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 신용등급 오르고 내리나 깜깜”도 60%

은행 등 대출 창구에서 ‘돈을 빌려줄 것인가’ ‘이자를 얼마나 물릴 것인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 잣대가 되는 신용등급. 그런데 생각보다 자신의 신용등급을 정확히 알고,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자신이 몇 등급인지 알고 계시나요? 어떤 경우 등급이 오르고 내리는 지 이해하고 있습니까? 이번 주 유쾌한 리서치는 개인 신용등급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차미연(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이번 조사에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여했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2430명입니다. 지난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전화자동응답과 인터넷설문조사를 통해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 은 1083명, 남성은 1347명입니다.

차: 먼저 “여러분은 자신의 개인 신용등급이 몇 등급인지 정확히 알고 계십니까”하는 질문을 드렸죠?

제: 네, 이 질문에 대해 ‘모른다’은 응답이 65.1%로 가장 많았고요, ‘알고 있다’가 21.9%, ‘과거 등급은 알고 있지만 그 후 변동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가 12.9%로 나타났습니다. 남성 보다 여성 중에 ‘모른다’ 응답 비중이 높았습니다. 또 연령대로 보면 20대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모른다’의 비중이 컸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사회생활 이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직업별로 볼 때는 직장인과 자영업자에 비해 주부, 학생층에서 모른다는 응답이 많고, 소득이 낮아질수록 자신의 신용등급을 모른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신용평가등급 “신뢰하지 않는다” 44%

차: 다음으로 “여러분은 신용정보회사들이 매기는 신용평가등급에 대해서 얼마나 신뢰하십니까”하는 질문을 드렸는데요.

제: ‘신뢰하는 편이다’가 44.4%, ‘전적으로 신뢰한다’가 2.6%로 전체의 47%는 신뢰한다는 응답이었습니다. 반면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가 35.4%,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가 8.6%로 전체의 44%는 불신한다는 응답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신뢰와 불신이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잘 모르겠다’도 8.9%가 있었고요. 직업별로 보면 자영업자들이 신용등급에 대한 불신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었습니다. 또 자신의 신용등급을 알고 있거나 알았던 사람들 은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을 신뢰하는 경향이 높았습니다. 
“신용등급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 없다” 45%

차: “여러분은 평소 신용등급을 관리하기 위해서 노력하십니까”하는 질문도 드렸는데요. 

제: ‘노력하는 편이다’하는 응답이 45%, ‘철저하게 노력한다’가 9.4%로 전체의 54.4%는 노력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반면 ‘별로 노력하지 않는다’가 35.8%, ‘거의 노력하지 않는다’가 9.8%로 노력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전체의 45.6%였습니다. 노력한다는 응답은 다른 직업 에 비해 사무전문직과 자영업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신용등급 때문에 불이익 당해 본 경험 25%

차: 또 “여러분은 신용등급 때문에 대출 거부를 당하거나 금리 등에서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하는 질문도 드렸죠?

제: ‘한번도 없다’가 62.2%로 가장 많았습니다. 아까 자신의 신용등급을 모른다는 응답 비중과 비슷한데요, 대출 등 신용등급이 필요한 금융거래를 아직 안 해 본 경우가 상당히 포함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한두 번 있다’가 19.3%, ‘여러 번 있다’가 5.6%로 신용등급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체의 24.9%였습니다. ‘잘 모르겠다’도 12.9%로 상당히 높게 나왔습니다. 불이익을 당한 경험은 연령별로 볼 때 30대가 가장 많았는데, 아무래도 주택마련 등을 위한 대출 수요가 많은 시기이기 때문이겠죠. 또 직업별로는 생산기술영업직과 자영업자 중에서 많았고, 소득이 낮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차: 마지막으로 “여러분은 어떤 경우에 신용등급이 오르거나 깎이는지 알고 있습니까”하는 질문을 드렸는데요. 
 
