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세계 1위’ 인천공항, 홀대받는 청소 노동자

 

▲ 눈에 띄기 쉬운 색상으로 제작된 환경미화원 하늘색 유니폼 ⓒ 송지혜

지난 20일,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지하철은 한산했다. 맞은편 의자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다섯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저마다 다른 색깔의 ‘쪼리’와 알록달록한 캐리어 가방이 그들의 목적지를 말해주는 듯 했다. 머리를 모아 질끈 묶고 쿠션이 좋은 겨울 운동화를 골라 신은 내 모습이 그들의 등 뒤 차창에 도드라지게 비쳤다.

 

휴가철의 인천공항은 몹시 번잡했다. 갓 돌아온 여행객과 이제 막 나가는 여행객이 뒤섞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들 틈에서 하늘색 제복을 입고 터미널 바닥과 에스컬레이터를 닦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매일 비행기를 보지만, 그 비행기를 탈 수는 없는 사람들. 여름휴가와 노동이 섞인 현장을 찾아가는 <오마이뉴스>의 ‘극과 극 여름체험’ 시리즈의 하나로 내가 함께 일하게 된 인천공항의 청소 노동자들이었다.

이 날 하루 나의 ‘일터’가 된 인천공항의 여객터미널 면적은 50만㎡, 축구장 60개 규모다. 여기에 탑승동 17만㎡가 추가된다. 외관을 장식하는 유리만 63빌딩의 네 배인 5만 2천장, 화장실이 468개라고 한다. 지하 2층에서 지상 4층까지인 이 건물을 551명이 청소한다. 이들은 모두 용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이다.

35℃ 폭염주의보 속, 등에 땀 차도록 쓰레기 줍고 또 주워

 

공항의 한 사무실에서 양복을 입은 정규직 직원이 청소복을 건네주었다. 왼쪽 가슴에 인천공항 로고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사무실 문을 나서자 정장 차림의 두 직원이 공항 청소작업에 대해 설명해 주며 따라왔다. 대합실, 출발/도착지역, 화장실, 천장, 유리창, 주차장, 지붕 등을 쓸고 닦는 일과 실외 쓰레기, 실내 쓰레기, 화장실 쓰레기를 비우고 모으고 쌓아서 지하로 보내는 일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나를 위해 특별한 청소 시간표를 내놓았다. 건물 외부 청소, 화장실 청소, 쓰레기 처리 과정을 체험하는 코스였다. 공항 청소의 핵심이라고 했다.

 

 

▲  아저씨가 쓰레기통 비우기 시범을 보여준다. ⓒ 송지혜

50대 조장 아주머니에게 인계됐다. 건물 외부 쓰레기 처리를 책임지는 조장의 감독 아래, 쉰일곱의 김씨(가명) 아저씨가 쓰레기통 비우기 시범을 보여줬다. 모래에 박힌 담배꽁초 따위를 쓸어내면서, 중앙 게이트에서 서쪽 게이트 끝까지 50m마다 설치된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이었다.

 

“나보다 낫네!” 쓰레기통 하나를 비우자마자 칭찬을 들었다. 그날은 35℃,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 오후 1시였다. 아저씨와 더 이상 얘기를 나누기 어려웠다. 쓰레기통을 비울수록 등에 땀이 찼다. 쓰레기통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김밥과 절반 넘게 커피가 남아 있는 큰 종이컵 등이 버려져 있었다. 그 브랜드 커피는 아저씨의 시급보다도 비싼 것이었다. 더위 탓인지, 왈칵 화가 치밀었다. 김씨 아저씨는 지난 4년 동안 매일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중앙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서쪽에서 중앙으로 한 시간씩을 오가며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다고 한다. 학생으로 보이는 10대,20대들이 담배를 피고는 아무렇게나 꽁초를 버리고 지나갔다.

화장실 청결 상태 압박, '막 청소 끝낸 듯한 상태'로 유지해야

정씨(가명) 아주머니는 입국장 동편에 있는 여자 화장실 두 곳을 청소한다. 화장실은 변기 열 칸과 세면대 세 칸, 파우더룸을 갖추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딱히 힘들진 않지만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드는 고객들에게 언제나 ‘막 청소를 끝낸 상태’로 느껴지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초일류 공항을 지향하는 딱 그만큼 화장실 청결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

세면대에는 물기가 없어야 한다. 핸드 타월과 휴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화장실 바닥, 카펫은 걸레로 닦고 얼룩을 지워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변기다. 자칫 냄새라도 나면 큰일이다. 변기는 세제를 풀어 솔로 문지르고 수세미로 오물을 닦아낸다. 그 다음 젖은 걸레와 마른 걸레로 한 번씩 훔친다. 변기를 한번 닦은 걸레는 다음 변기를 닦을 때 꼭 빨아 써야 한다.

