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런두런경제]박경철, 제정임, 이성철의 생생토크
남는 쌀 저소득층과 대북 지원으로 활로 뚫어야

박경철(KBS 2라디오 <경제포커스> 진행자): 한 주간 주목해 봐야 할 뉴스들을 통해서 한국 경제를 진단해보는 생생토크 시간입니다. 2010년 8월 셋째 주,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한국일보 경제부 이성철 부장 두 분 모셨습니다. 이 부장님, 입추 지난 후에 날씨가 맑으면 벼농사가 잘된다고 하던데, 올해 대풍일 것 같죠?

이성철(한국일보 경제부장): 네, 사람이 좋아하는 날씨와 벼가 좋아하는 날씨는 다르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서늘하고 쾌청한 것을 좋아하지만 벼는 아주 찌는 듯한 더위와 많은 비를 좋아한다고 하네요. 올해가 바로 그랬죠.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조사한 걸 보니까 올해 기온이 예년 평균보다 0.3도 정도 높았고요, 강수량도 11% 가량 많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호품벼’라고, 수확량이 보통 벼보다 20% 가량 많은 벼가 많이 보급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 대풍이 기대됩니다.

박: 예, 대풍이면 반가워야할 텐데, 쌀 재고가 많이 쌓여서 걱정이죠? 보관료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대풍이라면 다 같이 기뻐해야 할 텐데 도리어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이미 쌓여 있는 쌀 재고가 140만 톤으로 적정 재고량의 두 배나 되는데, 올해 수확량이 작년 수준만 돼도 90만 톤 정도의 재고가 더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쌀 10만 톤을 1년 동안 보관하는데 드는 돈이 금융비용 등을 합해서 313억원 가량이라고 해요. 기존 재고까지 포함하면 연간 수천억 원이 보관비용으로 들어가는 셈이죠. 그래서 정부가 쌀 가공식품을 장려하는 것을 포함해서 소비촉진책을 열심히 펴고 있는데 한계가 있고요, 국제 쌀 시세가 국내 가격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수출도 여의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쌓아 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밥을 짓기 어려운 오래된 쌀, 예를 들면 2005년산 묵은 쌀 11만 톤부터 이 달 안에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 이 부장님, 우리에겐 쌀을 남다르게 여기는 정서적 DNA가 있는데, 남는 쌀을 사료로 처분한다는 것, 참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 아닙니까?

이: 참 어려운 문젭니다. 쌀은 식량 안보의 문제도 있고, 우리 민족에게 정서적인 재화이기도 하죠. 일반적인 시장 원리로 풀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근본적인 수급불균형이 문제인데요, 갈수록 밥을 덜 먹는 추세에 품질 개량 등을 통해서 생산량은 점점 더 늘어나니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좋은 건 수요를 늘리는 것인데, 밥과 점점 더 멀어지는 식생활 패턴을 되돌리기 어렵고, 막걸리라든가 쌀 과자라든가 가공식품용으로 많이 쓰는 방법이 하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 안되면 사료로라도 써야겠죠. 사람이 먹는 귀한 쌀을 어떻게 동물에게 주느냐라는 정서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재고 문제를 풀려면 일정 부분 사료용으로 소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대북 쌀 지원 물량이 초과공급분을 해결하는 방법이었습니다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중단됐기 때문에 더 많이 남아도는 상황이 됐죠. 공급측면에서 보면 벼 재배 면적을 줄이고 다른 작목으로 전환을 한다든가, 쌀의 조기 관세화와 시장개방을 통해 의무적으로 수입되는 물량들을 조절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대안들이 결국은 쌀이 가지고 있는 정서적인 측면과 마찰을 빚기 때문에 그만큼 풀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소득층 쌀 지원 늘려야 할 때 예산 오히려 줄어 

: 참 답답한데요. 제 교수님, 주위를 둘러보면 차상위계층 이하의 식량 엥겔지수가 높은데 이쪽에 쌀을 지원하는 방법은 없겠습니까?

제: 적극적으로 그렇게 했으면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예산 짜는 것을 보면 거꾸로 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정부 쌀을 기초생활수급가구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에게 50% 할인된 가격으로 지원하는 양곡할인제도가 이미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예산이 올해 1108억원에서 내년에는 997억원으로 111억원이 삭감된다고 합니다.

: 삭감을 해요?