제: ‘잘 모르는 편이다’가 47.3%, ‘거의 모른다’가 12.4%로 전체의 59.8%가 모른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반면 ‘잘 아는 편이다’가 35.1%, ‘매우 잘 알고 있다’가 5.1%로 전체의 40.2%는 알고 있다는 응답이었습니다. 월소득 1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에서 모른다는 응답 비중 이 두드러지게 높았습니다.

선진국에 비해 신용등급 인지도와 활용도 낮은 편

차: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신용등급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군요.

제: 그렇습니다. 자신의 신용등급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 65%, 어떤 경우에 신용등급이 오르거나 깎이는 지 잘 모르는 사람이 60%, 또 평소 신용등급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5%로 절반 가까이 되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있죠. 신용등급에 대한 불신도 높은 편이죠? 신용등급을 신뢰한다는 응답과 불신한다는 응답이 47대 44로 거의 비슷하게 나온 것을 보면요. 종합하면 자신의 신용등급이나 신용등급 결정 구조에 대해 잘 모르고, 신뢰도도 낮은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대출 뿐 아니라 주택을 임대하거나 신용카드 백화점카드 등을 만들 때, 전화를 가설할 때도 신용조회를 합니다. 전화 같은 것을 가설할 때 등급이 낮으면 보증금을 더 내야 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죠. 우리나라의 경우 대출 등 일부 금융거래에만 활용되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금융권 대출만 받아도 등급 하락 “불합리”
 
차: 신용등급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것은 신용등급 결정이 뭔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겠죠?

제: 국내 금융회사들이 거래하는 주요 신용정보회사가 3곳인데요, 회사마다 각각 수집하는 정보와 평가 체계가 다릅니다. 그런데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이 중 가장 낮은 평가를 채택합니다. 더구나 신용정보 회사들은 연체 같은 불량정보는 즉각 등급에 반영하면서도, 이자상환 등 우량정보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서 고객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체가 발생하면 한꺼번에 몇 등급씩 강등되고, 그 기록이 몇 년씩 남는데, 착실한 거래도 등급을 올리는 데는 시간이 한참 걸리는 거죠. 특히 서민 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에서 돈을 빌리거나 신용카드사의 카드론 대출만 받아도 신용등급이 하락합니다. 연체 없이 잘 갚았다면 불이익 없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이죠. 또 몇 년간 안 쓴 신용카드를 해지해도 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카드는 발급, 연체, 해지 정보만 수집하기 때문에 해지했다는 사실이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휴면카드를 없애버리는 것이 바람직 한데, 신용등급을 위해서는 그냥 계속 갖고 있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도 불합리하죠.

차: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와 금리가 좌우되기 때문에 어쨌든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할 텐데요, 주의해야 할 점, 뭐가 있을까요?

제: 무엇보다 연체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은행 대출금이나 카드 대금 등을 제 때 잘 갚았는가가 신용등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대출이 아예 없는 것 보다, 대출을 쓰고 성실하게 갚은 경우 등급이 더 높을 수가 있기 때문에 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과 카드를 활용하면서 잘 갚아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또 휴대폰, 전기요금, 세금 등 공과금이 안 밀리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동이체를 활용하면 실수가 없겠죠? 신용카드의 경우 현금서비스를 자주 쓰면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인상을 주어 등급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한편, 주거래 은행을 만들어서 예적금 등 좋은 실적이 집중적으로 쌓일 수 있게 하면 등급평가에 유리합니다. 이사했을 땐 금융회사 등에 즉각 새 주소를 알려서 청구서 등을 받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하고요.
 대출 받으려고 여러 금융기관에 금리 등의 조건을 알아보는 것은 불리하다고 합니다. 금융회사를 통해 신용등급을 조회해 볼 경우 등급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자신의 등급을 조회해 보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3개 신용정보회사가 홈페이지에서 연 1회 무료로 본인 신용정보 확인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까 정기적으로 조회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들어 있다면 적극적으로 정정 요청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정리 이승환 기자


 

*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손에 잡히는 경제> 8월 11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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