐겁게 지내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좋겠군요. 고맙습니다.

정리/ 이승환 기자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9월8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