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꼭 있어야” 70%, “소유할 필요 없다” 30%
[두런두런경제] 차미연 제정임의 유쾌한 리서치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포함한 부동산거래 활성화대책을 발표하자 ‘필요한 조치다’ ‘가계 부채 위기를 부를 위험한 처방이다’ 등 찬반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잠재적 주택 거래 당사자인 개인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또 집이 안 팔려서, 대출 원리금 상환이 힘겨워서 고통 받는 ‘하우스 푸어’는 얼마나 되고, ‘내 집 갖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요? 이번 주 유쾌한 리서치는 ‘집’과 ‘부동산 정책’에 대해 물었습니다.

차미연(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이번 조사에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여했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2390명입니다. 지난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전화자동응답과 인터넷설문조사를 통해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은 1079명, 남성은 1311명입니다.   

DTI 완화엔 "잘했다" 41%, "잘못했다" 38%

차: 조사에 참여한 분들의 주택 소유 여부에 대해 먼저 알아봤죠?

제: 네, 응답자의 66.8%가 집을 소유하고 있었고, 33.2%는 집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짐작대로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주택 소유 비중이 높아졌는데, 월소득 100만원 미만의 경우 주택보유율이 54.4% 불과한 반면 5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경우 78.8%로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차: 그렇군요. 정부가 서울 강남 3구 이외의 지역에 대해서는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게 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를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등 부동산 거래 활성화대책을 내놨는데요, 이번 조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질문했죠?

제: ‘잘한 편이다’가 36.1%, ‘매우 잘했다'가 5.4%로 전체의 41.5%가 잘했다는 응답이었습니다. 반면 ’잘못한 편이다‘는 25.7%, ’매우 잘못했다‘는 12.9%로 전체의 38.6%는 잘못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잘했다가 약간 우세하긴 하지만, 41대 38이면 실질적으로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매우 잘했다‘가 5.4%인데 반해 ’매우 잘못했다‘가 12.9%로 부정적 의견의 강도가 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9.9%나 돼 판단을 유보한 경우도 많은 편이었습니다. 주택소유자는 잘했다는 반응, 무주택자는 잘못했다는 반응이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차: “DTI규제를 풀어 돈을 쉽게 빌려주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보나”하는 질문도 드렸죠? 

제: ‘약간 늘어날 것이다’가 47.7%, ‘크게 늘어날 것이다’가 9.2%로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56.9%였습니다. 반면 ‘별로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는 33.4%, ‘전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는 5.4%로 안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38.7%였습니다. 소득이나 주택보유 여부에 따른 응답차는 뚜렷하지 않았는데, 직업별로 볼 때 자영업자들 중에서 부정적인 전망을 하는 비중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높은 편이었습니다. 

차: 살면서 자기 소유의 집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하는 질문도 드렸는데요.

제: ‘한 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응답이 70.6%, ‘집을 꼭 소유할 필요는 없다’는 응답이  29.4%였습니다. 남성에 비해서는 여성, 무주택자 보다는 유주택자 가운데서 ‘집이 꼭 있어야 한다’는 의견 비중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주택 소유자 무주택자에 비해 "집값 오를 것" 기대  커

차: 5년 이상 장기적으로 볼 때 집값이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지도 여쭤봤죠?

제: 네, ‘내릴 것이다’가 37.5%, ‘오를 것이다’가 33.3%로 내릴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약간 우세했습니다. ‘지금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하는 의견은 29.4%였습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대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비중이 높았고, 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무주택자에 비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차: 마지막으로, 집을 소유하고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여러분 가정이 주택대출금을 못 갚아 허덕이거나, 집이 팔리지 않아 곤란을 겪는 ’하우스 푸어‘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까”하는 질문을 드렸는데요.

제: ‘집값이 더 떨어지면 하우스푸어가 될 것이다’라고 답한 사람이 40.7%, ‘집값과 상관없이 하우스푸어가 될 가능성은 없다’는 응답이 37.2%, ‘이미 하우스 푸어라고 할 수 있다 ’가 22.1%였습니다. 집값이 더 떨어지면 하우스 푸어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은 30,40대에서 특히 많았고, 소득이 낮을수록 ‘이미 하우스 푸어라고 할 수 있다’는 응답이 늘었습니다.

5년 후 '하우스 푸어' 더 늘어날 가능성

차: 집 가진 분 중 22%가 ‘이미 하우스 푸어라고 할 수 있다’, 40%는 ‘집값이 더 떨어지면 하우스 푸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다니, 의미심장하군요.

제: 부동산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당수 중산층, 서민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는데, 집값은 떨어지고, 대출 원리금은 그대로 내야 하니 쓸 돈이 모자라 쩔쩔매는 사람이 많은 것입니다. 쪼들리다 못해 집을 팔려고 내 놓아도 팔리지 않으니 진퇴양난인 것이죠. 그래서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5년 후의 주택 가격 전망에서 66.9%가 집값이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는 것은 ‘하우스 푸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는 얘기가 되겠죠.

차: 집 가진 사람 중에 이렇게 곤란을 겪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DTI 등 규제완화를 지지하는 의견이 좀 더 많이 나왔다고 볼 수 있겠죠?

제.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주택시장이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가 있겠습니다. 그러나 부동산규제완화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38%로 만만치 않은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출규제를 풀어 집값을 떠받치는 것은 건설업자들과 투기세력의 이익만 생각한 것이고, 소득에 비해 집이 너무 비싸 살 엄두를 못 내는 무주택자를 외면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빚을 더 늘리는 정책을 펴다가 장차 부동산 거품 붕괴, 가계 파산, 금융 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리한 빚 얻어 집 샀다간 낭패 겪을 수도

차: 자기 집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70%로 아직 대세이긴 하지만, 꼭 소유할 필요는 없다는 응답도 30%나 된다는 게 눈길을 끄는군요.

제: 정확하게 비교할 수치는 없지만, 아마 아파트 가격이 한창 올랐을 땐 90% 이상이 ‘역시 집은 사둬야 해’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지금은 많은 전문가들이 부동산 대세 하락을 전망하고 있고, ‘하우스 푸어’라는 말처럼 빚을 안고 산 집 때문에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집을 꼭 소유할 필요는 없다’ ‘빚 얻어 집 샀다간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습니다. 또 고령화가 진전되고 1인 가구가 늘면서 주택에 대한 수요도 과거와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대형보다 소형 아파트가 더 인기인 지역이 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시설 좋은 장기임대주택 보급이 늘면서 중산층 중에서도 임대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집에 대한 인식과 추세가 바뀌는 상황에서 집값이 늘 오를 것이란 기대로 무리하게 빚을 얻어 샀다간 나중에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정리/ 이승환 기자


이 기사는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9월 1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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