제: 예, 더 줄어든다고 합니다. 내년에 기초수급자와 차상위자에게 할인 지급되는 쌀이 각각 20만포, 5만포씩 줄어든다고 하니까, 참 거꾸로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 야당에서는 쌀 소비 촉진과 빈곤층에 대한 복지대책 차원에서 극빈층에게 쌀을 무상지원하자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빈곤층에게는 생활지원이 되고, 쌀을 공짜로 나눠주면 라면 사 먹는 대신 밥을 먹을 테니, 쌀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분명 있겠지요. 전국에 노숙자 쉼터라든지 경로당, 또 결식아동을 위한 식당 같은데도 쌀을 무상으로 나눠주자는 제안이 있습니다. 전국의 급식 학교에도 쌀을 할인해서 보급하고 있는데, 이걸 좀 더 싸게 해 주면 전반적으로 소비량이 더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국내 빈곤층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식량난이나 재난을 겪는 지역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쪽에 구호품으로 쌀을 현물지원하거나 쌀 가공식품을 만들어 보내주면 어차피 우리가 경제규모에 맞게 해외에 지원해야 하는 원조 의무를 채우면서 쌀 재고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대북지원인데요, 지금까지 연간 약 40만 톤씩을 북한에 지원해오다가 2008년 이후 대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됐습니다. 그래서 굶주리는 북한 동포를 인도적 차원에서 돕고, 국내 재고 쌀도 해소하고, 무엇보다도 경색돼 있는 남북관계 의 돌파구를 여는 차원에서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자고 시민단체와 농민단체 등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 시골에 가보면 70,80대 노인들이 정말 땀 흘려 쌀농사를 지으시는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부장님, 이번 주 주요 경제뉴스 어떤 것들을 꼽으셨습니까.

이: 방금 말씀드렸던 문제, 올해 반갑지 않은 대풍이 올 것이라는 뉴스를 첫 번째로 꼽았고요, 두 번째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ㆍ15경축사에서 통일세 논의를 제안한 뒤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꼽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중국이 미국 국채와 달러 자산을 팔고 다른 나라 채권들을 사들이고 있는데 이런 중국의 외환 다변화 정책에 주목해봤습니다.

: 제 교수님은 어떤 뉴스들을 꼽으셨습니까?

제: 네. 통일세 부분은 같고요, 저는 일본의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나와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드디어 중국에 내주게 됐다는 소식을 뽑았습니다. 일본 정부가 추가 경기부양대책까지 검토하고 있죠. 그리고 미국이 이란 제재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당초 예상했던 10월 말에서 한 달 반가량이나 앞당겨서 조기발표 했는데, 이것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이란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의 영업정지를 검토하는 등 제재 동참 방법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는 뉴스를 함께 꼽아봤습니다.

: 저는 조금 더 현실적인 뉴스들을 꼽아봤는데요,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보유부동산을 매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롯데, SC제일은행, 애경 등. 겉으로는 구조조정, 재무구조개선, 신규투자자금 마련 등을 얘기하는데 이게 꼭 80년대 말에 일본의 리테일(소매) 기업들이 미리 부동산 팔고 도망가서 살아남은 경우를 연상시키거든요. 그래서 ‘탄광 속의 카나리아’가 아니냐. 타이타닉에서 빨리 뛰어내리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증권사들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부실을 반영한 유진증권 등에 큰 적자가 났는데, 의외로 적자규모가 적게 발표된 데가 있어요. 이런 부분들은 회계장부를 좀 자세히 들여다봐야 되는 거 아니냐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 번째 소식은 아이폰 4G 신청에 몰린 열기인데요, ‘소비자는 무섭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선 이부장님, 대기업들 부동산 매각 얘길 좀 해주시죠.

대기업 부동산 매각은 장기 하락 예견한 타이타닉 탈출?

