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FF] 좌석 점유율 80%, 34편 영화 매진

화려한 축제도 폐막식에는 한 구석 쓸쓸함이 감돈다. 영화제의 하이라이트인 수상작 시상도 화려하게 재조명을 받는 작품이 탄생하는 한편으로 다른 후보작들의 모습은 나부끼는 휘장으로만 걸려있다. 6일간 밤낮없이 지속된 제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 날 불꽃놀이가 청풍호반의 밤하늘을 요란하게 수놓았다면 폐막식 날에는 석양이 호수 위를 조용히 물들이고 있었다. 폐막식은 ‘제천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시작해, 콩고 ‘킨샤사 심포니’ 연주로 끝났다. 어느새 호수 위엔 반달이 떠 있었다. 

<킨샤사 심포니 Kinshasa Symphony>는 유일한 경쟁부문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독일의 마르틴 바에르와 클라우스 비쉬만 감독 작품이었다. 오멸 감독의 <어이그, 저 귓것 Nostalgia>에는 심사위원특별상이 주어졌고, <브랜 뉴 데이 Bran Nue Dae>는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받았다. 조성우 집행위원장은 “올해 참신하고 재능이 돋보이는 작품 8편 중 한 편을 고르느라 다섯 분 심사위원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말했다. 차승재 심사위원은 “독특하고 내실 있는 작품들이 많았고, 세계 음악영화의 현주소를 알 수 있었다”며 “여덟 편 영화를 세 편으로 추리는 데는 십 분이 걸렸지만, 세 편 중 대상작을 고르는 데는 한 시간이 걸렸다”고 심사의 어려움을 표했다. “동방예의지국으로서 외국 작품 중에서 대상을 주게 됐다”고 말해 음악영화제의 국제화를 위한 고려도 있었음을 시사했다.

▲ 마르틴 바에르 (오른쪽) 감독이 최명현 제천시장과 수상 기쁨을 나누고 있다. ⓒJIMFF 제공

<킨샤사 심포니>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콩고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담았다. 미용사, 전기기술자, 약국에서 일하는 사람 등 교향악과는 멀게만 느껴지는 이들이 베토벤 9번교향곡 연주를 완성해나가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마르틴 바에르 감독은 “독일에서 아프리카로 촬영을 가는 것이 힘들었지만 보상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어이그, 저 귓것>은 제주도민의 상실감을 위로하는 영화다. 제주도 땅 2/3 이상을 육지 사람들이 갖고 있고, 실업의 그늘 속에 있는 제주도민의 삶을 잘 다뤘다는 평이다. 오멸 감독은 이 작품으로 아마추어 배우들로부터 자연스러운 연기를 끌어낸 ‘연출력’과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살린 ‘통제력’을 인정받았다.

가수 이상은의 사회로 진행된 폐막식은 시상과 ‘안녕 바다’의 공연, 대상작 <킨샤사 심포니> 상영으로 이어졌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26개국 총 84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첫 회 40편의 영화를 상영했던 것과 견주면, 상영편수만으로도 꽤 자리를 잡은 셈이다. ‘존폐 논란’으로 말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좌석점유율이 79.2%에 이른 점, 34편의 영화가 매진된 점에서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크린과 작업실 밖으로 나온 ‘관객 소통’

볼거리는 영화뿐이 아니었다. ‘원 써머 나잇’과 ‘제천 라이브 초이스’, ‘오지라퍼’, ‘거리악사 페스티벌’ 등 다양한 공연으로 영화팬뿐 아니라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이문세, 양희은, 김수철, ‘장기하와 얼굴들’ 등 유명 가수들을 포함해 총 30여회 공연이 제천 곳곳에서 열렸다. 사람들은 음악영화 말고도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며 그야말로 축제를 즐겼다.

▲ 제천음악영화제 행사 중 <무비톡, 뮤직톡> 시간. 영화인과 음악인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 JIMFF 제공

중앙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취지에서 열린 ‘중앙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도 영화손님들에게 알찬 프로그램이 되었다. 990원만 있으면 자신의 모습이 담긴 커리커처를 받을 수 있고, 5천원으로 직접 가방을 만들 수 있는 등 다양한 코너를 마련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OST 뮤지엄’ 섹션도 중앙시장 2층 문화센터에서 열려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가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이 프로그램은 한재권, 심현정 음악감독이 들려주는 영화음악 이야기로 꾸려졌다. ‘무비 톡, 뮤직 톡’에서도 국내외 영화배우, 감독, 음악감독들이 영화 관객을 맞았다. 이렇듯 스크린과 작업실 밖으로 빠져나온 영화인과 음악인들이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소통했다는 점이 이번 음악영화제의 묘미였다.

자원봉사자들로 빛난 축제…내년 기약하며 폐막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노란 티를 입고 밀짚모자를 쓴 자원봉사자들은 이 인사말을 하며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을까? 844명 지원자 가운데 가려 뽑은 220명. 막상 영화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열정을 쏟아준 그들이 있었기에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더욱 빛날 수 있었다. “내년에 또 오십시오.” 폐막작 상영 뒤에도 관객들이 빠져나가는 길목에 서서 그들은 진심어린 인사를 했다. 내빈들이 인파를 몰아붙이며 차를 타고 좁은 길을 빠져나갈 때도 그들은 관객들의 안전에 신경을 썼다.

축제는 끝났다. 장터의 파장 무렵이 그렇듯, 여기저기 짐을 싸느라 분주하고 손님을 끌기 위해 걸어놓았던 휘장들이 끌어내려진다. 장사꾼과 장꾼들의 수지타산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제천음악영화제에 대한 평가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말을 안 해도 다음 장날 다시 만나듯, 많은 사람들은 축제를 위해 내년에도 다시 모일 것이다.

▲ 행사기간 내내 관객들과 함께 한 자원봉사자들 ⓒ JIMFF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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