 

 ▲ 화장실 청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변기다. 자칫 냄새라도 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송지혜

이렇게 해서 화장실 한 곳의 전체 청소를 마치는 데 한 시간쯤 걸린다. 하지만 한 시간 내내 한 곳에 머물면 안 된다. 그 사이 다른 쪽 화장실이 더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을 10분 단위로 끊어 한 곳을 청소하다 다른 화장실로 달려가고, 또 10분 후에 이쪽 화장실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8시간 근무하는 동안 한 화장실을 스무 차례 이상 들락거리게 된다.

 

화장실에는 여행을 위해 한껏 멋을 낸 사람들이 오간다. 세면대를 닦고 있는데, 내 또래로 보이는 한 여성이 거울을 보고 화장을 고치며 전화를 했다. “미국에서 지금 막 왔어.” 한눈에 보기에도 시원한 원피스차림이었다. 셔츠에 땀범벅이 된 채 거울을 닦으려던 나는 왠지 모르게 움츠러들어 물러나고 말았다.

“비행기 타 본 적 있으세요?” 정씨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아주머니의 기본급은 94만원. ‘원피스차림 그녀’의 미국 왕복 비행기 삯은 아주머니의 월급보다 비싸다. 아주머니는 국내선 비행기도 타 본 일이 없다고 했다. 요즘 같은 휴가철, 단체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중년 여성들이 가장 부럽다고 한다. 하지만 아주머니에게 여름 휴가철은 1년 중 가장 바삐 움직이며 더 열심히 청소해야 하는 시즌일 뿐이다.

승진이나 정년보장은 꿈도 못꿔, 수당이라도 제대로 챙겨주길

아주머니는 청소 시범을 보이며 말했다. “고객님들이 불편하시면 안 되니까…. 고객님들이 친절하게 말씀해 주시면 기분도 좋고 위로가 돼.” 그녀는 환경미화원이었지만 마치 공항 홍보 직원처럼 길을 안내하고 환한 미소로 인사하는 등 ‘고객만족 서비스’에 열심이었다. 그런 아주머니에게 공항은 정당한 보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용역업체에 소속된 아주머니의 월수입은 6년 전 일을 시작할 때 90만원이었고, 지금도 1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이니 승진이나 정년보장 같은 것은 꿈도 못 꾼다. 다만 연장 근로에 대해 수당이라도 제대로 챙겨주길 바란다. 그런데 노동부가 인천공항근로자들의 요청으로 월급명세서를 분석해 본 결과, 이들은 초과근로에 대해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한 사람당 한달 20시간가량의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이 지난해 3월부터만 따져도 평균 126만원씩이 밀렸다고 한다. 이들이 소속된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인천공항 지부는 공항과 용역업체를 상대로 밀린 수당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5년 연속 공항서비스 세계 1위’ 플래카드.ⓒ 송지혜

이들은 인천공항과 용역회사의 계약 내용을 모른다. 환경미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관리하는 것은 용역업체고, 임금의 원천은 공항이다. 같은 비정규직이지만 미화원들을 관리하는 입장에 있는 조장과 파트장은 수당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온적이다. ‘관리자는 사무실과 한 편’이라는 수군거림이 돌면서 근로자 내부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 정상급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인천 공항. 그런데 최일선에서 그 명성을 받쳐주고 있는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수당은 왜 정당하게 지급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미화원들과 뭔가 ‘불온한’ 대화를 나눌까봐 전전긍긍하는 조장 때문에 나는 ‘동료’들과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헤어졌다. 청소를 시작한 지 다섯 시간 만인 오후 6시, 양복 입은 직원을 다시 만났다. “고생하셨습니다.” 웃는 얼굴로 배웅하는 그에게 미소를 짓고 돌아섰다. 입국장에 걸린 ‘5년 연속 공항서비스 세계 1위’ 플래카드 아래로 하늘색 셔츠의 아주머니들이 종종 걸음을 치고 있었다. 더 이상 웃음을 머금을 수 없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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