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데이팅 시대 ② 이상형을 찾아서

김가영(26·여·가명·대학원생)씨는 최근 12년 지기 친구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심란해졌다.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이 몰려왔다. 하지만 주변사람을 졸라 누군가를 소개받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몇 번의 경험을 돌아보면 만남의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주선한 사람에게 미안함이나 원망 등 감정의 앙금이 남았던 기억이 있어서다.   
 
“소셜데이팅 어플리케이션을 한 번 써보면 어떻겠니?”
 
한 친구가 지나가는 말처럼 얘기를 꺼냈을 때는 관심이 없는 척했다. 그러나 친구와 헤어진 뒤 가영씨는 곧장 스마트폰으로 ‘구글 플레이(play) 스토어’에 접속, 소셜데이팅 앱(어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찾기 시작했다. 40여 종이나 되는 앱 가운데 어떤 것을 이용할까 망설이다 ‘크리스천 데이트’라는 앱을 골랐다. 무엇보다 종교가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는 데는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 소셜데이팅 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검색, 이용이 가능해서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다. ⓒ 박준용

휴대전화 인증에 신분증 사본도 제출 

그런데 앱을 실행한 후 회원으로 가입하는 과정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21세 이상, 개신교인’이란 조건은 이미 갖췄고 ‘기혼자나 연애 중인 사람들의 가입은 금한다’는 안내도 안심이 됐지만 휴대전화로 인증을 받은 뒤 입력해야 하는 정보가 꽤 많았기 때문이다. 사는 곳, 출석교회, 직업, 학력, 혈액형, 좋아하는 음식과 장소 등 신원과 개성을 드러내는 사항은 물론이고 본인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가린 신분증까지 사진으로 첨부해야했다. 마지막으로 프로필 사진을 등록한 뒤 소개받고 싶은 이성의 주거지역과 나이 범위를 선택하고 나니 40분이 훌쩍 지났다. 
 
프로필 입력을 마치자 ‘입력한 내용이 미흡할 경우 가입승인이 반려될 수 있다’는 알림창이 떴다. 그리고 앞으로 3일 동안 가입심사를 한다는 안내도 나왔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회사는 가입자의 인적사항은 물론 가입자가 출석한다고 밝힌 교회에 실제로 다니는지, 해당 교회가 혹시 ‘이단’은 아닌 지 등도 확인한다고 했다. 모든 항목을 성실하게 썼던 가영씨는 3일 후 승인통보를 받았다.  
 
다음 날부터 가영씨는 매일 두 명씩의 데이트 후보를 소개받게 됐다. 이 회사는 ‘여호와가 인간의 배필을 만드는 내용’이 나오는 성경의 창세기 2장18절을 따서 오후 2시18분에 ‘매칭(연결)’ 정보를 보냈다. 이 시간에 상대의 본명과 연락처를 제외한 모든 입력사항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만나는 게 아닌데도 마음이 설레더라고 가영씨는 말했다. 상대의 프로필을 본 후에는 24시간 안에 만날 건지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거절하고 싶으면 ‘데이트 패스(pass)’ 버튼을 누르는데, 그러면 ‘외모가 이상형과 맞지 않다’, ‘성품이 안 맞는 것 같다’, ‘프로필 정보가 불성실하다’ 등의 거절 이유를 선택하는 페이지가 뜬다. 구체적인 거절이유를 직접 쓰는 것도 가능한데, 이런 내용은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지만 관리자 측에서 더 어울릴만한 사람을 소개하는데 참고자료로 쓰인다고 한다. 
 
▲ 매일 일정한 시간에 데이트할 후보를 소개해 주는 소셜데이팅 어플리케이션 ⓒ스마트폰 화면 갈무리
 
만일 소개받은 상대가 마음에 들면 ‘데이트 예스(yes)’를 누른다. 양쪽에서 모두 ‘예스’를 하면 서로의 본명과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다. 한 번 ‘예스’를 하는데 드는 비용은 3900원이다. 이 단계 전까지는 가입비도 없고 일체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데이트가 성사되면 그 후 3일간은 그 만남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새로운 이성을 소개시켜주지 않는다고 한다. 가영씨의 경우 가입승인을 받은 후 나흘째 되던 날 ‘데이트 신청을 한 사람이 있다’는 알림이 왔다. 프로필만으로 봤을 때는 딱 맞는 이상형은 아니었지만 일단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가영씨도 ‘예스’를 보냈다. 
 
그날부터 가영씨는 박정건(29·가명·회사원)씨와 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사흘 정도 간단한 안부를 주고 받다가 정건씨가 가영씨에게 전화를 했고 일주일 만인 일요일 저녁 서울 신도림역 부근의 쇼핑센터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소문내고 싶진 않지만 '괜찮은 기회' 평가

두 사람은 복잡한 주말 인파 속에서도 첫눈에 서로를 알아봤다. 정건씨는 사진에서 봤던 얼굴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키가 작았다. 게다가 첫 만남인데 회색 티셔츠에 찢어진 청바지, 모자 차림이어서 가영씨는 가벼운 실망감을 느꼈다. 검은 원피스를 단정하게 입고 나간 자신이 ‘너무 차려 입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인근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각자의 취미생활, 영화 등을 소재로 1시간 반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정건씨는 소셜데이팅을 통해 다섯 번 정도 소개받은 경험이 있다고 털어 놓으면서 “직장에서는 학교 때에 비해 선후배나 동료로부터 사람을 소개받는 게 더 어렵고 부담스럽더라”고 설명했다. 가영씨는 원래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고, 정건씨도 잘 들어주고 잘 웃어주어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설 무렵 정건씨가 “다음엔 영화를 같이 보자”고 제안했을 때 가영씨는 확답을 하지 않고 얼버무렸다. 계속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사나 문화이슈에 관심이 많은 가영씨와 달리 정건씨가 그 쪽에 별 흥미가 없어보였던 것도 더 이상의 만남을 사양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 
 
▲ 주변 사람들의 소개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대학 캠퍼스에서 데이트 중인 남녀 ⓒ 박준용
 
가영씨는 주선자가 없는 만남이라 부담 없이 만나고 헤어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좋은 인연’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에 속상한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친구들에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어플을 통해 소개를 받을까’하고 수군거릴 것 같아서다. 하지만 가영씨는 이 서비스를 좀 더 이용해 볼 생각이다. 다음번에 프로필을 좀 더 꼼꼼히 살피고 잘 선택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계속) 

모바일 세대는 짝을 찾는 방식도 다르다? 기성세대가 집안 어른들의 중매나 친구·선후배의 ‘소개팅’ 등에 의존했다면 요즘 젊은 층은 이성을 만나는 창구로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 등을 활용한 ‘소셜데이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왜 소셜데이팅에 몰리는지, 이런 서비스에는 어떤 효용과 그늘이 있는지, 청년기자들이 입체적 취재를 통해 꼼꼼히 따져봤다. (편집자)

 * 이 기사는 KBS와 단비뉴스의 공동기획 '청년기자가 간다' 시리즈로 <KBS뉴스> 홈페이지와 <단비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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