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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영화음악은 ‘OST’가 만든다고?
[JIMFF] 영화음악의 세계를 이해시킨 ‘OST 뮤지엄’
2010년 08월 15일 (일) 15:54:59 민보영 기자 orintee@danbinews.com
   

▲  한재권 감독이 영화에 음악이 삽입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 민보영

음악이 있기에 가능한 영화의 ‘화려한 외출’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영화음악감독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지나가는 여고생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난 그 노래가 제일 좋아.”
“누가 만들었는데?”
“웬만한 영화음악은 다 걔네가 만들어. OST라는 그룹이야.”

아뿔싸! 감독은 탄식했다. 소녀들은 OST(Original Sound Track)를 요즘 나오는 ‘아이돌’쯤으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그가 <박수칠 때 떠나라>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 영화에 음악을 입혀 ‘화려한 외출’을 가능하게 한 한재권 감독이다. 지금 영화 <된장>의 음악작업을 하고 있는 그는 제천국제영화제에서 ‘OST 뮤지엄’을 기획한 사람이다. 영화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보여줘 영화제를 보다 다채롭게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뮤지엄은 음악영화제 기간에 계속 열리지만, 한재권, 심현정 감독의 강연은 각각 13, 14일에 있었다. 제천중앙시장 2층 문화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두 감독은 영화음악을 만들게 된 계기와 소회, 음악이 영화에 삽입되는 과정 등을 설명했고, 강연장을 가득 메운 청중과 대화했다.

“영화음악은 사람의 체질과 같다”

첫 날, 한재권 감독은 “영화음악은 사람의 체질과 같다”는 말로 운을 뗐다. 체질에 따라 사람의 식습관과 버릇이 달라지고 인격이 형성되기 때문이란다. 영화에도 리듬이 있고, 영화마다 목소리와 생김새가 다른 까닭이 그렇다.

한 감독의 최근작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한 장면을 보며 실감했다. 대통령 역을 맡은 고두심이 가출하는 대목이었다. 급박한 상황에서 음악을 제거하니 지루하고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여기에 ‘리듬’만 넣어도 긴박한 느낌이 산다. 등장인물의 심장박동을 함께 느끼게 된다. ‘선율’까지 넣으면 상황전개가 보다 감각적으로 전해진다.

   
▲ 강연 중인 심현정 영화음악감독 ⓒ 민보영

<올드보이> ‘장도리 테마’에는 역동적인 트럼펫 사용

둘째 날, 심현정 감독은 <올드보이>로 영화음악의 세계를 설명했다. 영화에서 여주인공 미도의 외로움을 나타내는 ‘개미 테마’, 장도리 하나 들고 일당백으로 맞서는 대수의 ‘장도리 테마’에는 각각 클라리넷과 트럼펫이 사용됐다. 유아적인 음색을 지닌 클라리넷은 미도의 어리고 순수한 면을 부각시키는 장치다. 군대 기상나팔로도 쓰이는 트럼펫은 웅장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액션 장면에 어울리는 음색이다. 각각의 캐릭터를 강조하는 데 음악이 동원된다.

최근작 <아저씨>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음악이 사용됐다. 액션 위주 장면에 경쾌함과 속도감을 더하는 역할이다. <올드보이>의 음악이 사연을 지닌 인물을 그렸다면, 여기서는 상황을 받쳐주는 정도다.

“영화음악 작업하다보면 분위기에 감염”

심 감독은 느낌이 다른 두 작품을 작업하다보면 영화의 분위기가 감독에게 감염돼 감정의 기복을 겪게 된다고 했다.

“장면 자체로만 보면 <아저씨>가 잔인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올드보이>가 훨씬 어둡습니다. <올드보이> 작업을 마치고 나서는 정신이 피폐해졌어요. 짜증이 늘어 결국 새끼 고양이를 입양했습니다. <아저씨>는 즐겁게 작업했고요.”

TV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을 예로 들어 영화감독이 겪는 ‘곤란한’ 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얀 설원에 음향 자체가 거의 없는 북극에 어떤 음악을 입혀야 할지 난감했다는 것. 그래도 하나 둘 장면과 음악을 생각해내면서 작업을 마치고 관객들과 만나는 게 큰 보람이란다.

영화음악가 지망생들의 로망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행사가 시작될 무렵 50여석 자리가 꽉 찼고 뒤에 서서 강연을 듣는 청중도 있었다. 이틀 모두 참석한 임나래(23)씨는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JIMFF 아카데미를 통해 알게 됐어요.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이렇게 좋을 줄 몰랐습니다. (아카데미 선생님들과)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얘기도 많이 합니다. 물론 작업도 봐 주시고요.”

이동백(25)씨는 역할 모델을 찾았다며 자신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방에 살아서 영화음악이란 분야를 동경만 해왔습니다. 영화음악감독님이 직접 강연하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공짜여서 더욱 좋아요.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앞으로 저렇게 돼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습니다.

   

▲ 열심히 강연을 듣고 있는 청중들. 80% 정도가 여성이어서 이채로웠다. ⓒ 민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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