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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범죄정보공개로 투명성 높여
‘LA 타임스’는 성범죄 등 발생정보 상설 서비스
[탐사기획] 당신의 동네는 안전합니까 <하>
2013년 12월 06일 (금) 21:06:50 유선희 기자 tjsgml881101@naver.com
성범죄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지만 경찰은 발생 장소나 시간 등 최소한의 기본 정보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정보 폐쇄성은 시민들의 자력화(empowerment)와 투명한 치안대책 수립을 가로막고 있다. <단비뉴스>는 성폭력 추방주간(11월 25일~12월 1일)을 맞이해 서울지역 31개 경찰서를 상대로 성범죄 관련 정보 공개를 청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경찰의 정보공개 실태와 개선방안 등을 모색하는 ‘탐사기획’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상: (단독)‘성범죄 지도’ 그려보니 우범지역 나왔다
    -동일 지번에서 2년 새 성범죄 12건 발생

중: 시민 안전보다 집값 하락 걱정?
    -경찰의 비밀주의, 시민 안전과 알권리 침해

하: 선진국은 범죄정보공개로 투명성, 경각심 높여 
    -‘LA타임스’는 성범죄 등 발생정보 상설 서비스

우리는 우리 동네에 어떤 범죄가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없는 것일까? 우리 경찰은 없다고 한다. <단비뉴스>가 서울지역 31개 경찰서에 성범죄 발생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확인된 사실이다. 대다수 경찰서가 단순 통계 자료만 공개했고, 일부 경찰서는 아예 성범죄 관련 정보가 없기 때문에 공개할 내용이 없다고 한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우리 경찰의 이런 행태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실감할 수 있다.  

미국의 유력지 엘에이 타임스(LA Times)는 지역 독자들을 위해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A 타임스 웹사이트에 가면 ‘데이터와 지도(DATA&MAPS)’라는 메뉴가 있다. 여기를 누르면 ‘LA의 범죄(Crime L.A.)’ 페이지가 나온다(http://maps.latimes.com/crime/). 독자들은 이곳에서 제공하는 검색 시스템과 범죄 지도를 통해 살인, 강도, 강간 등 8개 유형의 범죄가 언제, 어느 장소에서 발생했는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범죄 발생 정보는 하루마다 업데이트 돼 그날그날 발생한 사건을 볼 수 있고, 과거 일어난 범죄도 검색 가능하다.

   
▲ LA타임스에서 독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는 범죄지도서비스. ⓒ LA타임스

‘범죄 경보(Crime Alerts)’라는 메뉴를 통해서도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구역을 고지한다. 또 LA 타임스는 각 지역별로 범죄율 순위를 매겨 정보를 제공한다. ‘LA의 범죄(Crime L.A.)’ 페이지엔 범죄율이 높은 순으로 각 지역을 정리한 리스트가 나온다. 지역 이름을 클릭하면 해당 지역의 인구 만 명당 범죄 발생 건수, 범죄 유형 등을 찾아볼 수 있다. 또 검색창을 통해 찾고자 하는 지역을 검색해서 범죄 발생 건수와 발생 장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A의 코리아타운을 검색하면 지난 한 주(11월 23일~11월 29일) 또는 지난 6개월(4월 29일~10월 27일) 동안 발생한 범죄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찾아볼 수 있다. 코리아타운에선 지난 6개월 동안 260건의 형사 범죄가 발생해 LA 209개 구역 중 인구 만 명 당 범죄발생 건수에서 64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유형별로는 강도가 158건(60.8%)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가중폭행 92건(35.8%), 강간이 10건(3.8%)으로 그 뒤를 이었다.

   
▲ LA 타임스는 범죄율이 높은 순으로 각 지역을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코리안타운에서 발생한 범죄도 확인할 수 있다. ⓒ LA타임스

이 같은 범죄통계뿐 아니라 개별 사건 목록도 공개해 각 항목을 클릭하면 해당 사건의 유형, 발생 일시, 발생 주소, 범죄 사건보고서 번호까지 모두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지도를 통해서도 바로 발생 위치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한 LA 타임스는 초기에는 87개 지역만 대상으로 했으나, 점차 대상 지역을 넓혀 현재는 272개 구역을 대상으로 범죄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물론 LA 타임스가 이 범죄 정보를 직접 입수하는 것은 아니다. LA경찰국(Los Angeles Police Department·LAPD)과 LA보안관 사무실(Los Angeles County Sheriff's Department)이 공개하는 범죄 정보를 바탕으로 이를 독자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재가공한 것이다. ‘집값 하락’, ‘부동산 투기’ 등을 우려해 범죄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겠다는 우리 경찰의 입장과는 천양지차다.

