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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에게 박 대통령이 배울 것
[단비발언대] 임종헌 기자
2013년 06월 02일 (일) 00:36:55 임종헌 기자 mydreampaper@gmail.com
   
▲ 임종헌 기자

스티브 잡스는 한때 위기에 처했던 애플(Apple)사를 부활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뚜렷한 비전(vision)’이었다고 생전에 말했다.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분명한 미래상, 혹은 하나의 슬로건(표어)을 향해 기업의 역량을 집중시켰다는 것이다. ‘한 손에 들어오는 주크박스’(아이팟), ‘누구나 쉽고 즐겁게 사용하는 태블릿’(아이패드) 같은 슬로건은 제품 구상 단계에서부터 설정한 하나의 ‘목적지’였다. 지향점이 분명하고 리더의 추진의지가 강력했기에 애플의 재주꾼들은 합심해서 그 비전을 구현해 낼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함께 세 가지 슬로건을 내놓았다. ‘창조경제’와 ‘복지사회’, 그리고 ‘경제민주화’다.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중대한 과제들이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팟, 아이폰의 역사를 이룬 것처럼 우리 사회가 이 과제들을 성취할 수 있을 지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잡스의 비전에 수반됐던 ‘분명한 정의’, ‘현실적인 로드맵(실행지도)’ 그리고 ‘강력한 추진 의지’가 박 대통령의 3대 슬로건에는 하나씩 빠져있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창조경제에는 무엇보다 기본이랄 수 있는 ‘분명한 정의’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손발이 되어 일해야 할 정부관계자들 조차 “창조경제가 도대체 뭐냐”고 서로 수군거릴 정도다. 통일된 정의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못하자 각 부처는 자기들에게 필요한 쪽으로 ‘창조’를 정의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의 ‘녹색’ 구호처럼 아무 정책에나 ‘창조’를 갖다 붙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복지사회’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진정성과 실현의지가 의심을 사고 있다. 영유아 보육비 지원 정책이 적절한 예산 대책 없이 추진되며 혼선을 빚은 사례에서 봤듯, 탄탄한 재원 조달 방안이 첨부되지 않은 ‘생애주기형 복지 구상’은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바로 얼마 전까지 ‘지나친 복지는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던 경제부처 관료들이 얼마나 진심을 다해 복지 확충을 뒷받침할 지 의문이다. ‘증세는 안 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행보로 보아 어느 날 ‘돈이 없어 복지를 못 늘리겠다’며 현상유지 내지 후퇴로 돌아서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선거 때문에 급조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샀던 ‘경제민주화’ 역시 집권 후 경기부양 분위기 속에서 뒤로 밀리는 모습이다.

성장과 효율을 지향하는 ‘창조경제’와 분배∙형평을 강조하는 ‘복지사회∙경제민주화’가 충돌하기 때문에 정부가 고민한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복지제도를 잘 갖춘 북유럽 국가들은 개인과 기업의 창의성 순위에서도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든든한 사회안전망, 즉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안전장치인 복지가 충실하면 기업과 개인이 과감히 도전해 창조적 아이디어를 적극 현실화할 수 있음을 이들 나라는 보여주었다. 박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여러 차례  “창조와 복지는 양립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4일이면 박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는다. 수 많은 국정과제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쁘지만 5년 임기를 감안하면 아직 늦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가 명확한 비전으로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냈듯, 박 대통령도 이제 분명하고도 진정성 있는 비전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나라’의 희망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말로만 그럴 듯한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인 로드맵을 촘촘히 갖추고 강력한 실행의지로 뒷받침하는 ‘창조경제와 복지국가’의 미래상이 나와야 한다. 애플 직원 중에는 잡스를 싫어하던 이도 많았지만 그의 분명하고 강력한 리더십에 하나가 돼 역사를 만들었다. 박 대통령이 그만큼 설득력 있는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누구에게 투표를 했든 우리 국민도 기꺼이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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