이: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롯데가 백화점, 대형마트 등 보유 부동산을 약 6000억 원대 정도 팔아서 자산을 유동화하는 계획을 갖고 있고, 은행 중에서도 목 좋은 곳에 지점을 많이 갖고 있는 SC제일은행이 알토란같은 지점건물 자산들을 유동화하고 있습니다. 애경그룹도 백화점 점포들을, KT는 과거 전화국 부지 등을, SK는 목 좋은 주유소 등을 팔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팔아치우는 것은 아니고, 세일 앤 리스백(Sale and Lease Back)이라고 해서, 팔고 거기에 다시 임대로 들어가는 겁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쉽게 말해 부동산을 쥐고 있는 것보다 팔아서 세 들어가는 게 더 이익이 될 것으로 본다는 것이죠.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보유 부동산을 처분해 임대 쪽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 제 교수님, 이 기업들이 전부 리테일에 강한 기업이라는 특징이 있죠? 일본에서도 버블 터지기 직전 리테일 쪽에 강한 기업들이 먼저 치고 빠져나갔는데요. 롯데의 백화점이라든지 SK의 주유소 매각, 특히 청기와 주유소 같은 곳은 전국 최고의 자리들 아닙니까? 이걸 팔고 나간다는 것은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해서는 기대를 접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제: 두 분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가 내다보이는데, ‘보유 리스크’를 안고 갈 수 없다는 생각이겠죠. 이제는 부동산 보유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먼저 팔고 빠져나가는 수순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롯데 같은 곳이 대표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신사업 진출 등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도 일부 있을 것 같고요, 자금난을 벗어나기 위해 다급하게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위기를 맞은 저축은행들이나 건설회사들은 회사 사옥이고 뭐고 다 팔아서 살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토지주택공사 즉 LH공사 같은 경우도 지금 빚더미에 올라앉았는데, 재무건전성을 높여야겠다는 안간힘 속에 보유 부지 등을 내놓는 것이죠. 그 중에서도 가장 우리에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무래도 향후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보는가를 반영한 결단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 하는 걸 보면 기업이 개인보다 단연 빠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이 털고 나간 자리를 개인들이 붙잡는 경우도 있고요. 그러다 소위 ‘상투를 잡는다’하는 경우가 나오죠. 어쨌든 부동산에 대해 누구보다도 민감한 기업들이 이렇게 자산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가고, 부동산을 쥐고 있기 보다는 돌리자는 쪽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입니다.

: 이번에는 일본 경기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GDP 총액으로 보면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대국으로 올라섰는데, 일본은 기분이 안 좋겠죠? 일본 정부는 추가 부양을 한다는데, 그럴 능력이 있느냐, 이게 문제 아닙니까.

중국에 ‘경제 2위’ 내준 일본, 엔고 때문에 백약이 무효 

 
제: 네, 그래도 뭔가 하겠다고 하는군요. 일본은 지난 1968년 이후 장장 42년 동안 미국 다음으로 제 2의 경제대국 지위를 지켜왔는데, 올 2분기 국내 총생산(GDP)에서 중국에 밀렸습니다.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중국이 G2(세계 2강)다’ 하는 얘기를 하긴 했는데, 숫자로 공식화된 것이죠. 일본의 2분기 실적이 나빴던 것은 엔고, 즉 엔화 값 상승과 미국 등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부진, 일본 내 소비부진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더블딥’, 그러니까 경기가 반짝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가라앉는 상황까지 우려되니까 일본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친환경제품을 사면 보조금을 주는 것 등 우리 돈으로 23조 5천억 원 정도 되는 부양책이지만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회복의 최대 걸림돌은 15년 만에 최대치에 다다른 엔고현상, 즉 엔화 값이 너무 올랐다는 것인데, 이게 달러 약세에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뚜렷한 대책이 없습니다.

이: 저도 같은 생각인데요, 사실 일본은 이미 기준금리가 0.1%입니다. 사실상 제로금리여서 소위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은 불가능한 것이고요. 재정정책도 이미 재정적자가 극에 달한 상태이기 때문에 여력도 없고, 설령 재정적자를 좀 더 늘려서 돈을 푼다고 하더라도 일본 사람들이 워낙 돈을 안 쓴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워낙 고령화가 심화됐기 때문에, 그리고 정부 재정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이 있기 때문에 돈이 생기면 저축을 하지 소비를 안 한다는 겁니다. 또 지금 제 교수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엔고 문제가 심각합니다. 일본 경제가 잘 나가서 엔화 가치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 일본 경제는 시쳇말로 죽을 쑤고 있는데 미국이 더 죽을 쑤고 있기 때문에 반갑지 않은 엔고가 온 것이죠. 이 엔고는 일본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에 의해서 작동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대책도 없습니다. 저희 회사가 명동에 있는데, 일본 관광객들 굉장히 많이 옵니다. 환율이 좋으니까 나와서 막 쓰는 건데, 쉽게 말하면 국내 소비를 안 하고 해외 소비를 한다는 거죠. 그만큼 국내에서 써야 될 몫이 밖으로 나가게 되니 일본 내수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박: 이 부장님, 이 와중에 중국이 실체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채권 시장에 패닉이 일어났지 않습니까. 우리 국채 20년 만기물에 대해서 1600억 1급 매수가 들어오는 바람에 국채 금리가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게 중국 생명보험사였죠. 중국이 우리나라 채권을 가진 3대 채권국 중 하나가 됐는데요, 그런데 중국이 미국 국채는 팔고 있죠? 일본 국채는 수익도 안 나는데 사들이고 있고요. 중국이 왜 이러는 겁니까?