선진국은 범죄정보 공개 서비스를 제공해 투명성과 경각심 높여

미국은 일찍부터 공공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열린 정부’ 개념이 정착됐다. 범죄 관련 자료 공개도 ‘열린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미국의 범죄통계 자료는 미연방수사국(FBI)이 집계해 발표하는 ‘UCR(Uniform Crime Report)’과 ‘NIBRS(National Incident Based Reporting System)’가 있다. UCR은 지역별 범죄발생건수를 주로 싣는 반면 NIBRS는 범죄행위와 관련한 정보를 상세히 공개한다. FBI는 ‘미국의 범죄’라는 연간 범죄통계 분석보고서도 발간하고 있다.

   
▲ LA는 lapdonline.org 사이트를 통해 각 범죄유형별로 어느 장소에서 사건이 발생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SC'는 강간(Rape)을 나타내는 기호다. ⓒ lapdonline.org 사이트

범죄통계자료 공개는 각 지역 경찰서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마다 공개하는 범죄 유형과 범위가 조금씩 다르지만, 성범죄 발생장소를 공개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는 엘에이(LA), 워싱턴, 시카고 등이다. LA, 워싱턴, 그리고 시카고 경찰서에서 공개하는 범죄 유형은 성범죄를 포함해 살인, 강도, 차량절도, 폭행, 방화 등이다. 이외에도 범죄 발생장소, 발생일시, 범죄수법, 피해규모, 범인 체포유무 등 자세한 범죄 관련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 워싱턴은 mpdc.dc.gov 사이트를 통해 범죄유형과 발생 시간, 장소 등 원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 mpdc.dc.gov 사이트

LA는 lapdonline.org, 워싱턴은 mpdc.dc.gov, 시카고는 data.cityofchicago.org 사이트를 통해 누구에게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워싱턴과 시카고의 경찰 범죄정보 공개 사이트에서는 원 데이터 자료도 다운받아 볼 수 있다. 

   
▲ 시카고는 data.cityofchicago.org 사이트를 통해 범죄유형별로 지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성범죄(sex offense)를 입력하면 해당 정보가 상세히 공개된다. ⓒ data.cityofchicago.org 사이트

영국의 경우 내무성이 지난 2011년 범죄정보 서비스 사이트인 police.uk를 오픈하고, 영국 전역을 대상으로 범죄지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번을 입력하면 이를 중심으로 반경 100m 안에서 발생한 범죄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올해 9월부터는 data.police.uk를 통해 범죄통계 원 데이터도 공개하고 있다.

   
▲ 영국 내무성은 웹사이트 police.uk를 통해 범죄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범죄유형을 선택해 어느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 police.uk 사이트

경찰대 행정학과 노성훈 교수는 범죄 정보는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공개하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전제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그리고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범죄발생 장소는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범죄는 특성상 지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성범죄 중 강간의 경우 실내에서 주로 일어나기 때문에 어떻게 정보를 공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잔치에 불과한 ‘정부3.0’ 시대

현재 우리나라에선 성범죄 발생 장소 정보는 대부분 통제되고 있으며,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한해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서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있다. 앞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가 2008년 4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1만 1000여명의 신상정보도 추가로 공개·고지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2011년 4월 이후에 발생한 성범죄의 가해자 신상이 공개돼 왔다.

하지만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는 오류가 자주 발생하는데다 로그인 할 때마다 매번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불편함이 적지 않다. 열람할 수 있는 연령도 제한적이다. 만 20세 이상 성년으로 실명인증을 거친 사람만 범죄자 신상정보를 찾아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 얻은 정보를 재배포하거나 가공하는 것도 법적으로 금지돼 언론이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별도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방안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선진국과 달리 폐쇄적인 한국정부의 범죄 관련 정보공개 행태는 ‘정부3.0’ 시대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한다. ‘정부3.0’이란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하면서 동시에 일자리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새로운 정부운영 패러다임이다. ‘정부3.0’의 3대 전략 중 하나는 투명한 정부다. 투명한 정부의 핵심과제는 바로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비>가 서울지역 31개 경찰서를 대상으로 성범죄 정보 공개를 청구해 본 결과 ‘국민의 알권리’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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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희 기자]
단비뉴스 전 취재부장, 환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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