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FF] 무성영화 <제너럴> 음악DJ, 제천서 실연

   
▲ 영화 <제너럴>의 한 장면. ⓒJIMFF

사랑하는 것을 위하여, 모험은 시작되고...

찰리 채플린과 더불어 무성영화를 완성한 거장, 성룡이 가장 존경한다는 배우이자 감독, 슬랩스틱 코미디의 왕, ‘큰 바위 얼굴’...... 갖가지 수식어와 별명이 따라붙는 버스터 키튼. 전설이 된 그의 분신이 국제음악영화제에 왔다. 그의 영화 <제너럴>, 그리고 그 영화에 음악을 입힌 2인조 그룹 ‘라디오 멘탈’이 제천에 온 것이다. 

지금도 영화팬들 사이에 논쟁이 되고 있는 화두는,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 가운데 누가 더 웃기느냐’는 것이다. 주관식 문제이니 정답은 없고, 모순된 어법을 동원해야겠다. 둘 다 가장 위대한 코미디 배우라고.

"클로스 업은 비극, 롱 샷은 희극."(찰리 채플린)
"표정이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관객은 더 웃는다."(버스터 키튼)

코미디에 대한 일가견이 드러나는 그들 영화 중에서도 ‘제너럴’은 압권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열차기관사 조니(버스터 키튼 역)가 제일 사랑하는 것은 아름다운 애너벨 리와 그가 운전하는 기차 '제너럴'. 남북전쟁이 일어나자 군대는 조니가 기관사라는 이유로 입대를 거절한다. 애너벨은 조니가 입대를 무서워하는 겁쟁이로 오해한다. 전쟁이 치열해져 가던 어느 날 북군은 기차 '제너럴'을 탈취한다. 실수로 애너벨도 같이 납치된다. 드디어 제일 사랑하는 두 가지를 구하려는 조니의 모험이 시작되고......

무표정한 연기에 어떤 음악을 깔 것인가?

                  
  ▲ '라디오 멘탈'의 에릭 파조 ⓒJIMFF

이 영화에 음악을 입힌 ‘라디오 멘탈’은 ‘장 이브 르루’와 ‘에릭 파조’가 결성한 2인조 DJ그룹이다. 일반적으로 디제잉은 클럽에서 춤추는 사람들의 흥을 북돋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들은 디제잉을 통해 영화에 꼭 맞는 음악을 찾아 지금 관객에게 다시 전해준다. 이들이 선택한 ‘제너럴’의 음악은 ‘히사이시 조’의 동화 같은 피아노 선율이었다.

에릭 파조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2분의 1초까지 맞아 떨어질 정도로 굉장히 섬세하다”며 “우리는 영화와 맞는 음악을 찾아 이미지와 조화시키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인간이 기계를 상대로 벌이는 모험은 언제나 버스터 키튼을 사로잡는 주제였다. ‘제너럴’에서도 기차가 달려가는 중에 버스터 키튼이 기차 위에서 달리고, 때로는 기차를 쫓아가고 기차에 쫓기기도 한다. 수백 명 엑스트라가 출연하고 열차 두 대가 추격전을 벌이고, 결국 기차 한 대가 강물에 처박힌다. 남군과 북군의 전쟁 장면까지 실감나게 보여준 이 영화는 당시 블록버스터였다.

그러나 이 영화의 독특한 재미는 줄거리보다는 버스터 키튼의 연기에 있다. 버스터 키튼이 노력하면 할수록 일은 꼬이고 오해는 커진다. 스턴트맨을 쓰지 않고 온몸으로 기차와 부딪히며 싸우고 넘어지는 그가 전해주는 웃음은 강렬하다. "표정이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관객은 더 웃는다"는 그의 말처럼 난감한 상황에 처한 그가 무표정해질 때 관객들은 웃지 않을 수 없다. 제천 야외극장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씨네 믹스의 묘미는 영화의 재해석”

       
▲ '라디오 멘탈'의 장 이브 르루. ⓒJIMFF

'제너럴'을 라이브로 디제잉한 '장 이브 르루'는 "영화기술이 발달해도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반복된다"고 말했다.

‘라디오 멘탈’의 두 사람은 “과거 영화를 현대 관객이 즐길 수 있도록 새롭게 재해석하는 데 씨네 믹스의 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1895년 멜리에르 형제가 영화를 처음 상영한 뒤 영화기술은 끝없이 발전했다. 무성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3D로 발전하고 있어도 영화가 전하는 본질적인 재미는 변하지 않았다. 버스터 키튼이 영화 '제너럴'에서 주는 재미는 지금 개봉한 '토이시리즈 3'에 나온 우디와 버즈의 슬랩스틱 코미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호반무대에서 밤하늘을 배경으로 무성영화를 본다는 점에서 더욱 정취가 있다. 올드팬들은 그 옛날,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한 뒤 무성영화를 보기 위해 학교 운동장이나 공터로 달려가던 과거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드디어 온 세상이 깜깜해지고 제작사 로고와 영화 제목이 뜨는 순간의 짜릿함을 다시 맛본다. ‘세월은 흘러도 마음은 왜 이리 늙지 않는 걸까?’

   
▲ 지난 13일 청풍호반에서 '라디오 멘탈'이 영화 <제너럴>을 '씨네믹스' 하고 있다. ⓒ 김상윤

무성영화의 전설 속에 살아있는 배우

       
 ▲ 버스터 키튼 ⓒ JIMFF
버스터 키튼은 1895년 미국 조지아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노래와 춤, 연극을 공연하며, 지역을 순회하는 ‘보드빌 쇼’에 데뷔한다. 유연한 몸과 운동신경을 필요로 하는 ‘보드빌 쇼’에서 버스터 키튼의 탄력 있는 몸은 그를 금방 유명한 희극배우로 만들었다.

몸으로 이야기하는 무성영화시대, 버스터 키튼은 무성영화의 전설이 되었다. '일주일'(1920년)부터 '카메라맨'(1928년)까지 그는 서른 세편의 영화를 만들고 주연이 되었다. 유성영화 시대가 개막되자 그도 잊혀졌다. 몸으로 말하던 그에게 유성영화는 연기의 폭을 제한했다. 그의 무표정과 풍부한 몸짓은 관객에게 웃음을 주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유성영화에 어울리지 않았다. 버스터 키튼은 그렇게 30년여 년 간 잊혀진다.

그러나 1965년 22회 베니스국제영화제는 버스터 키튼 회고전을 열었다. 1926년 작 '제너럴'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들은 다시 찾은 거장에게 20분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듬해 버스터 키튼은 비록 늦었지만 다시 찬사를 받으며 전설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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