중국의 한국 국채 매입은 달러 하락 대비한 포석

이: 큰 틀로 보면 중국은 지금 세계에서 외환이 가장 많은 나랍니다. 워낙 많은 경상수지 흑자, 또 외국인 투자가 들어오니까 달러가 넘쳐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까 외환보유액을 잘 운용해야 하는데 그 동안은 대부분이 미국 국채 등 달러 자산으로  갖고 있었습니다. 외환 보유액이라는 것은 긴급할 때 써야 하는 비상자금 성격이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 쪽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달러패권 시대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중국이 외환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겁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패턴을 밟아가고 있습니다. 중국이 달러 자산 줄이기에 나서면서 지난 5월과 6월 두 달 동안 약 560억 달러 정도의 미국 국채를 팔았다고 합니다. 대신 유로화 자산, 엔화 자산 등 소위 비달러 자산들을 늘려나가면서 우리나라 국채도 포함이 된 것이죠. 일각에선 일종의 음모론도 제기를 합니다. 미국이 통상 압력, 위안화 절상압력 등을 자꾸 넣으니까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미국 국채를 팔고 있다는 것이죠. 어쨌든 이제 세계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손은 중국이고 더불어 달러의 패권은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제: 사실은 거의 모든 경제 전문가가 미국이 달러를 저렇게 많이 찍어내다가는 어느 순간 달러가 폭락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아직까지는 미국의 국력 때문에, 또 대안도 없고 해서 현상 유지가 되는 것인데, 중국은 달러 가치의 폭락을 막으면서 보유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막대한 달러 보유량을 조금씩 줄이고 있는 중입니다. 달러 가치가 한꺼번에 폭락하면 중국도 큰 손해를 보니까요. 동시에 금을 사들이고, 유로화와 한국 국채도 사들이는 것이죠. 중국은 미국 달러화가 갖고 있는 기축통화의 지위에도 도전하고 있는데, 국제통화기금(IMF)이  갖고 있는 특별인출권(SDR) 구성 통화에 중국 위안화도 넣어서 이것을 기축통화로 대체하자는 주장도 했었죠.

이: 중국이 무섭긴 무서운데, 사실 기축통화가 된다는 게 돈이 많은 것만으로는 안 되죠. 기축통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와 시스템이 있어야 되는데, 중국은 시스템이나 개방도 등에서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달러의 위세가 옛날만 못한 건 분명한 사실이고, 아직은 달러를 대체할 뭔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통화가 소위 군웅할거(群雄割據)를 하는 그런 상황이 올 수 있겠죠.

통일 대비, 섣부른 세금 대신 건전 재정 유지 힘써야

: 마지막으로 통일세 얘긴데요, 이 부장님, 통일세 신설 문제 어떻게 보십니까.

이: 8ㆍ15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기했는데, 통일 비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를 하지만 그 방안으로 통일세가 언급됐다는 것은 별로 현실성이 없다고 봅니다. 세금이라는 것은 걷는 것과 쓰는 게 있는데, 언제 통일이 될지 모르고 그 비용이 얼마가 들어갈지 모르는데, 언제 쓸지 얼마나 쓸지에 대한 추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걷기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통일 이후에, 실제로 비용이 발생한 뒤에는 통일세가 하나의 유력한 방안이 될 수가 있겠습니다만 사전적인 통일 비용에 대한 대비차원에서는 세금으로 접근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독일이 통일 비용으로 ‘연대세’를 걷었는데 그것도 통일 이후에 만들어진 세금입니다.

제: 말씀하신대로 ‘통일에 비용이 드니까 미리 준비하자’하는 생각은 좋습니다. 그런데 사실 통일 비용이라는 게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되느냐, 언제 되느냐에 따라서 하늘과 땅 차이가 날 수가 있는 거 아닙니까. 지금은 남북 관계가 굉장히 악화돼 있지 않습니까. 통일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뜬구름 잡는 식으로 통일세를 거론할게 아니라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해서 통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나갈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남북 경제 협력을 위해 남북협력기금을 조성해 두었는데, 연간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남북관계 경색으로 10%도 못 쓰고 있거든요. 이런 자금을 활용해서 중단된 경제협력을 정상화해야 할 것입니다. 통일이 가시화될 때까지 가장 중요한 준비는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재정을 건전하게 꾸려 나가다가 정말 통일 비용이 많이 필요한 시점에 독일의 통일연대세처럼 적합한 세금을 걷는 것이 통일을 대비하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 이번 한 주도 정말 많은 뉴스들이 쏟아졌고, 특히 깊이 생각해봐야 할 주제들이 적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까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한국일보 이성철 경제부장, 말씀 고맙습니다.

정리 / 임현정 기자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상 생략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8월21일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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